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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둥-”
온통 바깥세상은 독일 월드컵 열기로 한창인 6월 15일 오전 3시30분, 경남 합천 해인사 행자교육원. 새벽예불을 알리는 스님의 법고 소리가 어두컴컴한 경내에 장엄하게 울려 퍼진다.
곧이어 17명 행자들의 행렬이 그림자처럼 조용히 보경당으로 향한다. 해인사 행자교육원 행자들이다. 새벽 예불을 시작으로 엄격하고 고된 행자교육 일과가 시작된다.
예불이 끝나자마자 행자들은 곧바로 후원(공양간)으로 달려가 대중 스님들과 참배객들의 공양을 준비 한다. 이외에도 행자들의 오전 일과는 보통 울력과 자율정진, 점심공양 준비로 채워진다.
오후에는 주로 자습과 휴식이 이어진다. 이후 본격적인 교육은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진행된다. 오후 4시부터는 태극권과 문화강좌, 시청각 교육, 큰스님 초청법문 등 주로 운동과 교양과목이 짜여져 있다. 또 저녁예불이 끝난 오후 6시부터는 주요교과목인 사미(니)율의, 기초교리, 초발심자경문, 염불실습 등을 교육한다. 강사스님들도 해인사 출신의 해당과목 전문가 스님들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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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첫 강의는 시청각 교육이다. 도서관에 모인 행자들은 인도불교사를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공부했다. 나른한 오후인데도 행자들의 눈과 귀는 칠판에 걸어놓은 대형 스크린에 고정돼 있었다.
두번째 강의는 오후 7시 30분부터 시작됐다. “신라 전반기에는 당에서 가장 융성했던 유식·화엄·밀교가 전래됐지만 후반기가 되면서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그 이유를 아시는 분?, 바로 당나라 중엽 8세기경에 중국선이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불교사 강의를 맡은 각성 스님은 행자들에게 묻고 답하는 식으로 참여를 유도한다. 그러다보니 졸려도 졸 수가 없다. 언제 질문이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잠자리에 들 시간인데도 행자들의 향학열은 최고조에 오른다. 이렇게 8시30분 마지막 강의가 끝나면 간단한 세면 후 9시 잠자리에 든다. 행자들이 소화하기엔 빡빡한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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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 출가자에게 있어 처음 불법 공부의 마음을 냈을 때가 공부를 완성한 깨달음의 자리라는 의미다. 그런데 초발심을 내는 때는 바로 행자시절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감안해 일부러 어렵고 고된 일정을 잡는다고 행자교육원 관계자들은 귀띔한다.
출가한 스님은 누구나가 행자 시절을 거치게 된다. 아무리 큰스님들이라 할지라도 시집살이처럼 맵던 행자 시절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다 있다. 웬만한 노 스님들에게 행자시절을 물으면 청솔가지로 불을 지펴 밥을 짓던 일, 한겨울 뼛속까지 시려오는 계곡물에 걸레 빨아 법당 마루 닦던 일, 서너시간만 자고 용맹정진하던 일 등을 듣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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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것이 어렵던 시절, 환경은 열악했지만 도를 향한 열정만은 무섭게 타오르던 선배 행자들의 얘기는 오늘날의 한결 편해진 여건의 후배 행자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정신력과 인내심을 강조한 과거의 스파르타식 행자 교육도 분명 큰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바뀐만큼 행자교육도 현대에 맞게 합리적으로 변하고 있다.
해인사 행자교육원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행자 관리로 정평이 나 있다. 이곳의 교육과정은 행자들이 꼭 이수해야 할 주요 기본과목을 중점적으로 편성하되 기본 소양 및 교양도 함께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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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인지 해인사 행자교육원 출신 행자 대부분은 통과하기 어렵다는 조계종 행자교육원의 과정을 쉽게 통과한다. 이런 입소문 탓에 봉선사 등 다른 교구본사에서도 행자 위탁교육을 많이 보내고 있다. 현재 해인사 행자교육원에서 교육받고 있는 행자 17명중 7명이 타본사나 산내 암자에서 온 위탁 교육자들이라는 점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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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에서 성공한 사업가였던 이병길(48) 행자도 “행자생활은 분명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는 것만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엄격한 가운데서도 강사 스님들의 부드러움과 세심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해인사 행자교육원만의 독특한 분위기는 녹록지 않은 행자 생활을 헤쳐나가는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들의 의욕적인 그 마음자리가 퇴색되지 말고 수행자로서 회향하는 그날까지 깨달음을 향한 구도열정이 계속 어어지길 기대한다.
조계종 행자교육은?
행자(行者)란 스님이 되기 위해 사찰로 출가해 불교의 기초교리와 절생활 등을 익히는 사람을 말한다. 보통 6개월 이상을 하게 되는 행자 기간에는 각자의 사찰에서 예불 드리는 법에서부터, 도량 내 각종 울력 체험, 초발심자경문, 부처님의 생애, 불교 기초교리 등을 배운다.
6개월 이상의 행자 교육기간이 끝나면 조계종 행자교육원에 입교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조계종은 90년 이후 1년에 두 번(3월, 9월경)씩 각각 23일간 행자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교육 과정을 무사히 마친 행자들은 사미(니)계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교구본사로는 처음으로 해인사가 상설 행자교육원을 만들어 운영하며 행자교육의 체계화를 주도하고 있다.
"전문강사진 확보, 교육과정 체계화"
해인사 행자교육원장 종본 스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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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 해인사 행자교육원장을 맡고 있는 종본 스님(조계종 종회의원·사진 )은 행자교육도 현대에 맞게 바뀌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우선 학력 수준이 고졸 이상으로 높아졌으며, 수행 환경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각 교구본사에 행자교육원이 설립돼야 합니다. 체계적인 교육기관이 있는것과 없는 것은 분명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해인사도 행자교육원 설립이전에는 전문 분야와 상관없이 국장급 스님들이 주로 교육을 담당했고, 교육도 거의 오후 6시 이후에 진행되는 등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조계종 행자교육원 교과과정에 맞춰져 있어 훨씬 효과적입니다.”
종본 스님은 행자교육원이 생긴지 1년밖에 안됐지만 해인사가 한국불교 행자교육 1번지로 거듭나기 위해 교육과정을 내실있게 구성하는데 더욱더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