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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범모 교수의 평양 국보전 관람기
‘금동 맞뚫음 장식’ 걸작 중 걸작 실물크기 ‘고려 태조상’하이라이트
서울에서 평양의 국보들을 본다. 이는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실로 경하할 일이 아닌가. 남북교류의 본격적 서막은 바로 국보의 교환전시에서 상징성을 찾을 수 있다. 냉전시대를 마감하면서 미국과 소련이 처음으로 실시한 사업은 바로 미술품 교환전시였다. 이번 평양에서 온 진귀한 문화유산은 우리가 한민족 공동체임을 한눈에 알려준다.



특히 실체를 확실히 알 수 없었던 북녘의 국보급 문화재와 미술품을 한자리에서 음미할 수 있는 자리여서 의의는 더욱 깊다. 이번 출품작은 평양 조선미술박물관 소장 회화작품 20점을 포함, 평양 조선중앙력사박물관 소장품 등 90점이다. 나의 평양 방문시 이들 박물관에서 상당수는 이미 감상한 작품들이나, 또 상당수는 처음 보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떻든 감회가 깊다. 서울에서 평양의 국보들을 보다니!



전시의 명칭은 ‘북녘의 문화유산 평양에서 온 국보들’(국립중앙박물관, 8월 16일까지)이다. 전시는 구석기시대에 해당하는 평양 검은 모루 유물부터 고조선시대의 토기, 칼, 거울, 구슬 등으로 이어진다. 고구려와 발해의 미술품은 우리 민족의 기상을 힘껏 자랑한다.

평양 진파리 7호 무덤에서 수습된 ‘금동맞뚫음 장식’(5~6세기)은 걸작 중의 걸작이다. 고구려의 대표적 금속공예품으로 칭송을 받고 있는 이 미술품은 짜임새 있는 디자인 감각과 세련된 금속 주물기술로 우리를 감탄하게 한다. 중앙의 삼족오(三足烏)를 비롯 용과 봉황의 역동적인 자태는 너무나 아름답다.



‘영강(永康)7년명 금동 광배’(551년)는 비록 불신(佛身)을 잃었지만 불꽃과 연꽃무늬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특히 광배 뒷면의 명문은 제작연대와 본존상이 미륵상임을 알게 한다.

고려시대의 미술품은 각별하다. 하기야 세계적 명성의 고려불화, 고려청자의 시대가 아니었던가. 이번 출품작 가운데도 뛰어난 작품이 여러 점 있었는데, 예컨대 정교한 은입사 기법의 문양이 새겨진 ‘신계사 향완’(1352년), 쇠북(靑銅金鼓), 화로, 범종, 지팡이 장식, 금동소탑, 사리함 같은 공예품을 들 수 있다.



특히 불상에서 ‘개성 관음사 관음보살’은 특이하게도 대리석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보살의 전신에 화려한 장식을 이루어 관음의 자비심과 아름다움을 듬뿍 자아냈다.

그외 ‘금동구면(九面)관음보살’은 11면관음과 연계된 특이한 작품이다. 2종류의 ‘금동아미타삼존불’이라든가 ‘금동보살상’ 등 평양소장의 불상도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고려 태조상’이다. 1992년 개성의 왕건릉 개건공사 당시 발굴된 작품이다. 처음에는 청동불상으로 오인했지만 이내 왕건 태조의 동상으로 수정되었다. 실물대 크기의 이 동상은 나신(裸身)이지만 원래 비단옷을 입었으며 사실적 묘사로 희귀한 작품이다. 통천관(通天冠)을 쓰는 등 왕건을 황제로 추앙한 매우 이례적인 작품이지 않을 수 없다. 고려의 불상과도 연계할 수 있는 작품으로 고려인의 추앙을 받다가 조선 세종시대에 매장되었다 근래 햇빛을 본 작품이다.

윤범모 | 경원대 교수, 미술평론가
2006-06-29 오전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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