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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들의 존경을 받았던 조계종 초대 종정 만암 스님은 “받아먹기만 하는 불교는 망하고, 나누어 줄줄 아는 불교라야 산다.”면서, 평소 ‘시주로 사는 불교’에서 ‘생산하는 불교’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폈다. 몸소 자립경제의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반농반선을 실천해 사찰수입을 20배 이상 늘리기까지 했다.
이제 사찰의 자립경제 실현은 시대의 반영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분위기가 한층 성숙했다. ‘생산불교’로의 과감한 변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미지 고려 점진적 추진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투자는 위험부담이 따르기 마련.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찰이 사업을 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신경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찰의 사업 진출은 단순히 한 사찰의 문제가 아니라, 곧 불교의 이미지와도 직결된다. 신도들에게 자립경제의 필요성을 보다 깊이 인지시킴으로써 불교계내 정서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은 물론, 종교단체가 이윤을 추구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신도들은 사찰의 자립경제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소비자이면서 홍보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립경제를 꾀하는 사찰의 선례에 대한 조사와 타당성 조사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취득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다가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주 영평사의 경우 주변에서 사찰이 사업을 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한때 고전했지만,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이바지, 원칙에 입각한 운영 등을 통해 지금은 이를 극복해냈다. 나아가 이윤으로 지역내 복지활동에 적극 나섬으로써 호평을 얻고 있다.
#미개척 시장을 개척하라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상품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아이템으로 사업을 한다면 사업은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이템 선정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일이다. 광범위한 유통망과 시장성을 갖춘 기업들과의 경쟁은 오히려 투자위험을 높일 뿐이다.
따라서 사찰의 투자는 ‘블루오션 전략(Blue Ocean Strategy)’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도 목표로 삼고 있지 않아 성장 잠재력을 가진 미개척 시장을 개발하는 것이 새로 시작하는 사업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방대한 토지와 임야 등 사찰의 풍부한 자원과 특성을 살린 ‘우리절만의 아이템’을 개발한 후 사업을 시작한다면 그만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불교적 특징을 잘 반영한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불교의 상징인 연(蓮)을 이용한 상품을 주력상품으로 정한 강화 선원사의 사례는 좋은 예다. 선원사는 시중에 많이 보급돼있는 연차 대신 연칼국수, 연냉면, 연근가루 등을 상품으로 내놓는 특성화 전략을 내세웠고, 선원사가 보유하고 있던 논에 연지를 조성해 결과적으로 생산원가를 낮추며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요리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강화 선원사 주지 성원 스님은 “똑같은 아이템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며 “사찰이 갖고 있는 풍부한 자원에 사찰의 특성을 결합시켜 자립경제에 나선다면 경쟁력에 있어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과도한 투자는 금물 ‘능력껏’
아이템을 선정했다면 좋은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해도 생략해서는 안될 과정이다. 섣부르게 자립경제를 시도한다면 실패할 확률 또한 높아진다. 좋은 아이템과 좋은 상품은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갖춰야할 전제조건에 해당한다.
과도한 투자는 금물이다. 투자는 능력껏 또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지는 것이 좋다. 더군다나 견디기 힘들 정도의 빚을 내어 투자하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할 선결조건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갖고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투자는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사업에 있어서 초기 투자비용을 곧바로 회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찰의 자립경제를 위해 양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자립경제를 실현한 사찰간 공동 유통망 구축도 필요하다.
#지역민 결합-초심 지켜라
사찰이 자립경제를 꾀할 때에는 지역민과의 효율적인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넓은 시각으로 ‘생산불교’를 바라보고 시도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초심’과 ‘원칙’은 자립경제를 꾀할 때 가장 유의해야할 키워드다. ‘초심’과 ‘원칙’이 사업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영평사 주지 환성 스님은 “아무리 좋은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초심’을 잃으면 수행자가 아닌 사업가에 불과하고, 최고의 정성과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낸다는 ‘원칙’이 무너지면 부도덕한 사업으로 전락한다”며 “사찰의 스님들과 신자들이 함께 ‘초심’과 ‘원칙’을 세우며 자립경제를 시도한다면 ‘생산불교’의 길은 한걸음 가까워질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