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종교인구 조사결과를 보면 두통을 느낄 정도다. 이웃종교인 가톨릭이 지난 10년 동안 증가한 종교인구 237만명의 92.5%를 차지하는 등 폭발적인 신도 증가세를 보였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불교인구는 1072만명으로 전체 종교인구의 22.8%를 차지해 불교가 아직 가장 많은 신자를 가지고 있다고 나타났지만, 연령별 분포도나 한국사회에서의 신임도나 영향력 등을 놓고 볼 때 이런 숫자는 의미가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천주교가 보여준 불교에 대한 우호적 태도, 전통적 관혼상제와의 유연한 접목 등은 이러한 결과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학자들은 불교의 부진원인을 승려중심의 교단운영과 청렴성 결여, 조직력과 결속력 부재, 복지 마인드 부족 등으로 꼽고 있다. 불교내부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같은 위기론과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지 않았던가. 스님들이 각성해야 한다,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인재를 키워야 한다, 예산이 부족하다, 청소년포교가 급하다, 사이비종단을 정비해야 한다 등등.
그러나 역사의 질곡과 내부적 진통 속에서 한국불교가 떠안은 문제가 너무 복잡해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가야 할지조차 난감한 현실이기에 개혁의 외침은 목소리만 클 뿐 항상 용두사미 꼴만 거듭해 왔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의식 있는 구성원들만 암담한 미래를 걱정할 뿐, 많은 신도들은 교단적 과제를 관심 밖의 일로 젖혀놓고 있고 한편에서는 오로지 자기 몫을 넓혀가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승려들이 적지 않은 게 한국불교의 뼈아프지만 솔직한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정녕 대책은 없는 것인가? 불교의 자생력과 경쟁력은 바로 ‘불교’라고 주장하고 싶다. 한국불교의 과제는 그 조직과 재정, 교육, 사회적 기여활동 등에 얼마나 불교적 이념이 잘 용해되어 있는가에 따라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동시에 스님들을 포함해 불자들이 자기 삶 속에서 얼마나 불교적 이념을 잘 구현하고 있는가가 한국불교가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를 가름할 유일한 잣대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