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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불교 신도수는 점점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70년대 초 15개에 불과하던 불교단체 수가현재는 600개 이상이나 됐다. 스리랑카, 태국 그리고 미얀마의 ‘테라바다(Theravada-남방불교)’는 물론이고, 한국 중국 일본의 ‘선’, 또한 몽골 그리고 부탄의 ‘티베트불교’를 통해 불교의 가르침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인들은 이제 이들 가운데에서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독일불교연합회’는 독일인 불교신자가 20만 명 이상이고, 이들과 같은 공감대를 이루는 사람들까지 합한다면 100만 명은 훨씬 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함부르크 시내의 상 파울리에는 젊은 친구들이 모여 예전의 조선소를 정신센터로 개축하였으며, 그 곳에서 40여명이 명상 등의 수행을 하고 있다. 또 시내에 자리잡고 있는 불교센터에서는 매일 저녁 100여 명의 독일인들이 명상을 한다. 이들 가운데에는 의사와 회사 중역 등 유력인사들도 적지 않다.
또한 함부르크의 티베트 사원에서는 7년 과정의 불교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베를린의 학교에서는 불교를 교과목으로 채택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뮌스터에서는 유럽적인 ‘선-아카데미 센터’가 건립되었다.
독일 불교도들은 뇌 연구자와 핵 물리학자들과도 그들의 경험에 관하여 토론을 하기도 하고, 베트남 승려인 틱낫한과 같이 세계적인 평화운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심리학자와 의사들은 린포체의 지혜로움에서 도움을 찾기도 한다. 삶과 죽음에 관한 티베트의 책 <티베트 사자의 서>는 대략 54개국어로 출판될 정도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업무상 파티나 접대를 위한 대화의 소재로 순수한 가르침이 종종 거론된다. 이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불교를 믿는 유명인들에게서 불교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가수 니나 하겐, 안냐 크루제의 경우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배우 랄프 바우어, 호워드 카펜달 그리고 우줄라 카르벤 등은 새로 입문한 사람들이다. FC 바이에른 뮌헨의 축구선수 메메트 숄은 그의 팔 위쪽에 부처의 문신을 새겨두고 있으며, 희극배우 하페 케르케링은 선-수도원에서 힘을 얻는다.
이들은 한결같이 “부처님의 가르침은 오늘을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세계를 바르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여러 모순들이 서로 화해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불교가 독일에 첫발을 디딘 지는 겨우 백년 남짓하다. 1903년 라이프찌히 출신의 칼 자이덴슈튁커씨가 ‘불교도 포교연합’을 세우면서 시작됐으며, 곧 이어 안톤 귀터씨가 독일 최초의 승려가 되었다. 그 당시 독일의 불교도들은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사상에 감명을 받고 있었다. 1854년에 쓴 <기독교의 몰락>에서 그는 이렇게 언급을 하고 있다. “장차 인도의 지혜가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함부르크의 인도학자인 한스 그루버는 “불교는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고 밝히고 있다. 독일인들은 많은 종교가 삶의 여러 부분에 있어서 만능열쇠와 같은 해답을 지니고 있을지는 몰라도 내적인 평정을 이룰 수 있는 답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인들의 불교에 대한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으며, 불교를 찾는 사람들은 부처의 가르침을 자기 자신의 삶으로 귀결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독일=임영식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