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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ㆍ민간단체, 환수운동 적극 펼쳐야
[집중기획]해외유출문화재 되찾을 길 없나
도쿄대가 서울대에 기증형식으로 돌려주기로 한 조선왕조실록 월정사 사고본 47책.
‘총성 없는 전쟁’. 해외 유출 문화재 환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오는 7월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이 1세기 만에 일본 도쿄대로부터 고국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일본에 의해 강제 반출됐던 조선왕조실록을 되찾을 수 있었던 구심점에는 불교계 문화재 환수단체인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공동회장 정념·철안)’의 노력이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해외 유출 문화재는 약 7만 5천여 점. 이 중 불교 관련 문화재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록반환 건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환수위 외엔 아직까지 이렇다할 해외 유출 문화재 환수 단체는 전무한 상태.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나섰던 북관대첩비와 조선왕조실록 등의 반환사례에서 볼 수 있듯 민관이 적극적으로 해외 유출 문화재 환수 운동을 펼친다면 적지않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그러나 명분만 내세우다 실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 것이니 무조건 내놔라’식의 1차원적 접근으로는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해외 유출 문화재의 현황과 환수 대책을 살펴봤다.


# 유출 현황

현재 공식적으로 파악된 해외 유출 문화재는 약 7만 5천여 점. 일본 3만 4,331점, 미국 1만 6,964점, 영국 7천189점, 독일 5천246점, 러시아 3천350점, 프랑스 1천519점, 덴마크 1천470점, 중국 1천434점 등 20여 개국에 달한다.

그러나 문화재연구소 박상국 예능민속연구실장은 “현재까지 파악된 해외 반출 문화재의 종류와 수는 극히 일부이며 적어도 15만점 이상은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또 국내 도난 문화재의 해외 밀반출도 계속되고 있다. 1984년부터 도난·도굴 당한 불교문화재는 316건에 총 453점. 그 중 국가지정문화재는 7점에 불과했으나 비지정 문화재는 429점으로 94.8%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발생건수는 1997년과 1998년 두 해 동안 2천여점이 도난·도굴된 반면 1999년에는 60점에 그쳐 감소 추세로 나타났으나, 밀반출 현황은 파악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우리 문화재를 가장 많이 가진 나라는 일본. 전체 유출 문화재의 절반에 가까운 3만4천157점이 국립도쿄미술관과 덴리대(天理大) 도서관, 민예관 등에 있으며 일본에서 국보로 지정된 문화재만도 1천여점이 넘는다. 이들 대다수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반출된 것들이다.

그중 도쿄 네즈미술관은 한국의 부도, 국보급 불화 ‘아미타여래도(阿彌陀如來圖)’, 고려청자 등 한국과 아시아에서 약탈하거나 사들인 문화재 7,000여점이 소장돼 있다.

또 일본 덴리대와 모아미술관은 안견의 ‘몽유도원도’, 고려시대 불화인 ‘수월관음도’를 각각 소장하고 있다.

일본 다음으로 우리 문화재가 많은 곳은 미국으로 스미소니언박물관과 보스턴미술관, 호놀룰루미술관 등에 1만 5천여점이 있다.
보스턴미술관에는 신라시대 걸작품인 ‘금동약사여래입상’과 11세기 은제도금 주전자 등 다수의 국보급 문화재가 있다.

외규장각 고문서 반환을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는 프랑스는 국립파리도서관은 고려시대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과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소장하고 있다.

영국 국립박물관과 네덜란드 국립암스테르담박물관에 있는 고려시대 나전국화문경상 또한 진귀한 문화재 중 하나. 조선말 빼어난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의 작품 1천여점도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등 유럽 각지의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목원대 김정동 교수는 “우리 문화재는 일본에서 버려지거나 숨겨져 있는 것이 대부분으로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유출 문화재는 창고에 수장된 상태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환수 대책은?

현존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소장돼 있다.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가 우리나라로 되돌아오는 경로는, 정부간 협상(일본과의 문화재 반환협정 등), 외국 정부의 기증(1993년 한·불 정상회담), 민간인들의 기증 그리고 외국 경매시장에서의 구입 등으로 분류된다.

이는 유출 문화재 환수와 관련해 해외의 문화재 반환 사례는 국가간 인도주의적 관점보다는 정치적 필요에 의하여 행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1993년 한·불 정상회담 시 외규장각 고서 1점을 상징적, 정치적 목적으로 한국에 되돌려 준다고 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따라서 국가 간 회담이나 정부 부처 간 외교 시 유출 문화재 환수에 대한 환매조건부 외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대 정부의 협상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타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힘들다. 따라서 종교단체나 민간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에 대한 전략으로는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의 투자 △국가 간 외교협상 △개인 소장 문화재에 대한 전략적 접근 △현지 시장에서 매입 △현지 홍보관 설치 등이 있다.

해외 유출 문화재 중 1/3정도가 불교관련 문화재이기 때문에 정부가 불교계 단체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불교계 입장이다. 정부는 민간단체에 재정적인 투자와 전문 인력을 지원하고 민간단체는 이를 바탕으로 상대국과 자연스러운 환수 대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전략인 것이다.

또 불법문화재 환수를 위한 국가간 협력을 위해 2007년에 개최되는 유네스코 불법문화재 반환추진 정부간 위원회 국내유치도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에 개인이나 국가가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도쿄 국립박물관의 오쿠라 컬렉션은 일본군납업자였던 오쿠라가 우리나라의 고분, 석탑, 석상, 고서 등을 약탈해 소장하고 있던 1,000여점의 문화재를 1982년에 도쿄대에 기증한 것으로 그중 상당수는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쿠라 컬렉션 이외에도 일본에 있는 문화유산 가운데 상당수가 개인소장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라면 지속적인 관심으로 자연스러운 기증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1958년 한·일 정부간 회담으로 ‘창녕 교동고분군 출토품’ 106점을 시작으로 1996년 일본 야마구치여대의 ‘데라우치 문고’ 경남대 기증과 지난해 10월 ‘북관대첩비’, 올 2월 후지즈카 아키나오 교수의 추사 김정희 유적품 기증 등의 사례가 있다.

1996년 데라우치 문고를 반환받은 경남대 박재규 총장은 “정부차원의 환수사업보다는 한국과 일본의 민간단체 및 기관 간 교류에 의한 자연스러운 기증형태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해외 유출 문화재 중 상당수는 외국의 박물관에서 적절한 조사나 평가 없이 방치되고 있다. 이를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할 전시자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외 유출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외국박물관에 한국 문화재 홍보관 설치를 유도하고, 해외소재 우리 문화재가 훼손되면 정부의 재정지원과 기술협력으로 이를 수리해 주인의식을 적극적으로 발휘하자는 것이다.

박상국 예능민속연구실장은 “세계에 있는 문화재를 우리의 문화적 역사공백을 메울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반환에 앞서 선행돼야 한다”며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등 세계적인 박물관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적극적으로 관리해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처럼 해외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 환수를 위해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한결같은 목소리다.
현지의 시장과 경매장에서 문화재를 직접 매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국 정부는 ‘해외 유출 문화재 기금’을 설립해 세계적인 경매장에 출품되는 중국 고미술품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유물구입비 명목으로 책정된 1년 예산이 100억원 정도로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도 해외 유출 문화재 반환에 대해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국가에서 재정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 한 종단 자체적으로 예산을 책정해 해외로 유출된 불교 관련 문화재를 찾는 데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 간사 혜문 스님은 “해외 유출 문화재 환수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 및 방안은 정부가 앞장서서 마련하고, 반환 회수 운동은 정부와 민간이 다양하게 접근하되 민간이 전면에서 나서고 정부는 각종 제도를 통해 다각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스님은 또 “우리 것 돌려달라는 식으로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며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민간단체,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연구소 등이 유기적인 정보네트워크 마련과 체계적인 관리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노병철 기자 | sasiman@buddhapia.com
2006-06-16 오후 2: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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