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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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장묘문화 선도… 법규ㆍ입지조건 살펴야
[집중기획]수목장- 불교계 준비 현황과 과제
사진제공=은해사
자연친화적 장묘문화로 각광받고 있는 ‘수목장(樹木葬:화장 후 뼛가루를 나무 아래에 묻는 장묘법)’이 뜨고 있다. 영천 은해사는 작년 2월부터 5만 여평 규모의 수목장림을 조성해 이미 150여 그루의 추모수를 안치해 수목장 장묘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경주 기림사는 5월 11일 수목장을 새로 개설했다. 월정사, 백양사, 수덕사 등 전국 20여 사찰에서도 수목장림 조성을 적극 검토 중에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국 산림정책연구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30대 이상 성인남녀 59%는 수목장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보건복지부와 산림청도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수목장을 정착시키기 위해 장사 등에 관한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이처럼 수목장이 웰빙형 장묘방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간단하다. 매년 약 13만여기의 분묘 신설로 인한 국토면적 잠식방지는 물론 납골시설로 인한 산림 훼손을 방지하고 전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숲을 지속적으로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계의 수목장 준비현황과 과제를 살펴봤다.


# 종교계 수목장 설립 쉬워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자연장에는 고인과 유족의 성명 등을 기록한 간단한 표식만 할 수 있고, 비석이나 상석 등 묘지시설은 설치할 수 없다. 개인·가족단위 자연장의 면적이 100㎡ 미만일 경우 자신의 소유 산지 등에 설치하고 관할 시·군·구에 신고만 하면 되나 100㎡ 이상의 자연장 구역을 설치·운영하려 할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구역 지정을 받아야 한다.

또 1000㎡ 이상 대규모 자연장 구역을 설치·운영하려면 재단법인 설립을 의무화 했으나 문중이나 종교법인, 공공특수법인에 대해선 이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자연장 가운데 수목장림의 경우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장이 기존 국·공유림을 활용, 30만㎡ 이상 대규모로 조성, 운영토록 했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화장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의 주민이 타 지역 화장장을 이용할 경우 화장장 이용료를 비싸게 받도록 해 지자체들이 화장시설 확충에 적극 나서도록 했다.

특히 개정안은 자유업인 장례식장을 영업 신고제로 전환하는 한편 교회나 성당, 사찰 등이 유골 500구 이상의 납골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선 먼저 재단법인이나 종교법인을 설립토록 기준을 강화했다.

장사 등에 관한 입법예고안은 이달 중 공청회를 거쳐 6월에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기존 수목장시설 중 법에 저촉되는 사항이 있을 경우 법 발효 뒤 6개월 이내에 시정하면 된다.


# 20여 사찰 수목장 운영 검토

현재 수목장림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는 사찰은 영천 은해사(주지 법타)가 대표적이다. 또 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산 흥국사, 공주 갑사, 장성 백양사, 예산 수덕사, 화성 용주사, 밀양 표충사, 평창 월정사, 남양주 봉선사, 단양 정암사 등 20여 사찰에서 수목장 개장·운영에 대해 적극 검토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해사는 작년 2월부터 사찰 일대 부지 5만평 규모의 수목장림을 조성하고 현재 150여 그루의 추모수를 안치해 수목장 장례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은해사는 또 인근 부지에 10만평 규모의 수목장림 2곳을 추가로 건립해 내년 초에 개장할 예정이다.

은해사 수목장림의 장점은 인공림이 아닌 자연림을 그대로 추모수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더욱 특이할 만한 것은 개신교나 가톡릭 신도들의 은해사 수목장림 이용 빈도가 30%대를 상회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수목장의 활용은 종교 간 벽을 허물고 나아가 새로운 포교 패러다임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목장을 운영하기 위한 방법과 절차도 간단하다. 사전에 유골을 안치할 추모수를 미리 정해 놓고 장례 당일에 유골을 추모수에 안치하면 된다. 단 장례일에 화장증명서, 주민등록등본(또는 사망증명서)은 필히 관계 수목장 운영소에 제출해야 한다.

유골이 안치될 추모수는 개인형(2백만원 상당), 부부형(300만원 상당), 가족형(4백만원 상당)으로 분류돼 있다. 추모수 관리비는 당해 수목장림 관리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은해사의 경우 1년에 5만원으로 책정돼 있어 호화 납골당 등에 비해 훨씬 저렴한 편이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신도들을 대상으로 7년 전부터 수목장림을 개장해 온 단양 정암사(주지 우엽)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은해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정암사는 사찰 일대 300여평 규모의 수목장림에 현재 10여 그루의 추모수를 조성했다.

우엽 스님은 “수목장 운동은 불교계가 친환경적인 장례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라며 “사찰 소유림을 적극 활용해 불교계가 묘지와 환경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해사 원주 윤광 스님도 “우리나라는 유골 존중사상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어 산골(散骨)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고, 아직까지 매장문화가 익숙한게 현실이다”며 “앞으로 불교계가 제행무상, 제법무아에 뿌리를 둔 수목장에 대해 올바로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라

수목장은 2004년 9월 고려대 김장수 명예교수의 수목장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어 황인성 前 국무총리 등 2백여명의 각계인사들은 지난해 5월 모임을 갖고 ‘수목장은 자연에서 태어난 인간이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가장 자연친화적인 묘지’라고 선언하고 자신들도 사망한 뒤 나무 밑에 묻히겠다는 ‘수목장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였다.

또 경기도, 경북도, 인천시, 광주시, 용인시 같은 지방 자치단체들도 앞다퉈 관련 조례를 정비하고 수목장림을 지정해 적극 권장중이다. 민간에서는 ‘수목장을 실천하는 사람들’ 같은 단체가 생겨나 관심을 끌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산지보전협회, 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수목장포럼 등은 각종 세미나와 강연회를 개최해 국민들에게 수목장을 알리고 있다. 명지대 가정의례학과, 서울보건대 장례지도학과 등도 한국현실에 맞는 수목장법을 개발하고 있다. 자연장 운영사례로는 △온누리교회의 ‘온누리 가족나무 동산’ △인덕원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장묘문화센터 추모의 숲(산골공원) △사회복지법인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살레시오의 집 등이 대표적이다.


# 과제는?

그렇다면 불교계가 ‘수목장’ 장례문화를 선도하는 데 있어 해결해야할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국립공원 내 사찰들이 수목장을 개장할 수 있는 법령 개정 △자연재해(산불, 병충해 등)로부터 수목장림 보호 장치 마련 △장례상업주의 배격 △수목장과 맞물린 포교시스템 체계 개발 등이 급선무 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 목소리다.

특히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 내에 위치한 사찰들이 수목장을 조성할 경우 자연공원법 제18조 1항과 제23조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원관리팀 남태한 계장은 “사방이 바다로 싸여진 도서지역 외 자연환경지구에는 장사 등을 허용치 않고 국립공원 내 벌목이나 야생식물 등의 채취 나 훼손 시 공원관리 측의 허가를 득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연공원법 제18조 1항과 제23조가 개정되지 않는 한 국립공원내 사찰의 수목장 조성은 위법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 계장은 장사 등에 관한 이번 입법예고가 특별법으로 제정된다면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국립공원 내 사찰에서도 수목장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불이나 홍수, 병충해 등으로 인한 추모수의 유실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수목장 전문업체 ‘수림장(사장 조효성)’의 권상우 실장은 “자연재해에 대비한 수목장 보험이나 유골 주변에 위치추적장치를 장착하는 방법 등도 있지만 아직까지 활용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목장림을 많이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자연장의 현장은 유족이나 지인들이 언제고 생각날 때 찾아가 추모하고 편히 쉴 수 있는 공원같은 장소가 되어야 한다.
특별한 날에만 찾아가는 묘지나 납골시설 개념이 되면 별 의미가 없다. 따라서 인근 사찰이나 공원 같은 곳에 수목장림을 조성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잔디밭이나 꽃밭을 선호하는 사람들, 강이나 바다에 뿌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줄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상업주의가 끼어들 소지를 차단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벌써 수목장 나무 한 그루에 적게는 2백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을 호가한다는 소식도 호화 납골당의 전철을 밟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때문에 수목장 주변에는 휴게시설이나 편의시설 등을 짓지 않고, 자연림 속에서 조용히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만 전용되어야 한다.

은해사 주지 법타 스님은 “현재 일부 사찰과 단체에서 실험적으로 수목장을 도입하고 있으나 기준이 없어 상업성을 띨 우려도 있다”며 “기존의 장례법을 면밀히 검토해 과다한 장례비용도 줄이고 국토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장례문화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한명우·노병철·유철주 기자 |
2006-05-19 오전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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