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대중연예집단인 남사당을 복원해 전승하고 있는 ‘안성시립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은 6월 10일 우리 축구 대표팀 공개 훈련장인 레버쿠젠을 시작으로 12~13일 프랑크푸르트, 17~18일에는 라이프치히, 20~21일은 베를린, 23일에는 하노버에서 우리 가락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토고와 예선 첫 경기를 비롯해 스위스, 프랑스와의 시합에는 우리 교민들과 함께 길거리 응원전도 펼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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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덕이 풍물단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6년 1월 홍콩 설 축제 등에서 원정 공연을 펼쳐 큰 인기를 얻었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민중놀이였던 남사당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3호)는 불교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남사당의 한자를 ‘寺黨’라고 쓰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민중들의 일상생활을 담았던 감로탱에 사당패의 줄타기가 나올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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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당은 여성들로 구성된 사당놀이에 대해 남성들로 구성돼 있다해 남사당이라고 불렸다.
원래 사당놀이는 절에서 시작됐다. 사당패 가운데 걸립패는 시주를 받기 위해 기예를 선보였다. 스님이 직접 기예를 배워 선보이는 걸립승도 존재했다.
재가불자로 이뤄진 사당패들은 큰 저자로 다니며 판염불을 합창하며 시주를 걷어 절에 바쳤다. 조선 후기 불교가 쇠퇴하자 사당패는 타락해 술과 기예를 파는 집단으로 전락했고 남사당으로 대치됐다. 전문기예집단인 남사당도 여전히 사찰을 근거지로 활동했다. 소멸될 뻔했던 판염불은 선소리산타령(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으로 명맥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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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현 스님은 “걸립화청이라고 해서 회심곡이나 고사염불 등을 공연하고 시주를 걷어 사찰중흥에 사용하기도 하는 등 사당패는 절에서 키운 걸립승과 전문기예집단을 활용해 시주를 받았던 걸립패, 기예집단인 남사당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며 “사당놀이의 한 가지인 솟대놀이 즉 줄타기는 인도에서부터 불교와 함께 전래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독일 공연을 떠나는 바우덕이 풍물단의 주인공 바우덕이는 안성 청룡사와 인연이 깊다. 동학혁명에 휩쓸려 부모를 잃고 청룡사에서 키워졌다는 말이 전해올 정도다.
한국 남사당패에서 유일한 여성 꼭두쇠(우두머리) 바우덕이는 1865년(고종 2년) 경복궁 중건 당시 안성 남사당패를 이끌고 기예를 뽐내 흥선대원군에게 정3품 당상관 벼슬에 해당하는 옥관자를 받아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때부터 안성 남사당패는 바우덕이 남사당패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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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청룡사는 바우덕이 남사당패의 근거지였다. 당시 사찰재정이 열악했음에도 겨울에 오갈 데 없는 남사당패를 거두었다고 한다. 사찰 건너편에는 남사당마을이 아직도 남아있다. 청룡사와 남사당마을이 있는 이 곳은 불당골이라고 불린다.
바우덕이 남사당패는 청룡사에서 절의 허드렛일을 거드는 불목하니(절에서 밥 짓고 물 긷는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로 겨울을 났다. 봄~가을에는 청룡사에서 준 신표를 들고 안성장터를 비롯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연희를 팔아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었다.
민요에 “안성 청룡 바우덕이 소고만 들어도 돈 나온다. 치마만 들어도 돈 나온다” 구절이 심심찮게 나올 만큼 명성을 얻었던 대중스타 바우덕이는 스물셋 꽃다운 나이에 폐병으로 요절했다. 줄타기 하다가 떨어져서 병을 얻었다는 설도 전한다. 바우덕이의 시신은 어려서 자랐던 청룡사 부근에 묻혔다. 몇 년 전 무덤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가묘를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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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사뿐만 아니라 남사당의 근거지로 밝혀진 경기도 진위, 충남 당진ㆍ회덕, 전남 강진ㆍ구례, 경남 진양ㆍ남해, 황해도 송화ㆍ은율 등에서 활동하던 남사당패들은 겨울이면 지역 근거 사찰로 들어가 삐리(신참)들에게 기예(技藝)를 가르치며 겨울을 보냈다.
민속학자 심우성 관장(공주민속극박물관)은 “부처님에 대한 믿음도 있었지만 겨울에는 묵을 곳이 없었던 남사당패들이 지역 사찰들을 근거지로 활동했다”며 “황해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남사당패들은 절에서 만든 부적들을 팔기도 하면서 기예를 뽐냈다”고 말했다.
△남사당패의 여섯 놀이마당
ㆍ풍물-일종의 농악인 인사굿으로 시작해 돌림벅구ㆍ선소리판ㆍ당산벌림ㆍ양상치기 등 24판 내외의 판굿을 돈 다음 상쇠놀이ㆍ따벅구(벅구놀이)ㆍ징놀이ㆍ북놀이ㆍ새미받기ㆍ채상놀이 등의 순서로 농악을 친다. 꾕가리ㆍ북ㆍ징ㆍ장구ㆍ날라리 땡각(令角)의 잽이(악사)와 법고 등을 포함한 최소 24명이 한조를 이룬다. 어린이를 등에 태우는 무동놀이, 상모놀이가 이어진다.
ㆍ버나-가죽으로 둥글고 넓적하게 만든 가죽 접시 버나를 앵두나무 막대기로 돌리는 묘기이다. 이 놀이의 묘미는 접시 등을 돌리는 사람인 버나잽이와 받는 소리꾼인 매호씨(어릿광대)가 주고받는 재담과 소리에 있다.
ㆍ살판-잘하면 살판, 못하면 죽을판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앞곤두ㆍ뒷곤두ㆍ번개곤두 등 11가지 순서를 가지고 있다. 살판쇠(땅재주꾼)와 매호씨가 잽이의 장단에 맞추어 재담을 주고받으며 재주를 부린다.
ㆍ어름-줄타기 곡예로 얼음 위를 걷듯이 어렵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무대 중앙을 가로지른 외줄을 어름산이(줄꾼)가 건너가며 매호씨와 재담을 주고받는 놀이다. 종류는 앞으로 가기ㆍ장단줄ㆍ거미줄 늘이기 등 15종의 순서가 있다.
ㆍ덧뵈기-탈놀음을 뜻하는 덧뵈기는 춤보다는 재담과 연기가 우세한 풍자극으로 마당씻이ㆍ옴탈잡이ㆍ샌님잡이ㆍ먹중잡이 등 네 마당으로 구성된다.
ㆍ덜미-남사당놀이의 마지막 순서로 우리나라 유일의 전통인형극인 꼭두각시놀이이다. 인형의 목덜미를 쥐기 때문에 ‘덜미’라고 한다. 대개 두 마당 일곱 거리로 박첨지마당(박첨지유람거리·피조리거리·꼭두각시거리·이시미거리), 평안감사마당(매사냥거리·상여거리·절 짓고 허는 거리) 등으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