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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배 화백은 최근 펴낸 <다묵화첩(茶墨畵帖)>(인사동문화)에서 우리나라에 전해지는 다화와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종합예술이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차문화가 회화와 함께 공존해 왔음을 화첩을 통해 밝히고 싶었다”는 김 화백은 “당시 현실에서 이루어졌던 차 생활을 그림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차 그림’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김 화백은 우리나라의 차 그림을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유형은 사찰에 전해지는 불화나 나한도 등이다. 선 수행과 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보니 차를 준비하거나 차를 마시는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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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송광사에 소장된 16나한도에는 차를 준비하는 동자가 한 모퉁이에 서서 나한에게 차를 올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또한 화폭에 여러 명의 나한을 그리기도 했는데, 이것을 ‘나한다연도(羅漢茶宴圖)’라 하다. 현의 스님의 ‘차 공양 탱화’(그림 ①)나 작자 미상의 ‘존자헌다 탱화’(그림 ②) 등이 이에 속한다.
‘차 공양 탱화’는 정확히 그려진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조선시대 현의 스님이 그렸다고 전해진다. 차의 성지 해남 대흥사에 소장된 이 탱화는 당시 불가에서의 차 생활이 일상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전남 송광사에 소장되어 있는 ‘존자헌다 탱화’는 작자 미상의 작품으로 존자(尊者)들에게 차를 달여 헌다하는 풍경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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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유형은 그림 속에 차를 다루는 인물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일명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나 책거리 그림, 또는 부적 등이 이에 해당된다. 기명절지도란 도자기나 청동기 등의 각종 그릇에 연꽃, 국화 등을 긴 그림을 말한다. 조선후기의 선비화가 강세황(1713~1791)은 기명절지도의 대가로, 차와 관련된 다양한 그림을 그렸다. 장승업도 기명절지도의 일가를 이루며 특색 있는 우리 차 그림의 유형을 형성했다.
세 번째로는 산수화를 들 수 있다. 조선시대 그림에서는 중국처럼 차와 사람을 명확하게 묘사한 작품은 많지 않으나, 전체적인 분위기 속에서 차를 마시는 풍취와 차와 관련된 상황을 그리고 있다. 조선후기로 가면서 차를 준비하는 다동(茶童)과 동자승이 등장하게 된다. 조선시대 실학자이자 차를 즐겼던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석천물로 차를 달이며’(그림 ③)는 차와 관련된 기물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바람이 일어나니 차 끓이는 연기는 죽탑(竹榻)에 피어오르고 석천 가을 물로 향기로운 차를 달이다’라는 글을 통해 차 마시는 풍취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