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장 추대가 무산되면서 진통을 겪고 있는 통도사 문제에 대해 교구종회의원 4명의 명의로 성명서가 6월 12일 발표됐다.
정호, 도문, 인산, 정안 스님은 성명서를 통해 "총무원에서 임명되는 주지직무대행은 갈등의 당사자가 아닌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스님이 선임되어 대중의 공의를 모아 산중의 갈등을 중재해야 하지만 현문 스님은 3번이 주어진 기회에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우리는 총무원장스님과 통도사 원로스님들께 통도사 정상화를 위한 모임을 간청 드린다"며 방장 추대와 주지 문제를 원로들이 직접나서 풀어줄 것을 호소했다.
또 통도사 대중들을 향해서도 "개인적 이해관계에 흔들리지 말고 통도사를 정상화시킨다는 대승적 판단 아래 중지(衆智)된 의견에 대해 겸허히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종도들은 영축총림 통도사의 안정을 기원합니다.
존경하는 종정 예하와 총무원장 큰스님 그리고 사부대중여러분!
자장율사의 개산 이래 그 법맥을 면면히 이어오고 있는 영축총림 통도사가 심각한 내홍과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월하 대종사의 열반 이후 임회와 산중총회를 거쳐 새로운 방장 큰스님을 모신 바 있지만 중앙종회에 상정되지도 못했고, 방장 후보 큰스님의 뜻과 상관없이 ‘방장 후보 사퇴’가 언론을 통해 유포되면서 혼란이 가중 된 바 있습니다.
또한 총림의 혼란을 책임져야할 주지 스님이 임기를 다하고도 무리하게 직무대행을 이어가면서 통도사 대중들과 날카로운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한국불교를 대표해온 영축총림 통도사를 더욱 부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통도사 대중의 일원이자, 수행자의 한사람으로서 우리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참담한 심경을 누를 수가 없으며 사부대중께 가슴속 깊이 참회 드립니다.
사부대중 여러분!
사부대중께서 주지하고 있듯이 종헌ㆍ종법 상 총림의 주지는 방장 큰스님이 추천권을 가지고 있으나, 월하 대종사 열반 이후 방장을 추대하지 못한 통도사의 경우 총무원장 스님이 주지직무대행을 선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 총무원에서 임명되는 주지직무대행은 갈등의 당사자가 아닌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스님이 선임되어 대중의 공의를 모아 산중의 갈등을 중재해야합니다. 또한 대중의 의견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중요한 소임을 담당해야합니다.
그러나 통도사 문제는 주지 임기를 다한 현문스님에게 총무원에서 직무대행을 세 번이나 맡겼음에도 불구하고 수습되기는커녕 갈등은 증폭되고 내부 혼란은 가중되어 총림 해체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는 현문스님의 개인적 자질을 떠나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새로운 직무대행을 선임하지 않고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는 통도사 다수 대중의 여론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러한대 지난 1일 총무원은 통도사 대중의 여론과 달리 종단 내 이해관계에 천착하여 현문스님에게 네 번째 주지직무대행 소임을 맡김으로서 통도사 대중의 갈등은 심화되고 그 골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영축총림 통도사의 위기가 장기화 될수록 한국불교 전체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좀 더 냉정하고 대승적인 상황 판단이 있었다면, 통도사 어른 스님들을 비롯하여 중진스님들의 공의를 모아내는 진지한 과정만 거쳤다면 이와 같은 소모적인 갈등과 위기는 계속되지 않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총무원장 스님과 통도사 원로스님, 중진스님 그리고 통도사 대중스님들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네 번째 주지직무대행 임명장을 비공개로 전해야할 만큼 통도사의 위기는 심화되고 있습니다. 대중들의 불신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난무하는 이 시점일수록 어느 때 보다 냉정한 성찰과 진지한 고민이 모색되어야할 시기입니다.
한 개인의 책임이나 허물을 탓하기보다 자정하지 못한 지난 일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우리 모두가 지고 위기를 딛고 화합할 수 있는 대승적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에 우리는 총무원장스님과 통도사 원로스님들께 통도사 정상화를 위한 모임을 간청 드립니다. 이모임을 통해 방장 추대와 주지 문제 등을 종도들의 입장에서 논의해주시길 호소합니다. 또한 통도사 대중스님들을 비롯하여 종도들은 통도사를 정상화시킨다는 대승적 판단 아래 중지(衆智)된 의견에 대해 겸허히 따라야 할 것입니다.
우리 종단은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혜안과 지혜로운 자세로 해결해왔습니다. 대중의 지혜가 모이면 태산을 옮긴다는 속담이 있듯이 현하 통도사의 해결을 위해 좋은 방안과 의견이 있다면 우리는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자 합니다. 부디 개인의 이해관계에 의해 한국불교의 큰 축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통도사 원로스님들과 대중스님들은 수희 동참하시어 경책해주시길 호소합니다.
불기 2550년 6월 12일
통도사 종회의원 정호, 도문, 인산, 정안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