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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童心)은 불심(佛心)에 가장 가까운 마음이다. 순수하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깨침도 순백의 마음으로 되돌아가자는 뜻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순수인가? 순수를 어리석음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순수는 어리석음과는 전혀 다르다. 순수는 선(善)이지만 어리석음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역행하는 죄업이라 할 수 있다.
부처님은 우리에게 순수의 세계로 돌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선언이다. 이 선언은 존재의 주인이 누구이며, 존재사이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석가모니가 대각을 통해 얻은 예지는 인류사에 등장한 많은 고등종교들과도 사뭇 달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존재의 주인은 다름 아닌 바로 자기자신이라는 것, 그리고 존재 사이의 관계는 서로의 생명력을 중히 여기는 것만이 진리적 삶이라는 것이 이 선언이 던지는 메세지다. 그러나 인류사의 흐름을 볼 때 아직도 사람들은 이를 각성하지 못한 채 계속 무지와 독선, 분쟁과 파멸의 길을 치닫고 있다.
오늘날에는 산사에도 순수가 많이 사라져 가고 있는 느낌이다. 한국불교는 지금 배금주의, 그리고 무교(巫敎)와 점교(占敎)에 의해 너무 많은 영역이 점령당했다. 부처님오신날이 오면 절로 달려가 연등을 달면서도 수많은 불자들이 그 참 의미를 잃어버린 채 어리석음을 좇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은 우리 불자들에게는 더없이 기쁜 날이지만, 그에 앞서 우리들은 먼저 이 날을 부처님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못한 참회와 자성의 날로 삼아야 한다.
결국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어떤 이념이 아니라 바로 이 땅의 사람들이다. 순수(純粹)의 고향인 불심과 동심을 일구어 가느냐, 아니면 그것을 역행해 가느냐도 바로 이 땅의 주인인 사람들의 몫이다.
이를 가르치기 위해 부처님은 우리 곁에 오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