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보이차에 관한 지식을 예로 들어보자. 당신은 보이차에 대해 어떤 정보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가? 그 정보는 어느 정도 믿을만하며 깊이가 있는가? 이치에 맞지 않는 궤변을 정보라 믿고 자신의 판단을 위태롭게 만든다면, 아무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2002년에 제정된 보이차의 정의에 대한 키워드는 산지, 원료, 가공법이다. 산지에 대해 누군가가 “운남 대엽종 종자를 아프리카나 미주에서 재배한다면 그것은 보이차가 아니란 말인가?”되묻곤 한다. 이에 대해 필자의 답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왜 안 된다는 것인지를 과학적으로 풀어보도록 하겠다.
운남 지역은 차나무의 원산지로 지금도 야생 차나무들이 즐비하게 있는 곳이다. 이곳은 빙하기일 때도 생태계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을 정도도 야생식물들이 원시상태로 잘 보존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구상에서 우리가 보이는 차나무의 형태는 교목형, 반교목 그리고 관목형으로 나뉘어져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종류의 차나무들을 별개로 생각하고 있으나 연구에 따르면 교목형이든 관목형이든 차나무의 세포 속에는 모두 30개의 염색체가 있다. 이는 곧 두 가지 형태의 차나무일지라도 하나의 종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에 학문적으로 차나무 형태 중 교목은 원시형, 관목은 진화형, 반교목은 과도형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관목형 차나무들은 모두 교목형에서부터 진화된 차나무라는 것이다.
위도가 낮은 남쪽 열대지방에서는 잎으로 전달된 아미노산 성분이 떫은맛을 내는 폴리페놀로 전환되기 때문에, 감칠맛이 부족하고 떫은맛이 강하다. 이러한 원료로 녹차를 만들 경우 품질이 떨어지기에 발효차를 만드는 것이 적합하다. 이와 반대로 온도가 낮은 북쪽 한랭지역의 차나무는 질소화합물의 합성과 축적작용이 유리하기에 아미노산, 카페인등 질소함유물질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에 차나무의 뿌리에서 흡수된 아미노산 성분이 줄기를 통해 잎에서 분해되지 않고 축적되어 차의 맛 중 감칠맛이 많아져 녹차를 만드는데 적합하다.
연구에 따르면 같은 품종의 차나무일지라도 위도에 따라 화학성분의 함량도 차이가 난다. 이런 시험이 행해진 적이 있다. 운남성 맹해에서 자란 저엽종을 절강성 항주에 심었더니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동사(凍死)했다. 그러나 주위의 사천(四川)지역에서 일정 기간 심어 추위에 대한 내성을 기른 후 다시 항주에 옮겨 심었더니 동사되지는 않았으나 나무와 잎들이 왜소화(矮小化)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같은 뿌리의 차나무에서 자란 찻잎일지라도 맹해와 항주에서 자란 찻잎의 성분은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위도가 낮은 남쪽 맹해의 찻잎에서는 폴리페놀, 카테킨 등 내용물들이 항주에 비해 월등이 높았고, 이와 반대로 아미노산과 카페인 등 질소화합물들의 함유량은 항주의 찻잎에서 많이 나타난다. 이는 보이차의 원료로는 맹해의 찻잎이 적합한 반면 항주의 찻잎은 녹차를 만드는데 적합하다는 과학적 결과이기도 하다.
이것이 왜 같은 차나무일지라도 다른 지역에서 자란 찻잎으로 보이차를 만들 수 없다고 하는지에 대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