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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학번 새내기들 홍기삼 총장 만나다
[동국대100주년특집]“두드리고 도전해 보세요”
올해 건학 100주년을 맞는 동국대학교. 동국대는 5월 8일 오전 10시 30분 만해광장에서 여는 100주년 기념식을 비롯해 동국백년사진·자료전, 동국인 한마당 대축제, ‘지식기반사회와 불교생태학’ 주제 국제학술대회, 타임캠슐 봉안식, 건학 100주년 기념 출판물 발간 등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1906년 명진학교로 설립허가가 난 후 꼭 100년이 된 해이기에 올해 입학한 06학번 새내기들의 감회는 남다르다. 신애솔(불교학부), 윤기림(법학과), 문서영(사회과학부), 이윤재(전기공학과), 육성우(건축공학부) 학생 등 06학번 5명이 총장실 문을 두드렸다. 4월 13일 이뤄진 만남은 총장과 학생이라는 신분과 60대와 20대라는 연령 차이에서 오는 어색함도 잠시. 같은 ‘동국인(東國人)’이라는 공통분모가 ‘건학 100주년’이라는 주제로 녹아들면서 자연스럽게 선후배간의 격의없는 대화로 이어졌다.

만해 한용운 시비 앞에 선 홍기삼 총장과 06학번 새내기들. 왼쪽부터 육성우


▲윤기림 : 총장님 안녕하세요. 올해 우리학교가 건학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입니다. 총장님으로서 또 선배님으로서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총장 : 총각 때 연인을 기다리는 것처럼 설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군요. 지난 겨울 ‘목련꽃과 개나리, 진달래가 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꽃이 피면 개교기념일인 5월 8일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뜻인데,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이를 맞이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이 학교 출신이자 살림을 맡은 사람으로서 다른 학교에 손색없는 100주년 행사가 되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윤재 : 총장님도 우리학교 출신이죠? 총장님이 학교 다닐 때는 어떠셨어요? 또 공부하실 때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총장 : 국문과 62학번이에요. 내가 군대를 갔다 와 강의실에 들어가 보니 소설가 조정래 황석영씨 등이 있더군요. 나보다 3년 정도 후배들이죠. 나는 그때 문단에 데뷔한 상태여서 교수님이나 후배들이 나를 학생으로 보지 않고 기성 문인으로 대우했어요. 기억해보면 당시 학생들은 매우 치열하게 공부했던 것 같아요. 그런 이유 때문인지 학교에 대한 자부심도 매우 강했고…. 어떤 경우 수업이 웬만한 학술회의 수준이 될 때도 있었죠. 하지만 젊은 시절 치열하게 고민하다 남산에 올라가 마신 막걸리에 취해 고생하기도 했어요.(일동 웃음)


▲육성우 : 우리학교는 저명한 학자와 예술가들을 많이 배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동국인들을 꼽는다면 누굴 꼽을 수 있을까요?

-총장 : 너무 많아서 꼽기가 쉽지 않군요. 예를 들면 우리학교 출신 문인들 사진에 간단한 이력만 넣어 주요 강의실에 붙이자고 했지만 너무 많아서 할 수 없었죠. 신석정, 서정주, 조지훈, 이형기 시인 등 수많은 문인들이 우리학교를 빛냈어요. 한때 정치가도 많이 배출해 동국대가 배출한 정치가들이 한국 민주화의 새벽을 열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죠. 이 외에도 재계, 군, 경찰, 의학 등 한국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동국대 출신 선후배님들이 큰 공헌을 했어요. 이런 점에서 여러분은 동국대에 입학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될 것입니다.


▲신애솔 : 우리학교 상징 동물이 코끼리인 것처럼 ‘불교정신’을 건학이념으로 하고 있잖아요. 역사적인 배경 등 제대로 알고 싶어요.

-총장 : 우리학교 건학이념이 ‘본교는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학술과 인격을 연마하고 민족과 인류사회 및 자연에 이르기까지 지혜와 자비를 충만케 하여 서로 신뢰하고 공경하는 이상 세계의 구현을 건학이념으로 한다’로 돼 있죠.
건학을 할 때 두 가지 큰 목표가 있었어요. 그 중 하나가 불제자 양성입니다. 또 하나는 교육을 통한 국가 인재 양성이고. 1905년 을사늑약 후 1906년 전국의 17개 사찰이 구국의 일념으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삼보정재를 출연해 학교를 세운 것입니다. 이후 1940년 혜화전문학교로 개칭을 했고, 46년 동국대학으로 승격했죠.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학교 건학이념에는 역사적 자부심이 들어있어요.


▲신애솔 : 우리학교가 세계 최고의 불교대학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는데요, 글로벌 디지털 시대에 ‘불교정신’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총장 : 현재 기독교 사상은 서서히 퇴조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불교는 세계를 이끌어갈 중심사상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또 세계 도처에서 연구되고 수용되고 있는 불교의 모습은 대단히 진보적이고 진취적이죠. 외국에 나가보면 불교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어요. 불교정신이란 낡고 진부한 사상이 아니라 세계를 형성하는 중요하고 깊이 있는 통찰이자 사상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해요.


▲문서영 : 향후 새로운 백년을 향한 슬로건이 ‘Do Dream!, Be the Newest!’죠? 새로운 100주년을 향해서 총장님께서 품고 계신 비전을 들려주세요.

-총장 : ‘Do Dream!, Be the Newest!’는 꿈을 위해 두드리자, 도전하자는 뜻입니다. 동국대라고 하면 어딘가 전통적인 가치에 매달린 정적인 대학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예를 들면 세계적인 산악인인 박영석 동문이 어느 날 불쑥 나온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에요.
만해 스님 이후 온갖 도전정신이 박영석 동문을 통해 나온 것이죠. 역사 발전의 기본 원칙은 이전 사람들이 이루어놓은 것을 넘어서려고 하는 정신 속에 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이 할 몫을 찾아내 그것을 목표로 삼고 나아갈 때 그것이 진정한 도전입니다.


▲육성우 : 총장님이 만약 06학번이라면 어떠한 것들을 해 보고 싶으세요?

-총장 : 늙어서 하기 힘들거나 이루기 힘든 일을 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젊을 때는 해야 할 일을 잘 알지 못해요. 그렇기 때문에 선배나 스승의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첫째 건강을 잘 돌보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그 건강을 바탕으로 자기가 선택한 전공분야에서는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고 싶군요. 둘째, 어학은 할 수 있는 한 많이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특히 만국공용어인 영어는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요. 셋째, 인문적 교양을 풍부하게 갖춰야 합니다. 25세 이전에 무슨 책을 얼마나 읽었는가에 따라 인생이 좌우된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윤기림 : 지난 3월초 총장님이 학부모님들께 간곡한 내용의 편지를 보내셨죠? 이 중 ‘학생들에게 엄청나게 공부 시키겠다’고 쓰셨다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요?

-총장 : 나는 대학을 비롯해 모든 교육기관이 학생들의 미래를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는 교수님들을 보면 ‘우리 죄짓지 말자’고 말하곤 합니다. 만약 제자가 자기 자식이라면 그냥 방치하겠습니까. 대학은 학생들에게 목표를 세우도록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해야 합니다.


▲문서영 : 06학번 새내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총장 : 학교에 다닐 때만큼은 학업에 열중했으면 합니다. 젊은 시절 노력하면 그만큼 이후의 삶이 편안해지거든요. 물론 그것만으로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불행으로부터 많이 벗어날 수는 있다고 봅니다.

내가 올해로 동국대 재직 30년입니다. 그 동안 많은 제자들을 배출했지요.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대학도 노력하는 학생들에게만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새로운 동국 100년이 장엄하게 펼쳐 지도록 여러분의 활약상을 지켜보겠습니다.


정리=남동우 기자·사진=고영배 기자 |
2006-05-02 오전 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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