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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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눈에서 부처를 봅니다"
오늘은 '스승의 날'…제천 봉양중 최시선 선생님
이제 갓 어린이티를 벗은 까까머리 중학생들이 모여 하루 종일 ‘유쾌한 소음’을 뿜어내는 제천의 봉양중학교. 전교생이 120명에 불과한 이 학교는 오후 4시가 되면 어김없이 적막감에 싸인다. 나뭇잎만 굴러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는 이 아이들을 침묵에 잠기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최시선 선생님이 진행하는 요가명상반 수업이다.

17년째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최 교사는 자신이 머무는 학교 어디에나 명상반을 개설하기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별명이 ‘최명상’일까. 하지만 ‘명상’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다소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를 생각했다면 오해. 자칫 지겨울 수 있는 윤리 과목을 맡고 있지만 최 교사의 모습에선 ‘개구쟁이’의 모습마저 느껴진다. 봉양중학교를 찾은 5월 3일, 마침 윤리 과목의 인물학습 순서로 ‘석가모니 부처님’에 대해 배워보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윤리 수업도 그가 진행하면 웃음꽃이 핀다. 사진=박재완 기자


“부처님도 처음부터 성자(聖者)는 아니었어. 너희와 똑같은 고민을 하는 아이었던 시절도 있단다. 하지만 부처님은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나’를 찾아 나섰고 마침내 ‘깨달은 이’가 되었던 거야.”

1986년 해군으로 복무할 당시 종교 활동 시간에 우연히 군 법당을 찾은 그는 한 권의 불서를 통해 불교에 입문하게 됐다.
“홍법원에서 펴낸 <불교의 이해>라는 책이었을 겁니다. 책 안에는 그동안 제가 숱한 밤을 새며 고민하던 것들에 대한 해답이 모두 담겨있었지요. 불교란 참 매력적인 종교라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그렇게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된 최 교사는 군 전역 후 청주 관음사 청년회 활동을 하며 ‘청소년 포교’의 원력을 세우게 됐다. 교편을 잡고 있던 그로서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아이들에게도 알려주자’는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은 청소년 포교의 중요성을 몸으로 깨닫고 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고민에 대한 답을 불교에서 찾는다면 방황하는 시간을 줄이고 올바른 길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영상이나 인터넷 등 화려한 볼거리에 노출된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이 바깥이 아닌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는 뜻에서 명상의 개념을 도입하게 된 것이죠.”

17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최시선 교사(제천 봉양중학교)는 청소년 포교를 원력을 세웠다. 사진=박재완 기자


95년에는 자신이 근무하던 청주농고에 ‘명상반’을 만들었다. 매주 <명상수련>이란 소식지도 만들어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나름의 문서포교를 시작한 것이다. 이 소식지의 내용은 이후 <청소년을 위한 명상이야기>(불광출판사)로 발간됐고, 명상반을 지도하며 느꼈던 경험은 파라미타 월례세미나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12년간 꾸준히 명상반을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학생들은 불교나 명상이라고 하면 어렵고 지겨운 걸로만 생각해요. 하지만 마냥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명상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일종의 화두를 제시하고 그것에 대한 답을 직접 찾아보게 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나를 살펴보도록 합니다.”

실제 산만하고 말썽꾸러기였던 아이가 명상을 통해 차분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명상의 효과에 대한 그의 믿음은 더욱 확고해졌다.

매주 수요일 오후 4시에 진행되는 요가명상반 수업은 밖으로만 향해 있던 아이들의 관심을 내면으로 향하게 한다. 사진=박재완 기자


97년에는 파라미타 청주지회 회장을 맡으며 본격적인 청소년 포교에 나섰다. 당시만 해도 청소년 포교의 개념이나 필요성이 널리 퍼지지 않았던 터라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도 않은 청소년 포교가 뭐 그리 중요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일선 학교 선생님들에게 전화를 걸어 파라미타의 존재를 알렸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청주지회 발대식에는 600여 명의 학생과 선생님이 참석했다. 이후 공립학교 3곳에 파라미타를 조직했고, 청소년 어울마당과 백일장, 봉사활동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며 자신의 뜻을 차근차근 펼쳤다. 99년에는 지역사회의 청소년 포교활동에 대한 공로로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원이 수여하는 포교대상 청소년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명상과 함께 그가 아이들과의 소통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글’이다. 그가 펴낸 두 권의 책 <학교로 간 붓다>(시공사)와 <소똥 줍는 아이들>(아름다운인연)은 각각 불교와 인도를 아이들의 눈높이로 소개하는 책이다.

“이름: 붓다. 성격: 호기심 왕성함, 궁금한 것은 꼭 알아냄.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특히 주의를 기울임. 강의대상: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 잘난 척해서 왕따 당하는 아이, 부모님 뜻에만 휘둘려 자기 길을 못 찾는 아이 등, 오늘도 0교시와 야자에 시달리는 평범한 우리 아이들.”

글을 읽는 다기 보다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그의 글은 친근하다. “내가 아는 만큼이라도 아이들에게 전달하자. 대신 그들이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하자”는 것이 최 교사의 뜻이기 때문이다.

“웃는 모습을 보세요. 그야말로 생불(生佛)아닙니까. 처음엔 말 안 듣는 아이에게 체벌을 가하기도 했지만, 한 생각만 바꾸니 달라졌습니다. 제 마음이 변하니까 대상도 변한다고나 할까요.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면 바로 부처가 보입니다.”

1995년 자신이 근무하던 청주농고에 명상반을 만든 이후 최 교사는 자신이 머무는 학교 어디에나 명상반을 개설해 지도한다. 사진=박재완 기자


선생님이 되고 판사가 되고 어머니가 되고, 결국은 부처가 될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 사랑과 자비로 그들을 대하다보면 화낼 일도 없다. 수업시간에 졸거나 떠드는 아이를 봐도 야단을 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마음을 살핀다. 최 교사는 이를 ‘내 마음 속에 잠시 머문다’고 표현했다. 그러다보면 화가 가라앉고 ‘무엇 때문에 저런 행동을 할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청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최근 제천으로 자리를 옮긴 후 파라미타 충북지부 제천지회 창립을 위해 힘써왔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든 줄 모르고’ 추진해 온 일이지만, 불자 선생님을 찾아내고 그들을 청소년 포교의 도반으로 삼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6월 1일, 제천시민회관 광장에서 발대식을 여는 제천지회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청소년 포교에 앞장서 온 그를 남들은 ‘미쳤다’고 표현하지만 최 교사는 청소년 포교가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는 말로 받아들인다.

“부처님은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시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아이들에게 부처님의 진리와 가르침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니, 이미 아이들은 부처이고 제가 그 가르침을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6-05-10 오후 3:38:00
 
한마디
학생들에게는 명상이 꼭 필요 합니다. 멋진 선생남이시군요!
(2006-05-15 오전 11:17:15)
64
최시선 선생님같은 원력을 가지신 교사들이 많이 계시면 학교가 변화되고 사회가 변화될거라고 믿습니다. 청소년은 미래불입니다.감사합니다.
(2006-05-12 오후 3: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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