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와 성직자의 수입을 후원금으로 봐야 할까, 급여로 봐야 할까?
정부가 오랫동안 판단을 미루고 있는 사이 최근 한 시민단체가 성직자들의 과세문제를 집중공격하기 시작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5월 8일 ‘종교비판 자유실현 시민연대(이하 종비련)’가 “종교인 대부분이 탈세를 하고 있는데도 국세청이 종교인에 과세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국세청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에앞서 국세청은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가능한가’를 재정경제부에 질의해 놓은 상태였다. 관계당국도 해묵은 조세 현안의 하나인 이 문제를 어떤 형식으로든 매듭짓고 넘어가려는 의지를 보인 것. 그러나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9일 종교인에 대한 과세문제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종교인의 활동은 직업이냐, 아니면 봉사냐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직업이라면 당연히 세금을 물어야겠지만 종교인 수입을 활동에 대한 후원금 성격으로 봐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님, 목사, 신부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종교인은 물론이고 역술인과 무속인 등에게도 세금을 물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여부는 물론, 근로 외 기타소득에 대해서도 정부가 과세에 나설 것인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현재 일부 중대형교회 목사들과 가톨릭 성직자들은 근로소득세를 자발적으로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 허용석 조세정책국장은 “현재 결정된 것은 전혀 없으며 뭐라고 말하기도 매우 조심스럽다”면서 “목사나 신부들과 스님들은 상황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나서기에 앞서 종교계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계종 법무전문팀장 김봉석 변호사는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서는 종교단체를 ‘근로조직’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불교계에서 근로조직의 개념을 가진 곳은 극히 드물다”며 “가톨릭처럼 상징적이라도 일부 교역직 스님들 위주로 납세에 응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불교의 경우, 자신과 가족을 위해 급여를 받지 않고 시주 받은 재화는 사회와 신도들을 포교하기 위해 모두 회향하는데 세금을 내는 것은 맞지 않고, 이미 신도들이 자신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고 그 남은 것으로 스님들에게 보시한 것을 다시 과세한다는 것은 ‘이중 과세’라는 반대논리도 만만치 않다.
조계종은 일단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지만 ‘종교인 납세문제’에 대한 원칙은 확고해 보인다. 조계종 기획실장 동선 스님은 “세금을 징수 할 수 있는 산출근거를 정부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얼마든지 납세의 의무를 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월 평균 시주가 30만 원 이하로 생활하는 독신 수행승들에게 어떤 근거로 납세 기준을 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천태종 재무부장 도제 스님은 “타종단과 달리 철저하게 개인적 소유라는 개념이 없는 천태종 스님들의 시주에 대한 과세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진각종도 일반적 개념의 급여 없이 최소한의 ‘이공(시주)’으로 생활하는 형편에 과세를 논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종비련의 문제제기가 당장은 스님들을 비롯한 종교인들의 소득세 문제로 국한되겠지만, 차후 종교단체가 가진 모든 재화와 수익에 대해 과세 여론이 확대될 것이 분명한 만큼, 불교계 차원의 원칙과 대응논리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종교인 과세문제에 대한 독자여론조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