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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상품 하나 열 매장 안부럽다
'사찰 문화상품'…똑같은 상품 No
국제무역센터와 도심공항터미널, 인터콘티넨털호텔 등이 인접한 서울 강남 봉은사. 현대 속의 전통의 멋이 살아 있는 봉은사는 신도 외에도 유난히 참배객이 많은 사찰이다. 이 곳 입구에 위치한 불교용품 판매점도 기념품이나 공양물 등을 사기 위해 드나드는 이들로 늘 북적거리는 장소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판매점을 한번 빙 둘러본 뒤 물건은 사지 않은 채 돌아서는 이들이 많다. 봉은사를 대표할만한 기념품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질이 좋은 상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남에 있는 합천 해인사이나 강원도에 있는 평창 월정사에 있는 상품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탓이다.

5월 31일 아침 일찍 선거를 마치고 관람차 봉은사를 찾은 김진호(43·서울 성내동)씨 가족도 같은 경우다. 김씨는 어느 사찰에서나 볼 수 있는 똑같은 상품을 진열해놓은 판매점을 볼 때마다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불자는 아니어도 늘 친숙하게 느껴지는 불교인데, 이럴 때는 무능력한 종교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김씨는 “허술하고 특징 없는 상품을 진열해놓고 손님을 맞는 사찰의 불교용품 판매점에서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는 자폐아 같은 불교를 발견하게 된다”며 “수익은 제쳐두고라도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주지는 말아야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한다.


#경제논리 적용 없는 운영

불교용품 판매점뿐만이 아니다. 사찰에서 많이 운영하고 있는 전통찻집이나 서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불교용품 판매점과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합천 해인사의 경우 영업을 통해 얻은 금액은 사찰재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직원 3명의 급여를 주고도 이익을 내고 있기는 하지만, 워낙 소액인데다가 노동 보다는 봉사 개념이 강한 직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윤을 내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마저도 이익금 가운데 공양물 판매액을 제외하면 이윤은 더 줄어든다.

이처럼 사찰재정에 도움을 받기 위해 불교용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사찰은 거의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찰은 별도의 건물을 짓지 않고 기존의 공간을 활용해 사찰을 찾는 불자들이나 참배객들에게 서비스 차원으로 불교용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실정이다. 최대한의 이윤을 내기 위한 경제논리가 희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제논리의 부재는 우수한 상품개발, 적극적인 마케팅 등이 없는 운영으로 이어져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그러나 사찰이 적극적으로 이윤 창출을 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활동에 대한 불교의 소극적인 시각에서 찾을 수 있다. ‘종교가 장사를 한다’는 시각을 설득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이 부족한 탓이다. 이는 ‘생산불교’가 초보단계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불교 ‘본보기’

‘경제불교’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경제활동이 활발한 환경을 가진 일본불교. 그 저변에는 모든 사업은 부처의 활동’이라는 뚜렷한 경제관이 깔려 있다. 마쓰시다전기의 마쓰시다 고노스케 창업주, 교세라그룹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 후지은행의 야스다 겐지로 설립자 등 수많은 기업가들이 불교와 경제를 접목시켰다.

일본불교의 경제관은 사찰의 경제활동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돈’을 터부시하는 한국불교와는 환경이 전혀 다르다. 이윤 획득을 위한 각 사찰의 상품 개발이나 사찰 부속 영묘공원 운영 등은 일본불교의 경제력에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오사카 카츠오지(勝尾寺)는 부속호텔과 납골묘 운영, 불교상품 판매로 ‘경제불교’의 모범을 보여주는 사찰이다. 흙과 나무, 강화플라스틱(FRP) 등 다양한 재료로 오뚜기를 닮은 달마상의 독특한 공양구를 개발한 카츠오지는 사찰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판매한다. 법당은 물론 영묘, 탑 등 경내 곳곳에서 공양구를 올리고 합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신도·비신도를 가리지 않고 카츠오지를 방문한 이라면 누구든지 공양구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한국불교의 숙제 ‘biz불교’

카츠오지의 사례는 우리 사찰의 불교상품 개발에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서울 조계사는 지난달 카츠오지를 견학하고 돌아왔다. 사찰의 수익모델 개발을 위해 불교문화상품 개발과 불교의 조형 등의 연구·개발을 담당할 문화산업단 설립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다. 조계사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불교문화산업의 요람이 될 건물도 대웅전 불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10월께 착공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조계사 부주지 도문 스님은 “사찰의 수익 창출은 오늘날 한국불교에게 주어진 가장 핵심적인 숙제”라며 “한국 사찰에 맞는 모델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활동이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계사의 발빠른 움직임은 사찰의 수익 창출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현대사회에 맞는 불교로 전환하지 못한 한국불교가 ‘biz불교’로 탈바꿈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사찰 경영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홍광표 동국대 교수는 ‘biz불교’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찰의 이윤추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한국불교의 풍토를 바꾸기 위한 불교·경제학자들의 불교경제관 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봉영 기자 | bypark@buddhapia.com
2006-06-02 오후 3:28:00
 
한마디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불교와 경제가 함께 돌아가야하는것은 당연하고, 한국불교가 경제에 약한것도 알고있고... 심층취재와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가 되었으면...
(2006-06-07 오후 2: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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