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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레 종에 과연 아이를 넣었을까?
카이스트 학생들이 파헤친 과학사 '우리과학의 수수께끼'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학생들이 꼽는 한국 과학사의 비밀 8가지는?

2004년 가을학기 카이스트에서 신동원 교수의 ''우리 과학의 수수께끼''를 수강한 학생 28명은 첨성대, 에밀레종, 고려청자, 자격루, 동의보감, 수원 화성, 대동여지도등에 의문을 품고 숨은 비밀을 파헤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삼국시대부터 최근까지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우리의 유물 8가지를 택해 학생들이 직접 수수께끼를 풀어보는 것.

이 책 <우리과학의 수수께끼>는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학생들이 직접 발로 뛰어 찾아보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고, 다시 참고문헌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토론을 통해 글로 발전시켜나간 것을 정리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학생들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갔을까. 문제를 과정속으로 들어가 보자.

성덕대왕신종을 꼽은 학생들의 프로젝트명은 ‘무엇이 에밀레종을 울게 했나’.

학생들은 최신 논쟁거리를 흡수하고, 학생들에게 부족한 지식을 보완하기 위해 다방면의 전문가 인터뷰를 적극적으로 실시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신라 경적왕이 아버지 성덕대왕의 명복을 불교의 이념안에서 승화시키기 위하여 제작에 나섰음에도 아름다운 종소리를 얻기 위해 인이라는 비금속을 풍부하게 함유한 아이를 놓었다는 얘기에서부터 시작한다.

학생들은 당시 신라의 국교가 생명을 존중하는 불교였고, 문헌을 보아도 종을 만든 이유와 성분이 명시돼 있지만 에밀레종을 만들때 아이를 넣었다는 언급은 없다고 강조한다. 학자들을 만나면서부터 확신은 더욱 커진다.

만약 아이를 넣었다면 사람의 뼈에 포함된 인(P) 성분이 검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료를 종내부의 돌출부와 바닥에서 높이에 따라 상중하로 분류하여 성분분석을 했지만 인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이다. 더 정확한 증거자료는 199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극소량원소분석기로 철저히 분석했을때도 인성분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전설이 생겨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진동수가 거의 비슷한 2개의 음파가 간섭할 때 일어나는 현상인 맥놀이(BEAT) 때문.

타종직후 9초가 지나면 대부분의 고주파 음들은 소멸하고 저주파 음들만 남는다. 이중에서 아이울음소리와 비슷한 168헤르츠의 음이 비교적 또렷이 들리는데, 에밀레종의 이 음은 마지막까지 남는다. 이 음을 좀더 자세히 들어보면 168.52헤르츠와 168.63헤르츠의 음으로 분리되는데 이 두음이 간섭현상을 일으켜 두 음의 차인 0.11헤르츠, 즉 9초마다 맥놀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결국 ‘웅웅’하는 듯한 아기 울음소리는 우연이 아니라 현대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현상임을 규명한다.

학생들은 또 40년간 7,000여 개의 범종을 만든 우리나라 유일의 주종장인 원광식 선생의 작업장에서는 에밀레종 소리의 비밀이 모래에 있을 거라는 가정을 뒷받침하는, 감포 바닷가의 흙으로 만든 거푸집을 직접 살펴본다. 또한 국립경주박물관의 유물 보존처리 전문가인 신용비 연구원, 에밀레종을 본떠 만든 종을 예불 전마다 친다는 계룡산 갑사의 동종 관리 스님 등 전문가들을 통해 최신 연구의 한복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밖에도 대동여지도의 정확성을 유클리드 기하학 원리에서 찾고, 수원 화성과 관련해선 화성 축조후 이웃나라가 침공했을 때 어떻게 막아 낼 수 있는지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그리고 정조와 정약용, 노동자 그리고 현시대 건설자가 한자리에 모여 화성 건축기간의 비밀을 풀어가는 가상공간을 꾸몄다. 또 첨성대와 관련해서는 국립중앙과학관에 복원해논 첨성대에 직접 올라가 역할의 궁금증을 풀어가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전문가가 던지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흡수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학생들 스스로 사유하고 정답에 근접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다루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학생들이 머리로 생각하고, 발로 뛴 흔적들이 곳곳에 배어 있다.

김원우 기자 | wwkim@buddhapia.com
2006-05-30 오후 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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