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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이타 경영이야말로 주주에 이익 줘"
[붓다의 경제학](9)주주만의 행복회사?
IMF 외환위기 이후 어느 틈엔가 우리는 기업을 생활하는 곳이 아니라 주주들에게 돈을 벌어주기 위해 존재하는, 철저하고 무자비한 돈벌이 공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른바 주주이익 우선주의 경영이 한국의 모든 기업을 점령해버린 것이다. 주주라는 사람들은 철저히 기업의 이익 증대에만 관심이 있다.

이러한 주주이익 우선주의 경영이 우리 사회를 파괴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을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곳으로, 그리고 그 속에서 일하는 우리를 단지 생산의 도구로만 인식하도록 우리 모두를 세뇌시키고 있다.

살벌한 주주중시 경영의 피해자는 우리 근로자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러한 경영방식을 강요하고 있는 것도 우리들 자신이다. 주식시장의 대중화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도 이미 주주이다. 우리는 주주로서 돈을 벌기를 원하면서 또 다른 한 편으로 주식회사의 종업원으로 근무한다.

내가 주주로 있는 회사의 종업원들이 돈벌이 기계가 되기를 원할 때 정작 우리 자신도 직장 내에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리게 된다. 그리고는 이 무자비하고 살벌한 현실을 한탄하고 비난한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머리띠를 질끈 묶고 투쟁하면서, 내가 주주로 있는 회사의 경영자에게는 노조 하나 제대로 못 다룬다고 질책한다. 그러한 현실을 만든 책임이 바로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주주우선주의 경영은 서구식 세계관이 만들어낸 경영방식이다. 기업을 만든 것은 자본을 댄 주주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철저히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이 경영방식의 기본 철학이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라는 서양의 철저한 이원론적 사고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경영방식이다. 강성 노조가 이끌고 있는 이 땅의 노동운동도 사실은 이러한 이원론적 사고방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IMF 외환위기가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버린 많은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둘이 아니다’라는 의식이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라는 사고방식에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발붙일 곳이 그 어디에도 없다. IMF 외환위기와 함께 찾아온 주주이익우선 경영방식은 우리의 기업경영자들로 하여금 기업 경영을 하면서 생각해야 할 많은 것들을 거추장스럽고 주주이익에 해로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종업원의 인생을 생각하는 것, 환경을 생각하는 것 등은 과연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일까.

그러나 기업의 경영자들이 일방적인 주주우선 정책을 추구하게 만드는 것은 직장 내의 우리들을 불행하게 만들어 결국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주주인 우리 자신이 불행해지는 것이다. 주식투자를 통한 이익으로 우리가 경제적으로 조금 나아진다고 해서 과연 우리가 얼마나 행복해지겠는가.

기업은 단지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노동을 파는 곳만은 아니다. 현대 서구의 경제학에서 말하듯이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그 돈으로 여가 생활을 함으로써 행복을 찾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들은 일을 통해서 자기 자신의 완성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다.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일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는다. 일은 필요악이 아니다. 일은 우리의 삶이다.

부처님께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연기의 세계이며, 그 어느 것 하나 혼자 독립적으로 성립되어 있는 것은 없다고 설하고 계신다. 우리 자신은 원인이기도 하고 결과이기도 하다. 한 편으로는 고용인이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피고용인이기도 하다. 주주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경영은 결국 그 누구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우리가 맹목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주주이익 우선주의 경영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그리고 자리이타(自利利他)를 강조하는 붓다의 경영방식이야말로 주주의 진정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경영방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철저한 주주이익 중시 경영은 역설적으로 자리이타의 경영이다.

■구병진(경영학 박사)
구병진 | 경영학 박사
2006-06-02 오후 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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