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지역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한 사상자가 9천여 명, 부상자가 1만 5천여 명을 넘어섰다. 현지로 전 세계의 구호 온정이 쏟아지는 가운데, 불교계 최대종단인 조계종도 6월 8일 긴급재난구호봉사대 선발진 1명을 현지로 파견했다. 선발요원이 현지에 도착해 필요한 구호물품을 구입·지원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조계종이 ‘뒷북’ 재난구호봉사대를 파견한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응이 너무 늦다는 것이다. 조계종이 봉사단 파견을 처음 발표한 것은 5월 30일이었다. 당시에는 의료진 중심으로 긴급재난구호봉사대를 조직해 현지에서 의료구호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5ㆍ31 지방선거로 총무원이 업무를 쉬는 동안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지에 각국 의료진이 대거 몰려있으니 다른 구호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계종은 급히 2차 회의를 열어 구호물품 지원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결국 실무자 한 명이 2주 후인 8일 현지로 출국했고, 12일에서야 본진에 합류했다.
반면, 기독교계 기아대책본부와 굿네이버스, 선한사람들 긴급구호팀은 이미 지난달 30일에 구호대를 투입, 6월 1일 1차 구호활동을 마친 상태였다. 불교계 NGO단체인 JTS도 지난달 29일 긴급구호활동가 2명을 급파했다.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대가 현장 대응이 늦다는 지적은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다. 지난해 스리랑카 쓰나미 구호활동에도 재해발생 17일 후인 1월 12일, 파키스탄 지진발생지역에는 사태발생 17일 후인 10월 21일에 도착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늑장대응의 원인을 독자적인 의사결정구조가 없는 탓으로 보고 있다. 긴급재난구호봉사대의 사무국은 복지재단이지만, 정책집행과 재정은 조계종 사회부가 담당하고 있다.
별도의 의사소통기구를 꾸리고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타 구호단체에 비해 긴급재난구호봉사대는 발의에서부터 봉사대원 모집 및 편성, 파견에 이르기까지 회의와 예산심의를 몇 번씩 거쳐야 한다.
구호기금 확보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재정확충 없이는 재난구호활동을 벌일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부에서 ‘자비의 연꽃’ 판매수익을 통한 기금으로 긴급재난구호봉사대가 운영되고 있으나 이 기금은 총무원의 승인을 거친 후에야 구호활동비로 지출이 가능하다.
지난해 사회부는 상시적인 재난 구호를 위해 2억여 원의 긴급재난구호봉사대 구호활동비 책정을 예산으로 올렸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또 의료인, 통역인 등의 전문인력 충원과 재난구호전문가 양성, 해외재난구호활동 매뉴얼 작성 등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에 대해 사무국인 복지재단측은 “긴급재난구호봉사대가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기금과 의사결정구조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복지재단이 별도의 예산책정비나 인력 없이 긴급재난구호봉사대를 떠안는 것은 무리”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조계종 사회부 박정규 팀장도 “긴급재난구호봉사대는 현재 종단 내 독자적 구호단체로 가기 위한 시작 단계”라며 “월드비젼이나 굿네이버스와 같이 법인화해 예산과 조직을 별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