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 문화 > 문화
부탄에서 날아온 불교영화 ‘나그네와 마술사’
환상과 인연, 자연과 사람 그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2003년 토론토 영화제 경쟁작, 2003년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2004년 아시안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발 시인 감독상 수상, 2004년 도빌 아시아 영화제 관객상 수상.

주인공 돈덥과 그를 사로잡은 여인 소남.


부탄에서 날아온 영화 ‘나그네와 마술사’가 지닌 매력은 이렇게 각종 영화제에서 인정받았다. 환상과 자연,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나그네와 마술사’는 ‘컵’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스님 출신 키엔체 노르부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액자형 로드무비이다. 부탄판 ‘조신의 꿈’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이야기가 스님을 통해 소개되는 것이 이색적이다.

2002년 가을 제작된 ‘나그네와 마술사’는 키엔체 노르부 감독의 고향 부탄에서 처음 제작된 영화다. 이 영화를 위해 전 세계에서 모인 스탭과 배우는 108명. 오스트리아 독일 인도 캐나다 미국 등 다국적군이 구성됐다.

스님과 돈덥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제작과정도 한 편의 영화였다. 영화에 동참할 배우와 스탭은 옛 라마승이 고안했다는 전통 예언 방식 ‘모(Mo)''를 통해 결정했다. 부탄의 전통문화를 고수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노르부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탄에서의 촬영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모든 장비를 해외에서 조달했고 필름 현상과 편집 등 후반 작업도 해외에서 이루어졌다. 영화 산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될 정도로 영화 제작 기반이 전혀 구축돼 있지 않은 부탄에서 키엔체 노르부 감독이 만들어낸 ‘나그네와 마술사’는 그 자체로 이미 마법이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가운데 전문 배우들도 없었다. 방송국 PD, 중학생, 부탄학교의 조사원 등이 캐스팅돼 어색한 듯 소박한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가 촬영될 무렵 다양한 지방 방언 가운데 국민의 1/4 이상이 사용하는 ‘죵카’가 부탄 공식 언어로 채택돼 배우들이 새로운 언어구사를 하느라 고생하기도 했다.

두 번째 영화를 선보인 부탄의 키엔체 노르부 감독.


영화를 제작하지 않을 때는 불교사상을 전 세계에 전파하며 각지에 수련센터와 수련학교를 세우는데 앞장서 온 노르부 감독은 “불교정신을 통해 해로운 것을 없애고자 ‘푸자스(pujas)’라고 알려진 특별한 종교의식을 영화 제작 전반에 걸쳐 했다”고 밝힐 만큼 불교와 영화를 교묘하게 접목시켜 왔다.

4월 28일 서울 필름포럼(구 허리우드극장)에서 개봉하는 ‘나그네와 마술사’를 살짝 훔쳐보자.

시골마을 공무원으로 하루하루 무료하게 살아가는 ‘돈덥’은 매일 미국으로 가는 방법만 생각한다. 그에게 아메리칸 드림은 지루한 일상을 벗어날 유일한 탈출구다.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는 것을 즐기는 돈덥에게 전통놀이를 하며 천천히 자연에 순응해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답답함의 극치이다.

마술사와 사랑에 빠진 신비의 여인.


매일 매일 애타는 기다림 끝에 날아온 친구의 편지는 그에게 미국으로 갈 길을 알려준다. 당장 휴가를 내고 미국으로 가기 위해 대도시로 떠나는 돈덥. 이때부터 영화는 천연 그대로 남아있는 부탄의 자연을 아름답게 비춰낸다.

하루 종일 기다려도 한 대, 두 대 지나갈까 말까한 차들, 버스는 놓치고 히치하이킹은 실패하고 그렇게 떠나는 길에서 말없는 사과장수와 얘기보따리 스님과 함께 길을 가게 된다.

몸 달아 하는 돈덥을 위해 마술사 얘기보따리를 펼쳐 보이는 스님. 스님의 얘기를 들으며 이틀 밤을 거리에서 머무는 동안 종이장사 부녀도 합류한다.

미국 가는 길이 험난하기만 한 돈덥. 스님의 얘기에도, 종이장사의 착한 딸에게도, 마음이 흔들려버린 그는 과연 미국에 갈 수 있을까?

길에서 시작해 길에서 마무리하는 영화 ‘나그네와 마술사’. 환상적인 이야기 구조 속에 어느 사이엔가 부처님이 말씀하신 인과와 연기에 빠진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강지연 기자 | jygang@buddhapia.com
2006-05-02 오후 5:42: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