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정에 선 증인은 셋. 그들의 말이 모두 틀리다?
억수 같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어느 날, 비를 피해 무너져 가는 나생문(羅生門, 교토 근처의 작은 도시를 드나드는 문) 앞에 스님과 나무꾼, 그리고 지나가던 가발장수가 모인다. 가발장수는 그 날 벌어진 괴이한 살인사건 재판의 증인으로 참석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산적 타조마루가 무사를 죽이고 그의 부인을 강간했다는 사건. 산적의 증언에서부터 무사 부인, 죽은 무사의 영혼을 불러낸 무녀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면모가 서서히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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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나생문의 4개의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출연자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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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7월 극단 수의 창단공연으로 성황리에 공연됐고 2005년 서울연극제 인기상을 수상했던 연극 ‘나생문’이 ‘2006 나생문(羅生門)’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6월 10일~7월 2일 ‘나생문’의 최종 완성판 ‘2006 나생문’을 선보인다.
입구는 물론 객석 바닥을 대나무와 흙, 잡초로 꾸민 자유소극장에서 관객은 사건을 몰래 훔쳐보는 목격자가 되어 연극을 관람할 수 있다.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산적과 무사의 아내, 무녀의 입을 빌려 말하는 죽은 무사의 혼령, 목격자 나무꾼 시점에서 4개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처절한 이야기 속에서 스님은 이들의 고뇌를 떠맡으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북 심벌즈 징 꽹과리 등 타악 연주는 한바탕 진실게임이 벌어지는 무대를 더욱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다.
배우 최용민이 고뇌하는 스님 역을 맡고, 최광일이 산적 역을, 장영남이 무사의 아내 역을, 서현철이 가발장수 역으로 각각 캐스팅됐다. 연출은 구태환이 맡는다.
‘나생문’은 일본의 아쿠다카와 류노스케 단편 소설 ‘나생문’과 ‘덤불 속’을 묶어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던 작품이다. 구로자와 감독의 영화는 1951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1952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등을 수상했다. (02)741-3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