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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무대는 산사의 승방으로 꾸며졌다. 드나드는 문에는 보살상이, 천정에는 단청을 입혀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한껏 고취시켰다. 징 북 목탁 등은 다양한 음향효과를 연출해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이제 동안거(冬安居) 중인 겨울산사의 지대방을 훔쳐보러 가자.
칼바람이 매섭게 부는 산사. 그곳에서 철통같은 수행 정진을 하는 스님들에게도 잠시 잠깐의 휴식이 꿀같이 달콤하게 주어지는 공간이 있다. 바로 지대방이다. 지대방은 사찰의 큰 선방 옆에 딸린 작은 방으로, 안거에 들어간 스님들이 참선 중간 휴식할 수 있는 공동생활 공간을 말한다. 몸과 마음을 서로에게 ''기대는 방''이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노장 허운 스님, 고뇌하는 학승 혜산 스님, 막둥이 돈조 스님을 중심으로 평소 볼 수 없는 스님들의 생활상을 펼쳐 보인다. 참선하고 쉬는 시간이 오면 빨래하고 청소하고 포행한다. 스님들끼리 옛 가족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인근 비구니 스님 암자에 익어가고 있을 솔차도 스님들에게는 흥밋거리다.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의 한 조각이다.
그러나 지대방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포행을 하면서도, 쉬면서도, 깨달음은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고뇌한다. 무문관에 든 도문 스님 이야기를 나누며 ‘진정한 깨달음’을 갈망하고, 주인공 혜산 스님은 무문관에 들어갈 뜻을 내비친다.
연극 ‘지대방’은 지루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단박에 씻어 내렸다. 허허실실 마치 원효대사의 한 일면을 보는 듯한 노장 허운 스님은 극이 진행되는 내내 특유의 입담과 해학으로 단체관람 온 여고생 오빠부대를 탄생시켰다.
배우 면면의 깊이 있는 연기도 극에 몰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요인이었다. 자신이 출연하는 날이 아닌데도 관객석 한 편에서 묵묵히 연극을 지켜보는 배우 정진씨의 모습에서 지대방에 대한 배우들의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무슨 소리야?” “노스님, 바람소리인가 봅니다.” “도둑이야!” “불이야!” 미리 관객들에게 준비시킨 문구에서부터 흥에 겨운 관객들의 애드립까지 지대방은 흥겨운 축제의 장이다.
고양에서 왔다는 한 보살은 “소품도 별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2시간 가까운 공연시간 동안 지루할 틈을 안주는 연극”이라며 “깨달음이라는 주제로 이렇게 몰입할 수 있는 연극은 처음”이라고 극찬했다.
7월 9일까지 대학로 김동수플레이하우스에서 요절복통 수행이야기를 풀어놓는 연극 지대방.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내면의 소리를 들으러 ‘지대방’에 가볼까. (02)3675-46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