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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꿈꾸며 깨침으로 나아가는 정토”
[섬 속에 절이 있네]청산도 백련암
“바다를 가로지르며 떠나는 출발이 시원하다. 교통체증이 없다. 수평선을 보며 원대한 꿈을 키울 수 있다...”

섬이 육지보다 좋은 이유이다. 그래서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섬은 ‘꿈이며 희망’이다.

완도에서 뱃길로 50여분 거리에 자리한 청산도(靑山島)도 육지 사람들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꿈의 섬’이다.

백련암 전경. 멀리 보이는 것이 선방이다.


관객 100만을 처음으로 넘긴 영화 ‘서편제’. 그 시작은 청산도 청보리밭 사이길이다. 화사한 유채밭에서 사랑을 피우던 TV 드라마 ‘봄의 왈츠’무대도 이곳 청산도가 제공했다. 이렇듯 꿈을 그려가는 이들이 하늘, 바다, 산 모두가 푸르다는 청산도에서 푸른 꿈을 노래하곤 한다.

상고시대부터 사람이 살아온 청산도는 불교도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신동국여지승람 강진현 고적조에 따르면 “완도에 귀향 온 이영(1278년)의 숙부이자 출가한 혜일 스님이 청산에 들어와 절을 지었다”는 기록이 있다. 무려 700년 전 일이다. 첫 가람은 대봉산 중턱 당리마을 뒤편이다. 이후 대선산으로 옮겼으나 화재와 빈대로 살지 못하고 대봉산 남쪽, 오늘의 자리로 옮겨 150여년을 이어오고 있다.

조개껍질로 만든 卍자를 대웅전에서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청산도 유일의 암자인 백련암(암주 자환) 역사다. 암자에 오르면 가장 먼저 오래된 동백나무숲에 신고를 해야 한다. 숲 사이로 지나다보면 저절로 고개 숙여 인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웅전과 옛 요사채는 흙과 돌을 섞어 지은 토굴이다. 불단에는 어느 어부가 정성들여 만들었음직한 조개 장신구가 이곳이 섬 속의 절임을 느끼게 한다.

바다를 생활터전으로 삼는 이들에게 사찰은 태풍에 살아남고, 풍어를 기원하는 정신적 지주이다. 얼마 전까지 백련암도 그러했다.

그러나 13년 전 자환 스님이 이곳에 주석하면서 깨침을 위해 정진하는 수행도량으로 탈바꿈했다. 선방을 다니며 정진하던 스님은 산철 없는 결제를 위해 수행터를 찾았다. 우연히 청산도와 인연이 되었고, 이후 어민들과 ‘번뇌를 녹이고 생사해탈하는 진짜 삶’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

백련암 입구 동백나무 숲길. 꽃이 떨어져 꽃길이 되었다.


이곳에서 공부의 스승은 인천 용화사 송담 스님이다. 송담 스님에게 화두를 받아 정진하던 자환 스님은 백련암에 주석하면서 대웅전 위편에 작은 선방을 건립했다. 평상심이 공부이기에 특별히 선방이름도 정하지 않았다. 선방 한켠에는 송담 스님 법문 CD가 빼곡하게 쌓여있고 잠자리 위에 좌복과 죽비가 마련되어있다.

백련암 법회는 송담 스님 CD법문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스님과 신도가 법당에 앉아 참선을 한 뒤에야 불공에 들어간다.

이제는 신도들도 ‘진짜공부’하겠다며 절을 찾아 스스로 참선을 하곤 한다. 바다로 나가기에 앞서 불공하기보다 법당에서 다리꼬고 앉았다 가는 이도 있다.

최근들어 청산도를 찾는 이가 늘고 있다. 백련암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진짜공부’ 하겠다면 푸른 꿈을 한아름 안고 가겠지만, 구경삼아 찾는다면 육지의 큰 사찰이 좋을성 싶다.

* 찾아가기: 완도 선착장에서 청산도행 배 이용(8시, 11시20분, 14시30분, 18시) - 도청리 부두에서 버스이용 부흥리 하차 - 도보로 30분.

이준엽 기자 |
2006-05-12 오전 9: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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