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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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가 낳은 ‘문제’ 불교에서 ‘답’ 찾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주최 ‘지식기반 사회와 불교생태학’ 국제학술대회
“부처님은 자연(생명·생태)을 해하는 것을 금기시했으며 자연환경 속에서 지내는 삶을 강조했다.”

영국 런던 골드스미스대 데미언 키온 교수는 5월 25일과 26일 양일에 걸쳐 동국대에서 열린 ‘지식기반 사회와 불교생태학’ 국제학술대회에서 불교의 덕(德)을 통한 생태학적 접근을 시도했다.
키온 교수는 과학의 발달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도덕적 해이와 환경문제, 생명조작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을 점검하고 ‘과학적 지식에 대해 불교적 지혜와 덕이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모색했다.

키온 교수는 ‘덕의 윤리학과 환경’이란 논문을 통해 “덕 윤리학은 행위보다 행위주체의 역할을 강조하는 관점으로 규범이나 행위의 결과보다는 개인의 인격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으며 불교의 덕은 육바라밀 중 보시와 인욕이다”며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덕은 비해악과 비폭력을 의미하는 불교의 불살생이다”고 주장했다.

또 키온 교수는 “불교와 덕 윤리학이 자연친화적인 태도를 내재하고 있지만 이것이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 ‘자연을 개발해야 한다’ 등의 논쟁의 해결점을 제시해 주지는 의문이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덕과 아울러 실천적 이성을 이끌 방법론적인 일련의 법칙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키온 교수는 교계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연질서에 대한 불교의 교리와 사상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포괄하고 있다”며 “배아줄기세포연구와 인공유산, 안락사 등의 문제는 의료윤리학적 관점뿐만 아니라 불교의 덕의 윤리와도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또 같은 날 대회에서 ‘빈곤과 불교적 생활방식’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한 스웨덴 생태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여사는 단절된 사회와 세계적 빈곤에 대한 치유법을 ‘합일과 상호의존’이라는 불교의 1인칭적인 접근법을 통해 계ㆍ정ㆍ혜 삼학을 융합시킨 이론을 제시해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또 ‘세계화된 경제’에 대해 헬레나 여사는 ‘모든 사회가 일괄적으로 집중 관리되는 경제에 의존하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동일한 미디어 시스템을 공유하며 심지어 사고의 과정도 같은 세계’라고 정의했다.

덧붙여 헬레나 여사는 “불교는 전체론적인 접근을 통해 다양한 징후들이 어떻게 상호 연관되고 우리가 직면하는 위기들이 얼마나 체계적이며 경제적 명령에 뿌리박고 있는지 아는데 도움이 된다”며 “과학 기술의 발달과 기업적 제도로 만들어진 세계 경제적 체계보다는 우리 이웃들과 주변의 생명과 환경에 의존하는 것이 더 현명한 깨달음의 반영이다”고 제시했다.

노르웨이 출신의 평화학자 요한 갈퉁은 그의 논문 ‘심층생태학, 심층문화 그리고 위기사회-평화와 불교’를 통해 생명의 범위를 인간에서 모든 생명체로 확대해 각 종교의 가치관의 한계와 가능성을 집중 조명했다. 그는 “이성적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들도 도덕적 대상으로 여길 필요가 있으며 이들 또한 행복과 고통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측면까지도 고려한 불교가 생명·생태·환경에 대한 제반 문제를 풀 수있는 유일한 열쇠다”고 평가했다.

한편 불교생태학과 서구사상을 주제로 한 제2분과 발표장에서 안옥선 교수는 네스의 심층생태학에서의 동일시와 불교의 동체자비의 유사성을 △전일론적 존재론과 연기론 △자리이타의 원리 등을 근거로 연구한 논문 ‘심층생태학의 동일시와 동체자비’를 발표했다.

안 교수는 “심층생태학에서의 자아실현과 불교에서의 해탈을 추구하는 사람은 동일시와 동체자비의 실천을 떠나서는 그 목적을 이룰 수 없다”며 “동일시와 동체자비를 통해서 전일론적 존재론과 연기라는 존재실상에 합치되는 삶을 구현함으로써 자기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가 함께 최고의 선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전남대 이중표 교수의 ‘불교와 일반시스템이론’ 고려대 양형진 교수의 ‘지식정보 사회와 자연세계에 대한 불교적 네트워크 이론’ 동국대 윤영해 교수의 ‘포스트모더니티와 생태불교학’ 미국 위스콘신대 리타 그로스 교수의 ‘실타래-불교와에코페미니즘’ 등의 논문도 관심을 끌었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원장 박경준)이 주최한 이번 대회는 이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인 ‘환경·생태’문제를 조명하고 지식기반에 부응하는 ‘생명과 평화’실현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총 4개 분과와 종합토론으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대회는 국내학자 12명과 외국학자 9명이 참가했다.

각 분과는 △지식기반 사회와 환경문제(제1분과) △불교생태학과 서구사상(제2분과) △불교생태학의 학제적 접근(제3분과) △미래사회의 평화와 불교생태학(제4분과) 등 생명ㆍ생태와 응용불교학 전반에 걸친 내용을 다뤘다.


‘지식기반…’ 대회 참석 외국 석학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헬레나


보존과 개발의 대립된 문제를 지적한 <오래된 미래(1992)>의 저자. 1946년 스웨덴 출생인 그녀는 오스트리아, 독일 등지에서 철학, 심리학 등을 전공했다. 1980년 ‘라다크 프로젝트’라는 국제조직을 만들었으며 1986년에는 대안적 노벨상이라 불리는 ‘바른생활상’을 수상했다.


△데미언 키온
데미언 키온


영국 런던 골드스미스대 인도종교학 교수. 1951년 영국 출생으로 1992년 옥스퍼드대에서 초기불교윤리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불교 생명·윤리 전문가로 불교계에 생명·윤리를 일깨우는 역할에 자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불교윤리학의 본질(1992)> <불교와 생태학(1992)> 등이 있다.


△요한 갈퉁

요한 갈퉁


노르웨이 출신의 평화학자이자 평화운동가. 1930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대 이후 남북한을 수십 차례 방문한 한반도 전문가이기도 하다. 현재 하와이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그의 제국주의 이론과 종속이론은 1970년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가 소개한 구조적 폭력과 적극적 평화는 특히 주목받는 개념들이다.


△이안 해리스

이안 해리스


영국 세인트 마틴대 교수. 캠브리지대학에서 불교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초기 대승불교에 있어서 중관과 유식이 연장선(1991)> 등의 저서와 불교와 생태적 윤리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영국 불교학협회 창립멤버이며 현재 20세기의 불교와 정치 및 불교생태학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노병철 기자 | sasiman@buddhapia.com |
2006-05-26 오후 6: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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