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박종민씨가 ‘불상과 여체’라는 독특한 주제를 들고 6월 7~27일 서울 가회동 북촌미술관에서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다.
1995년 이태리 피렌체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이래 일곱 번째인 이번 개인전은 여체 조각을 선보였던 과거와는 달리 불상과 여체의 만남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대리석의 특성을 살려 투박하면서도 거친 돌을 따스하고 온화하게 살려낸 박종민씨의 작품들은 깨달음과 불상으로 대변되는 피안(彼岸)과 아름다움의 대명사 여체로 대표되는 차안(此岸)의 만남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연꽃을 든 관음보살입상’ ‘시무외인 아미타여래입상’ ‘합장 관음보살입상’ ‘선정인 여래입상’ ‘석가모니 좌상’ ‘삼매 속의 보살좌상’ 등의 불상들과 ‘봄봄’ ‘문득’ ‘하늘아’ ‘수줍음’ ‘기다림’ ‘순이’ 등 전통적인 소박함을 드러내는 여체들이 나란히 선보인다.
부드럽고 섹시한 여체를 기대한다면 그 기대가 와르르 무너진다. 그가 만드는 여체는 투박하다. 거칠고 딱딱하면서도 표정이 생각을 하게 만든다. 불상 역시 다르지 않다. 평평하고 네모난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수인을 하는 부처에서부터 연꽃을 고이 들고 서 있는 관음보살에 이르기까지 투박함 속에 성스러움을 드러낸다.
미술평론가 윤범모 교수(경원대 회화과)는 “그동안 여체 조각으로 일가를 이루었던 박종민이 근래 불상에 몰입하고 있다”며 “도를 닦는다는 일념으로 돌을 깎아 작업한 작품들인 만큼 깨달음과 아름다움의 직설적 비교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궁금하다”고 평가했다. (02)741-2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