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타계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故 백남준의 유해와 데드마스크가 봉은사에 영구 안치된다.
서울 봉은사(주지 원혜)는 5월 9일 오후 2시 법왕루에서 백씨의 100재를 봉행했다. 100재는 백씨의 조카이자 대리인인 켄 백 하쿠다씨와 뉴욕 백남준스튜디오 큐레이터 존 호프만씨, 유가족 10여 명이 참석했다.
하쿠다씨는 “49재에 맞춰 지난 3월 들여왔던 고인의 유분 일부를 앞으로도 계속 봉은사에 안치하겠다”고 밝히며 “삼촌(백남준)을 좋은 자리에 모시도록 허락해준 봉은사에 감사드린다”고 거듭 말했다.
이날 하쿠다씨가 봉은사 측에 전달한 동으로 된 데드마스크는 1994년 뉴욕에서 하영진씨가 조각하고 주조한 작품으로 백씨의 생전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하쿠다씨는 최근 논란이 됐던 백씨의 드로잉 ‘고지도 2’에 대한 해명도 함께 했다. 하쿠다씨는 “이 작품은 백남준이 자신의 예술적 동료인 요셉 보이스와 한국의 인연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쿠다씨는 “여기 사용된 지도는 19세기 프랑스 지도”라며 지도를 어디까지나 오브제로 보아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오히려 이 지도에는 독도가 한국령으로 나타나 있어 이런 점에 주목해서 볼 경우 한국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지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1988년 작 ‘고지도 2’는 프랑스의 옛 고지도를 컬러로 인쇄한 뒤 색연필로 드로잉한 작품. 이 작품을 전시하고 있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최근 관객들이 지도에 동해가 프랑스어로 일본해(Mer Du Japon)이라고 표시된 것을 문제 삼자 4월 25일 철거했다.
고인이 서명한 마지막 작품인 ‘엄마’는 이날 100재를 끝으로 봉은사 법왕루에서 철거돼 미국 스미소니언, 구겐하임, 독일 내 미술관 등을 순회전시한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또 함께 전시됐던 백씨의 작품 ‘내 손’은 봉은사에서 100일간 전시된 기념으로 뒷면에 원혜 스님의 서명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