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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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도리 다하며 일할 때 ‘즐거운 인생’
붓다의 경제학(7) 일체유심조
지난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었다. 근로자의 날은 근로자들의 우리 사회에 대한 기여를 음미하고, 그 노고를 기리는 날이다. 참으로 의미 있고 뜻 깊은 날이다. 모든 사람이 즐거워해야 할 축제의 날이다. 그러나 우리 현대사에서 근로자의 날은 축제의 날이 아니라 전투의 날, 투쟁의 날이었다. 보다 나은 근로 조건을 요구하며, 더 나아가 일부 노동운동가들은 기존 경제 시스템의 파괴를 주장하며 궐기하고 싸우는 날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자신의 생각과 사상으로 세상을 보고, 해석하고, 그 의미를 부여한다. 똑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어떤 사람에게는 이 세상이 지옥으로 보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극락으로 보인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인 것이다.

마르크스주의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는 자본가들이 근로자,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그 바탕 위에서 호화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몹시도 정의롭지 못한 곳이다. 마르크스주의에 의해 세워졌던 사회주의 국가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지도 이미 오래된 오늘날에도 혹시 우리는 마르크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과거 우리 사회에는 정말 소수의 자본가만이 존재했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고, 그들은 정말 특권층처럼 보였다. 그들에 비해 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야 했다. 더군다나 그 기업가들은 정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자본을 축적한 듯이 보였다. 마르크스의 눈은 세상의 진실을 바라보게 하는 지혜의 눈인 듯 했다.

그러나 현재는 어떠한가. 자영업자가 영위하는 개인사업체를 포함해 우리나라에는 수백만 개의 기업이 존재하고 있다. 최소한 수백만 명의 기업가가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자. 서너 명 중에 한 명은 사장님 소리를 듣거나 적어도 얼마 전까지는 들으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설혹 이러한 부류에 속하지 않는 샐러리맨이라고 할지라도 얼마든지 자신이 마음만 먹기만 하면 사장님 소리를 듣기 위해 변신할 수 있는 기회는 마련되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우리가 자본가와 노동자로 정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고용주가 되기도 하고 피고용인이 되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어떤 때에는 고용주의 역할을, 어떤 때에는 피고용인의 역할을 하고 있다. 더 이상 마르크스의 눈은 혜안이 아닌 것이다. 자신의 도리를 다할 뿐이라는 마음으로 일을 할 때 참으로 인생은 즐거워질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고용주와 근로자의 도리에 대하여 이렇게 설법하셨다.

“고용주는 피고용인이 능력에 따라 일하게 하라
음식과 급료를 적절히 지불하여야 한다
때를 따라 수고로움을 위로해 주어라
병이 생겼을 때 치료해주도록 하라
때때로 휴가를 주도록 하라
피고용인은 주인보다 일찍 일어나 그가 부르지 않도록 하라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도록 하라
주인의 물건을 아끼고 버리거나 도둑맞지 않도록 하라
주인이 출입할 때 예절로서 대하라
주인의 착한 점을 말할지언정 나쁜 점을 말하지 않도록 하라”

이천 오백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생생하게 들리는 부처님의 음성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구병진(경영학 박사)
구병진 | 경영학 박사
2006-05-12 오전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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