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2003년 총무원에 비구니 부장을 임명하는 등 비구니 인력 활용과 역할 강화를 기점으로 태고·천태·진각종 등 주요종단의 비구니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태고종이 지난해 말 설립한 울산 보덕사 비구니 전문강원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천태종은 비구니스님들에게 본말사 주지직 임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등 각 종단 비구니스님들의 위상이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특히 비구니스님들은 사찰의 재정관리와 어린이·청소년, 문화 복지 등의 포교분야에서 주로 활동하며 각 종단의 살림살이와 교세 확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조계종 다음으로 큰 규모의 비구니회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는 태고종은 비구(5천명)와 비구니(1천명)의 비율이 약 5대1 정도로 열세에 있다. 하지만 1990년 조직된 비구니회는 16여년에 걸쳐 위상 강화를 위해 세미나와 총회, 복지행사 등을 개최하며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비구니 전문 교육기관인 강원의 지원을 위해 전국 비구니회 회원 스님들로부터 기부금을 약정 받아 계속 모금중이다. 또 기부금은 전국 비구니회의 통장을 통해 비구니 강원에 매월 지원금이 지급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태고종 비구니 스님들은 주로 비구 스님들과 동등하게 각 사찰의 주지를 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태고종이 강세를 보이는 영산재 분야에서도 비구니스님들의 활동폭이 크다.
하지만 종단의 종무 행정에는 활동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높다. 종회의원 53명중 비구니스님은 여초 스님(비구니회 회장) 단 한명뿐이고, 총무원에도 월간 <불교>에서 일하는 지선 스님이 유일하다.
이에 대해 사회부장 법현 스님은 “비구와 비구니의 차별이 없는만큼 비구니스님들이 의지만 있다면 더 많은 스님들이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각 종단 비구니스님들의 위상 강화중 올해 가장 주목되는 곳은 천태종이다. 지난 4월초 총무원장 정산 스님은 취임사에서 “비구니스님들에게 말사 주지직의 소임을 맡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며 비구니스님들의 활동 폭을 크게 넓힐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현재 천태종 비구니스님들은 각 사찰의 살림살이를 주로 맡아오거나 어린이 청소년 포교와 종단 산하의 복지시설 등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천태종은 350여곳의 사찰수에 비해 주지직을 맡고 있는 비구스님은 200여명 밖에 안돼 250여 비구니 스님들을 종무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현재 천태종 비구니스님 중 총무원에서 근무하는 스님은 총무업무를 담당하는 학산 스님이 유일하다. 또한 종회의원도 총 30명(재가불자 50%, 스님 50%)중 3명 정도다.
이에 지난해말부터 우선 비구니 스님들도 1인당 2~3개 사찰씩 지도법사 소임을 맡겨 신도들의 수행지도를 하는 등 포교 활동 폭을 넓혀주고 있는 상태다.
진각종의 경우, 타종단과 달리 ‘전수’로 불리는 여성 성직자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현재 진각종 전수는 150여명. 비구에 해당되는 정사(130명)보다 약간 많은 숫자다. 이들 전수들은 130여곳의 각종 심인당에서 정사들과 동등한 자격을 갖고 포교활동에 임하고 있다. 여성인 전수들의 특성상 이들은 주로 신도들의 가정을 방문해 신행상담을 해주는가 하면 가정 법회를 주도하거나 심인당의 안살림을 맡고 있다.
최근들어 종단의 종무행정에도 적극 관여하고 있다. 지난 4월 바뀐 종회의원 37명중 3명이 전수이며, 종단의 통리원에도 문화사회부장 이행정 전수가 소임을 맡고 있다.
법상종도 전국 비구니 모임을 통해 임원진을 새로 구성해 조직 강화에 힘쓰고 미륵종은 비구니회 재구성을 추진 중이다. 총화종, 원융종, 일승종 비구니회도 최근들어 모임을 갖고 활성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