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주지 정념)는 5월 18일 낙산유스호스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화재로 피해를 입은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75호 해수관음공중사리탑을 해체 수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부처님 진신사리 1과와 사리호, 불탑 봉안문, 비단보자기 등 9건 19점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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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정영호 박물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발견된 유물들은 언제부터인지 약간 기울어져 있던 공중사리탑이 화재로 피해를 입어 보수하던 중 4월 28일 오전 편구형의 탑신 상면에서 직경 23㎝, 깊이 17㎝의 사리공에서 발견됐다”며 “부처님 진신사리는 금, 은, 동제합 속의 갈색 사리호에 쌓여져 있었고 보관 상태가 아주 양호하며 특히 함께 발견된 222㎝ 길이의 불탑봉안문에서 조성연대와 경위 등이 구체적으로 명기되어 있어서 사리장엄은 국가지정문화재급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국유사>에 “자장율사가 선덕여왕 12년(643년)에 부처님 진신 사리 1과를 갖고 낙산사를 창건했다”는 기록이 있고 공중사리탑이 조성될 당시에는 부처님 진신사리 이외에는 ‘사리’라는 명칭을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에 발견된 사리는 부처님 진신 사리인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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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관음공중사리비명에 의하면 이번에 공개된 부처님 진신사리는 1683년 홍련암을 보수하면서 공중에서 떨어졌고 9년 후인 1692년 공중사리탑에 보관됐다. 실측 결과 부처님 진신사리는 폭 0.8㎝, 높이 0.6㎝ 크기며 유백색으로 광채를 내고 있다.
한편 사리장엄에서 함께 발견된 복장물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에 발견된 사리장엄에서는 금, 은, 동제합을 싼 비단 보자기 8점에는 화문, 봉황, 연화문 등이 수놓아져 있고 형태나 색감 등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복식 전문가인 박성신 단국대 교수는 “복장 유물 가운데 비단 등 복식물은 분묘 등 출토 유물과 달리 전시대에 걸쳐 색감, 문양 등이 남아있어 복식연구에 소중한 자료가 된다”며 특히 당시 봉황은 왕실에서만 쓸 수 있었다는 점으로 보아 공중사리탑 조성에 대해 왕실에서의 후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격자 모양의 짠 금직 유물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형태라 학계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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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 주지 정념 스님은 “중창불사가 한창인 가운데 부처님 진신사리가 발견돼 말로 형언한다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기쁘다"며 "낙산사 중창불사의 원만 회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스님은 “사리 장엄대를 설치해 친견법회를 가진후 사리는 다시 탑에 봉안할 예정이며 사리장엄은 후대를 위해 문화재로 잘 보존하겠다”고 말했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낙산사 공중 사리탑은 해수관음상 앞에 있는 관음전 옆의 숲속에 봉안되어 있으며 조선 중기인 1692년(숙종 18년)에 석겸(釋謙) 스님 등이 세웠다고 전한다. 탑이 완성된 이듬해 수춘거사(壽春居士)라는 문사(文士)를 초빙하여 탑비(塔碑)를 적었는데 이 탑비는 현재 홍련암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