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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1번지 조계사(주지 원담)는 올해 하안거를 맞아 지난 5월 12일부터 100일간 진행하는 ‘원담 스님과 함께 하는 새벽기도’ 동참자들을 위한 버스를 배치해 매일 신도들을 법당으로 안내하고 있다. 노선은 의정부 · 상계, 구리 · 중랑, 분당 · 잠실, 송파 · 강남(2), 관악 · 남대문, 철산 · 마포, 부천 · 강서, 양천 · 신촌, 일산 · 구파발, 서대문, 평촌 · 안양 등 12개다.
“버스 배치로 새벽기도 동참 신도 증가”
5월 18일 새벽 3시. 부천과 서울 강서 지역 신도들을 태우러 온 버스가 부천시 소사역에 도착했다. 환하게 불을 켜고 있는 가로등만이 ‘한밤중’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잠시 후 김기일(80 · 경기도 부천시 소사동)씨가 첫 번째 승객으로 버스에 오른다. 30여년 전부터 조계사에 다니고 있는 ‘묵은’ 신도지만 올 봄 조계사 불교대학에 등록한 늦깎이 ‘학생’이다. 김씨는 “사찰이 마련해준 버스를 타고 100일 동안 새벽기도를 올리면 나에게 많은 변화가 올 것이라 믿는다”며 맨 앞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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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네거리에서 버스에 탄 박복경(36·서울시 양천구 신정4동)씨는 새벽기도가 처음이다. 평소 기도에 동참하고 싶었지만 4시 30분까지 조계사에 도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망설여왔다. 박씨는 “지하철로 가더라도 조계사까지는 1시간 이상이 걸린다”며 “‘도로 가는 버스’ 덕분에 마음만 굴뚝같았던 사람들이 새벽기도에 동참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화곡역에서 두 딸 최현주 · 수경씨를 데리고 버스에 오른 박천대자(64 ·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씨는 “이렇게 편안하게 기도를 올리면 둘째와 셋째 딸이 조만간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신도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으면서 어느새 버스 안에는 20여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다.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사람들이 버스에 오를 때마다 주고받는 인사도 자연스럽다.
새벽 3시 25분 부천을 출발한 버스는 어느새 역곡역, 신정네거리역, 화곡역, 강서구청, 마포고등학교, 마포구청 등을 거쳐 4시 20분에 조계사 일주문 앞에 도착했다. ‘승객’ 20여명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일주문에 들어선다.
“신도 원하면 버스 운행 계속”
일주문 앞에서는 조계사 교무국장 석연 스님과 재무국장 원경 스님이 신도들을 맞이하고 있다. 석연 스님은 “바쁜 일상생활 때문에 새벽이나 저녁에 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동안 사찰이 이런 신도들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는 데는 많이 인색했다”며 “신도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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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30분부터는 대웅전에서 본격적인 새벽기도가 계속됐다. 조계사 주지 원담 스님을 비롯한 사중 스님들과 신도 150여명은 경건한 모습으로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절을 한다.
예불에 이어 천수경을 봉독하고 축원기도와 <관세음보살 보문품> 독경, 석가모니불 정근을 계속하니 시간은 어느 덧 6시가 다 됐다. <관세음보살 보문품>은 조계사가 이번 백일기도를 위해 한글로 풀어서 독경집으로 엮은 것이어서 신도들은 어렵지 않게 독경에 동참한다.
100일 기도 중의 7일째였던 이날 기도는 이렇게 끝났다. 기도에 참석한 불자들의 일부는 자리를 계속 지키며 경전을 보거나 절을 했다. 기도가 끝나자마자 자리를 정리한 진정희(51 · 서울시 양천구 목2동)씨는 “남편 출근과 아이들 등교를 챙겨야 하기 때문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며 “100일 기도 이후에도 신도들을 위해 버스를 운행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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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후 신도들을 배웅하던 원담 스님은 “신도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것”이라며 “조계사의 이번 버스 운행이 다른 도심사찰들에게도 좋은 모범 사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어둠과 밝음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새벽기도. 불자들은 이렇게 하루하루의 새벽기도를 통해 신심 향상의 빛을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