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존재는 실체가 없고 평등할 뿐이다. 만약 온갖 존재에서 안팎을 구분한다면, 이는 마음에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떠나 별개의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비밀상경>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한 판사의 권위주의적인 처사로 인해 법원일반직 직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당직근무에서 발생한 착오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식사는 물론 화장실도 가지 못한채 7시간 동안 판사로부터 추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법원행정처가 내부통신망에 올린 직원들의 항의글을 삭제하고 접속을 차단하면서 대법원과 법원노조가 대립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법원노조가 “직원을 7시간 넘도록 감금하고도 반성은 켜녕 판사만을 감싸는 행정처의 행태를 두고 볼 수 없다”며 단식투쟁을 시작했고, 사법의 상징 대법원 내에서 이용환 대법원장을 면담하려는 직원들과 경비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로 확산됐다.
유학중인 한 판사가 법원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의 글은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올바른 관계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판사 시절 한 계장님이 송곳을 들고 기록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고 ‘주임님이 할 일을 왜 계장님이 하느냐’고 말을 했더니 ‘우리 재판부 일인데 어느 누가 하면 어떠냐’고 답했는데 정말 맞는 말이었다”며 “판사들이 일반직 직원을 바라보는 눈과 인식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화엄경>에서는 “온갖 중생의 평등이 온갖 존재의 평등과 어긋나지 않으며, 온갖 사물의 평등이 온갖 중생의 평등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구절이 인간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교만을 다스리는 양약(良藥)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