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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도난당한 백양사 극락보전 ‘아미타극락회상도(1775년 作, 351.5×236cm)’가 2003년부터 한국불교미술박물관(관장 권대성ㆍ이하 박물관)에 버젓이 전시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백양사와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들은 도난당한 아미타극락회상도를 반환받기 위해 올 4월부터 박물관 측과 수차례 협의를 시도했으나 결렬되고 말았다.
박물관 측이 ‘선의 취득’을 주장하며 백양사 측의 반환 요청을 완강히 거부했기 때문이다.
권대성 관장은 “1995년 한 고미술상으로부터 아미타극락회상도를 구입할 당시 도난당한 것인지 백양사 소유의 것인지도 모르고 구입했기 때문에 반환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관장은 또 “구입 당시 문화재청 도난문화재과에 도난 문화재인지를 확인했고 조계종 총무원 <도난문화재백서>를 통해 도난여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권 관장은 특히 “<도난문화재백서>에는 사진이 첨부돼 있지 않았고 실물과도 가로 세로 10cm 이상 차이를 보였으며 결정적으로 종이에 채색한 불화라고 기록돼 있었지만 현재 박물관이 소장한 아미타극락회상도는 비단으로 된 불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양사성보박물관 사무국장 법선 스님은 “12년 전 도난 직후 장성경찰서에 구비서류를 갖춰 도난신고를 마친 아미타극락회상도는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마땅하다”며 “선의의 취득을 주장하며 반환을 거부하는 박물관 측의 태도는 억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물관에 전시된 아미타극락회상도가 백양사 극락보전의 아미타극락회상도였다는 증거는 뭘까.
백양사 측의 가장 확실한 증거는 자료로 남아 있는 사진들과 한국불교박물관에 전시 중인 아미타극락회상도의 내용과 구성이 일치 한다는 점이다. 또 정산적인 불화의 형태와 달리 축봉이 없는 것으로 보아 도난 물품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백양사 극락보전 내에 봉안돼 있는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의 복장 기문(1775) 내용과 아미타극락회상도 화기 내용이 90% 이상 일치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증거자료다.
이에 대해 법선 스님은 “아미타극락회상도를 반환받기 위해 행정ㆍ법적 절차를 밟아나가겠지만 이에 앞서 도난당한 성보문화재 환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전국 성보박물관과 연계해 다양한 환수운동을 펼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화재보호법과 형사소송법상의 공소시효 7년을 경과했을 가능성이 큰데다, 박물관측이 선의취득도 입증하게 되면 백양사가 아미타극락회상도를 법적인 절차를 통해 돌려받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박물관은 1999년 도난당한 전남 D사찰의 천왕도도 함께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