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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식초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항산화물질이나 칼륨, 붕소 등의 영양소 덕분이기도 하지만, 어느 가정이나 부엌에 식초 한 병쯤은 갖추고 있을 만큼 친숙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3000여 년 전부터 이용해 왔다는 식초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살펴본다.
▷ 식초, 왜 몸에 좋을까?
식초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종류의 묽은 알코올성 액체를 발효시켜 만든 초산(또는 아세트산)을 함유한 신맛이 나는 액체’다. 흔히 산도가 높아 산성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체내에 들어가면 알칼리성으로 바뀐다.
식초는 양조식초와 합성식초(화학식초)로 나뉜다. 양조식초는 곡물이나 과일로 만들고, 합성식초는 물로 희석한 빙초산 또는 초산에 아미노산이나 단맛을 첨가해 만든다.
쌀농사를 많이 짓는 한국, 일본, 중국 등의 동양에서는 쌀 식초가, 서양에서는 포도나 사과 등을 이용한 과일식초가 많이 이용된다.
양조식초에는 초산과 호박산, 주석산, 아미노산 등 60여 가지의 유기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이러한 유기산은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피로물질을 분해하고 체내 노폐물을 원활하게 제거해줘 예로부터 어혈을 해소시키는 만병통치식품으로 불려왔다. 또한 식초는 고혈압, 심장질환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으며 칼슘의 흡수율을 높여줘 뼈를 강하면서도 유연하게 해준다. 식초의 신맛은 침샘을 자극해 침이 많이 나오게 해 입맛을 돌게 하므로 입맛을 잃기 쉬운 한여름 음식 조리에도 많이 이용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식초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시며, 독이 없고 옹종(종기의 일종)을 제거하고 어지러움을 치료한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식초를 너무 많이 마시면 뼈나 내장기관이 상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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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서도 식초는 빼놓을 수 없는 조미료다. <십송률>에서는 ‘유나(維那)의 소임을 맡은 비구는…과일이나 채소를 씻는 일을 감독해야하고, 식초에 벌레가 생기는지 돌보는 일을 감독해야한다’고 적고 있다.
예로부터 사찰에서는 감식초나 솔잎식초 등을 직접 담가 먹었다.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 적문 스님은 “식초는 식욕을 증가시키고 소화흡수를 도울 뿐 아니라 스님들의 스트레스를 푸는 데도 사용됐다”고 말한다. 좌선을 하며 겪을 수 있는 ‘상기병’을 방지하기 위해 음식에 솔잎식초나 감식초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적문 스님은 “솔잎식초는 스크레스를 다스릴 뿐 아니라 관절염, 동맥경화에도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살충제 등에 오염되지 않은 솔잎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가정에서 솔잎식초를 직접 담가 먹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감식초는 타닌과 아스코르브산이 풍부하며 입맛을 돋우고 소화를 도와준다. 소쿠리나 체에 감을 담고 밑에 그릇을 받친 뒤 잘 덮어두면 감물이 고이는데, 이를 밀폐 용기에 담아 1년 정도 숙성시키면 된다. 그냥 마셔도 좋지만 냉수나 우유, 꿀물 등에 희석해 마시기도 한다.
한편 불가에 전해지는 ‘건강 십훈(十訓)’에도 염분을 적게 먹고 식초는 많이 먹으라는 ‘소염다혜(小鹽多醯)’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나물을 무칠 때 염분을 적게 쓰고도 맛있게 먹으려면 식초를 조금 가해주면 된다는 ‘생활의 지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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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감을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고 윗부분을 짚 또는 거즈로 덮은 뒤 돌로 눌러준다.
② 항아리를 공기가 잘 통하는 천으로 덮은 뒤 18~20℃로 유지하며 5개월간 발효시킨다. 발효 중에는 가끔 항아리를 흔들어 공기를 주입한다.
③ 5개월이 지나면 감즙을 채로 받쳐 거른 후 깨끗한 항아리에 넣어 밀봉해 7개월간 숙성시킨다.
▶솔잎식초 만들기
① 솔잎을 따서 밑 부분을 잘라낸 뒤 잘 씻는다.
② 항아리 바닥에 황설탕을 깔고 생 솔잎을 한 켜 깐다. 그 위에 황설탕과 생 솔잎을 번갈아 깐 뒤 3일 정도 재워둔다.
③ 3일 뒤 끓여서 식힌 물을 자박할 정도로 붓는다. 생수를 부으면 금방 곰팡이가 피므로 반드시 끓인 물을 쓴다.
④ 한지로 덮어 100일 정도 숙성시킨 뒤 먹는다. 항아리가 없으면 주둥이가 넓은 병에 부어둔다.
⑤ 식초는 발효하면서 계속 숨을 쉬므로 뚜껑에 구멍을 뚫어 둔다. 배, 사과 등의 과일을 껍질을 벗겨 채 썬 뒤 솔잎과 황설탕 사이에 넣어두면 과일향과 단맛이 가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