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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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탄ㆍ경배하는 그 마음도 '사리'
[시방세계]부처님과 10대제자ㆍ불교성인들 사리전시회 현장
4월 27일 오후 전남 보성 대원사 티벳박물관. 박물관 1층 전시실 앞 테이블에 놓인 작은 유리함을 사이로 하얀 연꽃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종이로 만들어진 손바닥 크기의 연꽃들은 모두 가족 이름과 함께 소망과 발원을 담고 있다. 연꽃 가운데 작은 촛불을 올려놓은 불자들은 저마다 합장을 하고 유리함을 향해 예를 올린다. 이 유리함에는 5Cm 크기에 흰색을 띈 성철 스님 법골(法骨)이 모셔져 있다.

부처님 사리를 친견하고 있는 불자들


석가모니 부처님과 10대 제자를 비롯한 불교 성인들의 사리와 성철 스님의 법골(法骨)을 볼 수 있는 ‘미륵불상 심장전(心臟殿) 사리 세계 순례 전시회’는 그렇게 성철 스님을 다시 친견하려는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막이 올랐다.


"지혜와 자비 상징, 친견하면 번뇌 소멸"

오후 1시 마침내 전시회 개막을 알리는 공식행사가 시작됐다. 개막식에는 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을 비롯해 한국전시회를 책임지고 있는 티벳박물관장 현장 스님, 여수 석천사 주지 진옥 스님, 국제선원 무상사 주지 무심 스님, 광주영산재 회장 혜령 스님, 광주불교방송 이상진 사장, 전남대 손광은 교수, 우즈베키스탄 압둘라 전 교육부장관 등 200여 사부대중이 참석해 전시회 개막을 축하했다.

스님들도 합장한 채 부처님 사리를 친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보성 스님은 축하법문을 통해 “부처님 사리를 친견하는 것은 부처님과의 좋은 인연을 짓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이나 다름없다”며 “사리를 친견하면서 부처님 말씀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발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장 스님은 “대수롭지 않게 보면 대수롭지 않은 것이지만 지혜와 자비의 상징으로 사리를 대한다면 사리를 친견하면서 번뇌를 소멸하는 지혜가 자라게 될 것”이라며 표현은 달랐지만 보성 스님과 진옥 스님의 법문처럼 사리친견이 궁극이 아니라 사리친견을 통해 부처님에게 더 가까이 가는 계기가 되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5월 15일까지 계속되는 사리전시회는 티베트 ‘대승불교전통보존회’가 세계 최대의 불교성지 건립을 목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마이트레야(Maitreya, 미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이트레야 프로젝트는 부처님 열반지이자 불교 4대 성지 중 한 곳인 인도 쿠시나가르에 152m의 세계 최대 미륵불상을 조성하고 주변에 불교유물 박물관, 도서관, 전시관, 시청각 극장 등의 부대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성철 스님 법골과 영정


그리고 50층 높이의 불상 안에는 대웅전과 선방 등의 수행공간이 마련되며, 전시회에서 선보인 사리와 성철 스님의 법골은 이 불상 안에 안치된다.


이런 기회 또 있을까?

이날 오전 사리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과 동생과 함께 곧바로 전시회에 달려온 조화자 보살(52, 서울 송파동)은 박물관 2층에 전시된 부처님과 10대 제자들의 사리를 보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한다.

“부처님과 덕 높은 스님들의 사리를 보니 신심이 절로 나네요. 사리에 담겨있는 깊은 뜻을 모든 불자들이 함께 새겼으면 좋겠어요.”

티베트 스님으로부터 마정수기를 받고 있는 불자들


아들 김상우(31)씨는 “사리 전시회는 거의 다 다녀봤는데, 이렇게 뜻 깊은 전시회는 처음”이라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박물관 1층에서 성철 스님의 법골을 친견한 불자들이 2층에 전시된 부처님과 10대 제자, 그리고 불교 성인들의 사리를 친견하느라 여념이 없다. 진옥 스님 등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20여명의 스님들도 사리가 진열돼 있는 테이블 -중앙에 위치한 부처님에게 관욕의식을 한 후 합장을 한 채 사리를 친견했다.

마곡사에서 왔다는 한 스님과 화순 쌍봉사에서 온 법진 스님은 관계자들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것에 대해 전시회 관계자에게 질문을 쏟아냈고, 곁에서 덩달아 설명을 듣는 불자들의 표정은 자못 진지하기만 하다.

횐옥ㆍ작은 돌ㆍ갈색 실 모양 등을 한 다섯 종류의 석가모니 부처님 사리, 1mm 크기의 아주 작은 가섭불 사리, 좁쌀만한 크기에 반짝반짝 빛이 나는 아난존자와 목건련 존자의 사리, 아주미세한 고운 모래 같은 오백나한 사리. 사리 바로 뒤에는 사리 주인들의 작은 영정 사진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이런 사리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어디 또 있을까.


“나도 부처님처럼 되고 싶어요”

2층 박물관을 한바퀴 빙 돌며 사리를 친견한 불자들이 입구에 앉아 있는 스님을 향해 나란히 줄을 선다. 한국 사리 전시회 총책임자인 티베트 ‘대승불교전통보존회’의 쉐랍 스님이 부처님 사리가 보셔진 종 모양의 사리함을 무릎을 꿇은 채 합창한 불자에게 머리와 손바닥에 차례로 대면서 낮은 음성으로 무엇인가를 말한다. 흔히 말하는 마정수기 의식이다. 통역사에게 물으니 티베트어로 축원을 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부처님 사리를 한 불자가 합장한 채 세밀히 관찰하고 있다


“대자비를 이루어서 전생에 좋은 업을 지었든 나쁜 업을 지었든,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모두의 앞길이 나날이 발전하고 자비심이 더 커지길 기원합니다.”

마정수기를 받고 난 이승훈(63, 광주 송정동)씨에게 티베트 스님이 축원한 내용을 아는 지 물었다. 멋쩍게 웃으며 모른다고 답한 이씨는 “사리는 공덕의 결정체이며, 사리 친견을 하면서 부처님처럼 되겠다는 발원을 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 진옥 스님의 축사를 되새기면서 “사리를 친견하고 마정수기 의식을 치르면서 나도 부처님처럼 되겠다는 발원을 했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라는 정현경(42, 전남 화순읍)씨는 “호기심으로 전시회에 왔는데, 불교에 이런 신앙대상이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며 “저 의식(마정수기)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진지한 모습을 보니 우리(가톨릭 신도들)가 세례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리를 보는 것은 부처님과 ‘나’를 보는 일

한국 사리 전시회 총책임자인 티베트 ‘대승불교전통보존회’의 쉐랍 스님은 이번 사리 전시회의 목적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부처님 진신사리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 사리 친견을 통해 헌신하는 마음과 신앙심을 기르고, 부처님과의 영적 교류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성철 스님의 법골을 전시회에 나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법골 그 자체가 아니라 부처님과 자기 자신을 볼 수 있는 수행의 본보기로 삼으라는 것이다. 사리와 법골을 친견한 불자들은 모두가 그 뜻을 깊이 새겼다.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는 부처님과 10대 제자 등 불교성인들의 사리처럼 불자들도 그렇게 ‘마음의 빛’을 가꿔가고 있었다.
한명우 기자 | mwhan@buddhapia.com
2006-05-03 오후 2: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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