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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중앙신도회와 동국대 일산불교병원이 의기투합해 만든 불교계 최초의 무료진료시스템 ‘반갑다 연우야!’가 공식 발족한 4월 12일 송현클럽의 행사장에는 어누 누구보다 이를 감격스럽게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조계종 중앙신도회와 조계사 신도회의 고문을 맡고 있는 (주)자연과 사람 구자선 회장(70·덕암)이다.
‘반갑다 연우야!’는 의료소외계층인 산간오지 지역의 주민은 물론 스님과 불자들의 건강을 살피기 위해 출범한 의료지원단으로 대형버스에 첨단 의료장비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구 회장은 ‘반갑다 연우야!’ 출범의 결정적 공로자다. 2억 3000만원에 달하는 소요예산 중 절반에 가까운 1억원을 구 회장이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 회장은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그러느냐?”며 겸연쩍어 했다.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동남아 지역 불자들을 만나면서 소외계층 지원사업에 팔을 걷어 붙인 구 회장은 그동안 조계사 신도회와 함께 종로 지역 불우 가정 지원을 꾸준하게 전개하고 있다.
특히 구 회장은 저소득층 자녀들의 학자금 지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택회사를 운영하던 1996년에는 동국대에 학술세미나실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이번 부처님오신날에는 또 종로구 관내 저소득 가정의 자녀들이 주로 이용하는 어린이집에 공부방을 새로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화상전화기 설치사업에도 적지않은 후원금을 내놓기도 했다.
구회장은 “회사 운영을 돕고 있는 자식들도 소외계층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고 작은 바람을 나타냈다.
유철주 기자 ycj@buddhapia.com
8년째 야학교사 활동해 온 이원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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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사람들. 그것이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면, 그럴만한 환경이 못 돼서라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이원호씨(28). 그는 8년 동안 충무로에 있는 중부청소년학교에서 하루 4시간씩 역사·영어·수학·컴퓨터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야학계의 ‘젊은 오빠’로 통한다.
취업대란인 요즘 취업 준비에 눈 코 뜰 새 없는 여느 대학생들과 달리 야학교사를 겸직하며 8년 동안 야학교편을 잡을 수 있었던 힘은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며 살겠다는 소신에서 비롯됐다.
“수 백만원을 호가하는 고액과외도 많이 했지만 배움의 때를 놓치고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랑과 지식을 담아주는 이 일이 제겐 훨씬 보람있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이씨가 가르친 학생을 숫자로 헤아리면 100여명이 훌쩍 넘는다. 이씨가 배출한 제자들은 형설지공으로 역경을 딛고 교육대학교에 편입한 학생을 비롯해 영어학원 강사 등 사회 각계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은 2003년 공고를 졸업한 서재덕(22·서울시 중구)씨다. 당시 서씨는 대학 진학에 뜻은 있었지만 여건이 어려워 야학에 진학했다. 이씨는 그런 서씨를 위해 수능시험 한 달 전까지 합숙을 해 가며 모든 열정을 다 바쳤고 마침내 서씨는 서울대 체육학과에 입학했다.
이씨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배우고 싶다’는 학구열에 불타는 신규학생들이 속속 입학할 때와 야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의 당당한 역군으로 거듭날 때” 라고 말한다.
노병철 기자 sasiman@buddhapia.com
구례 농민회와 자매결연한 화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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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살기 어려워지는 농촌. 굳이 양극화를 말하지 않아도 오래 전부터 농촌사람들의 얼굴엔 가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정책적으로, 또는 지역민들이 합심하지 않고서는 쉽사리 찾기 어려운 농촌의 활로.
4월 30일 구례 화엄사(주지 종삼) 스님과 신도들은 엄사 인근 상사마을에서 농민들과 함께 못자리를 만들며 구슬땀을 흘렸다. 스님들이 못자리를 만드는 모습은 그리 흔치 않은 일. 직접 농사를 짓는다면 몰라도.
화엄사 스님들이 스스로 ‘농사꾼’이기를 자처하고 나선 지는 불과 한 달여 전. 구례 농민회가 화엄사 초청으로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농민들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해왔고, 갈수록 열악해져가는 농촌 실정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공감대가 사중에서 형성되면서 구례 농민을 살리자는데 뜻이 모아졌다.
화엄사는 곧바로 구례 농민회와 자매결연하고 4월 8일 구례농민회 영농 발대식에 참석한데 이어, 이날 못자리 만들기에도 동참하면서 ‘공동경작’에 나섰다. 공동경작은 화엄사-구례농민회-광주 기아자동차 노조 3자가 함께 하는 형태로, 상사마을 150마지기의 논을 경작한다.
이뿐만 아니다. 자매결연 직후 화엄사는 광주와 순천에서 사왔던 공양미와 부식을 구례 농민들이 생산한 쌀로 바꾸었다. 구례 농산물의 단가가 다소 높아 지출이 늘긴 했지만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일이기에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 조만간 주말농산물 직거래 장터 개설한다는 계획도 적극 추진중이다.
이렇게 공동경작을 하면서 서로 간의 믿음이 깊어졌고, 화엄사와 구례 농민들 사이에서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화엄사 주지 종삼 스님은 “우리 농촌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양극화 해소의 첫걸음”이라며 “앞으로 여러 가지 형태로 지역 농민들이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 하겠다”고 말했다.
한명우 기자 mwhan@buddhapia.com
부산 ‘보현의집’ 석정옥 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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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서 노숙자라고 하면 범죄자 취급을 하는데 이 사람들이야말로 도움이 절실한 우리의 이웃입니다.”
노숙자 쉼터인 부산 보현의집(원장 이기표)에서 상담 및 프로그램 진행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석정옥(35) 사회복지사는 “자활의지를 북돋워 줄 수 있는 사회의 관심이 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80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부산 보현의집은 노숙자의 자활을 가장 우선으로 하는 시설로 정평 나 있다. 보현의집에 입소하려면 취업을 원칙으로 하며, 논·밭 5000평을 가꿔 농사를 짓는 휴경지 경작 프로그램에도 참여해야 한다.
“하루 종일 비지땀을 흘려가며 농사를 짓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을에 수확물을 어려운 분들에게 직접 전달할 땐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 행복해하시죠. 그걸 보면서 저도 보람을 느끼죠.”
석 복지사가 보현의집에서 함께 생활한지 2년 6개월 남짓 흐르면서 입소자들과도 마음의 벽을 많이 허물었다. 그러나 힘든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폭발해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욕을 하는 입소자를 대할 때, 인간적인 한계를 느낀다. 그때마다 불경을 읽으면 마음을 다잡는다.
석 복지사는 따뜻한 상담자인 동시에 잔소리꾼이다. ‘1인 1통장 갖기’와 ‘한 달에 1번 이상 집에 연락하기’는 석복지사가 입소자들에게 제일 많이 하는 잔소리다.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 석 복지사는 “누구나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풀어가야 하는 것이니 내가 나를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으로 그 분들과 함께 희망을 가꾸고 싶다”고 말했다.
천미희 기자 mhcheon@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