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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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양극화에 대한 불교적 진단과 해결책
[봉축특집]양극화 극복 불교에서 찾는다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양극화. 사회 양극화 현상은 계층 간의 갈등을 초래하면서 우리 사회를 양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처님이 오늘날 이 땅에 다시 오신다면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푸실까.

현대불교는 부처님오신날 특집으로 ‘양극화에 대한 불교적 진단과 해결책 모색’ 주제의 좌담을 실시했다. 좌담회에는 현각 스님(원주 성불원 원장), 정천구 교수(영산대 정치학), 김종욱 교수(동국대 불교학), 조승헌 소장(생명과 평화를 위한 환경연구소)이 참석했다. 좌담은 4월 12일 현대불교신문사 법당에서 진행됐다.

정치ㆍ경제ㆍ사회ㆍ불교 등 각 분야의 폭넓은 견해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각 분야 인사들 중에서 현실감각이 뛰어난 전문가들을 섭외했다.

현각 스님은 원주시립복지원과 명륜종합사회복지관 등을 운영하는 등 복지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불교계의 ‘사회전문가’이고, 정천구 교수는 영산대 총장을 지낸 정치학 박사로서 사회흐름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다. 김종욱 교수는 사회문제와 불교를 연계시켜 볼 수 있는 응용불교학자이고, 조승헌 소장은 사회 양극화와 행복과의 관계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경제전문가다.[편집자주]

좌담회 모습


양극화 현상이란?

김종욱: 과거에 양극화는 상위층과 중간층 간의 빈부 격차의 심화로 정의되고 논의됐습니다. 이 문제는 인류 역사가 시작된 후부터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데, 최근에 와서는 경제적인 용어와 관련해서 양극화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실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인위적으로 강조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고 봅니다.

정천구: 양극화는 여러 집단이 두 개의 집단으로 분산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냉전시대 좌우 대립입니다. 사회적으로는 소득과 이념에 따라 나누어지는데, 즉 중간층이 없어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양극화는 특성상 같은 집단에서는 동질성이, 다른 집단에서는 이질성이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IMF 체제와 세계화 이후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고는 있지만 양극화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조승헌: 다른 측면에서 볼 필요도 있어요. 현대 한국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경제 소득 변화에 따른 파동이라고 여겨집니다. 때문에 이 문제의 접근은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처방적인 측면에서 옳을 것입니다. 민주주의 주류가 중산층이고, 소득의 분배 측면에서도 중산층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이들의 소득 수준이 어떻게 변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등에 대한 분석해보면 분명 우리 사회에는 양극화 조짐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현각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면서 양극화를 뚜렷하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양극화는 일반적으로 소득 수준의 차이를 말합니다. IMF 이전에는 자영업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자력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층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심해지면서 국민들 사이에 만연하고 있는 ‘심리적 위기’도 양극화를 촉진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정천구 교수
정천구: 하지만 양극화와 불평등은 구분돼야 할 것입니다. 양극화가 없는 사회에서도 불평등은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김종욱: 어떤 사회든 불평등은 존재합니다. 이것이 극단화되면 바로 양극화입니다. 양극화를 진단하는 절대적 기준은 없지만, 심리적 요인이 강하고 정치적 관계도 고려됩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중산층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중산층의 와해냐, 상류층의 독주냐에 따라 양극화 처방은 달라져요. 전자의 경우 중산층을 양성하면 되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 상류층을 견제하면 됩니다. 지금 상황은 후자 쪽 논의가 강하다고 판단되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될 수 없어요. 중산층 형성이 보다 중요합니다.

현각: 양극화는 정치적 측면을 떠나 사회 현상적 부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미용실을 예로 들면, 요즘 미용실은 대형화 또는 고급화되거나 아니면 최저가 형태로 운영되는 형태를 띱니다. 중간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거지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련의 실례들은 양극화의 좋은 사례입니다.


양극화 왜 심각한 문제인가

정천구: 최근에는 정치적 목적으로 양극화가 강조되는 경우가 많아요. 베네수엘라의 경우 차베스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양극화 용어가 등장했어요.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장 양극화가 심한 국가가 바로 베네수엘라예요. 그래서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소득불균형과 정치심리적 문제가 동반되는 것이 바로 양극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양극화가 왜 심각한 문제인지를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조승헌 소장
조승헌: 양극화를 체감하는 생활현장이 많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중산층은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버팀목이기 때문에, 중산층의 양과 질적인 변화는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의 변화를 몰고 올 수밖에 없습니다.

현각: 스스로 빈곤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안고 있는 고통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점차 개선되고는 있지만 빈곤층은 삶의 의지를 갖지 못하고 있어요. 여기에서 다른 사회문제들도 발생합니다. 가족 해체나 청소년 범죄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예요. 양극화는 다른 사회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김종욱: 더 심각한 것은 소득ㆍ경제ㆍ교육의 양극화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올바로 국민들에게 주지시켜 준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선거 등을 의식해서 이 문제의 당위성만을 부각시키는 방법은 더더욱 안 됩니다. 다시 말해서 고용창출에서 이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산업화 사회를 지난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의 심리적 문제로만 이 문제를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천구: 맞습니다. 20세기가 계급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네트워크의 시대입니다. 과거와 같이 계급으로 나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죠. 양극화가 심화될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 첫 번째는 계층간의 충돌 가능성이고, 두 번째는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조승헌: 그렇기 때문에 문제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이 중요합니다. 지금 정치권에서 말하는 중간층의 실질 소득이 줄어드느냐, 체감 소득이 감소하느냐 하는 식의 논의는 사회적 약자에게 오히려 상처만 더 안겨주게 됩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객관적 접근과 해법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현각: 과거 우리 전통사회에서도 마을마다 가난한 집은 있었어요. 이런 경우 마을 자체적으로 가난한 집을 도우며 살았는데, 지금 우리사회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습니다.


양극화 발생 원인

정천구: 여기저기서 심각성과 대책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양극화 발생 요인을 짚어보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각 스님
현각: 양극화는 필연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업사회에서는 일자리가 많았고,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들이 늘었어요.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런 사회 흐름은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관건은 김 교수께서 지적한대로 일자리 창출입니다.

정천구: 양극화 발생 원인이 꼭 소득 격차에만 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 밖의 여러 요인인 있을 수 있지 않겠어요? 사회 전반에서 펼쳐지는 사회ㆍ문화적인 측면에서의 양극화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것도 넓게 보면 경제적 격차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는 하지만요.

조승헌: 가장 큰 문제는 양극화와 관련한 정부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정부는 화폐 가치를 높이는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는 양극화 해소와는 거리가 멉니다. 일반적으로 국민소득이 1만~1만 5000달러가 되면 경제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데 화폐 정책 중심으로 경제가 운영되는 것은 아직도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밖에 안됩니다. 복지 인프라 등의 사회적 자본도 강화돼야 합니다. 우리사회는 현재 과도기로서 통과의례를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위기를 잘 넘기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고 봅니다.

정천구: 조 소장의 말씀대로 정부를 보면 답답합니다. 21세기는 지식정보사회, 정보네트워크 사회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부는 근시안적인 경제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어요. 이와 맞물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유교적 이데올로기 성향에 젖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회 구성원들은 명분과 심리적 평등주의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 분배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을 때 양극화 문제에 대한 국민적 체감은 더욱 커 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사회가 안정되려면 유교적 명분을 내세운 이데올로기가 수그러들고 원칙에 따른 소득의 재분배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더불어 정당한 부의 축적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의식도 길러져야 하고요.

현각: 우리사회의 변화속도는 엄청 빠른데 우리는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불가피하게 양극화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고요. 이런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뒤쳐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김종욱: 사회변화 못지않게 양극화는 정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선거에서 남발되는 양극화와 관련한 공약 때문에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방법을 찾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또 그때그때 국민의 심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문제고요. 종교는 정치가 아닙니다. 정치와는 다른 근본적인 대안을 종교계가 제시해야 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입장에서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정천구: <금강경>에 개에게 돌을 던지면 개는 돌을 쫓아가지만 사자에게 돌을 던지면 사자는 돌을 던진 사람을 쫓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얘기처럼 이 문제를 원인부터 철저히 따져봐야 합니다. 특히 불교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양극화의 허상과 실상을 구별해서 원인과 결과를 올바로 봐야 한다는 의견에 동감합니다.


우리 사회 양극화는 어느 정도?

현각: 양극화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계층이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들은 사회복지 차원에서 정부가 도와주어야 하며, 차상위계층(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잠재적 빈곤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두 계층은 우리사회가 도움을 줘야만 하는 사람들입니다. 여러 가지 정책이나 사회안전망을 통해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시급합니다.

조승헌: 그런 점에서 현재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 자료를 객관적으로 짚어야 합니다. 사회변화의 커다란 흐름을 점검하고 대안을 내놓은 작업이 중요하고, 현재의 논의들에 대한 비판과 방향 재설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종욱 교수
김종욱: 양극화 현상의 바로미터는 통계수치입니다. 정부는 2005년도 강남구 소재 고등학생 1천 명 당 25.4명이 서울대에 합격했고, 마포구는 1천 명 당 2.8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교육 양극화 통계자료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강남구 출신 서울대 합격자 비율이 14%대에서 12%대로 떨어졌다며 이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습니다. 이렇게 보는 시각과 의도에 따라 문제인식이 달라지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양극화에 대한 현실 인식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정천구: 한 나라의 소득분배를 계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지니 계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지니 계수가 0 이면 완전 평등분배, 1 이면 한 사람이 모든 걸 독차지하는 경우를 나타낸 것입니다. 2004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0~1997년 우리나라의 지니 계수는 0.28이고 1998~2003년은 0.315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해보면 그리 나쁜 수치가 아닙니다. 2004년 세계은행 보고에 따르면 127개국 중 지니 계수 순위가 27위에요. 이정도면 괜찮은 수치입니다. 이렇게 보면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은 하나의‘상(相)’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김종욱: 동감합니다. 분명히 소득에 대한 분배의 문제는 존재합니다. 문제는 국내 상황으로만 보면 분명히 소득재분배에 대한 수치가 높지만 국제적으로 보면 오히려 우리나라는 낮은 편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정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양극화가 심각한 문제는 아닌 셈입니다.

조승헌: 엄격히 말하자면 중산층의 소득 변동을 알아볼 때 지니 계수가 정확한 수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양극화지수라는 것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 학자가 양극화지수를 측정한 적이 있는데, 이 학자는 양극화가 1993년경부터 시작됐다고 했습니다.

정천구: 2004년도 한국은행이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양극화는 세 가지 원인에 의해 기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첫째는 우리 경제가 계속 발전단계 선상에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무역 확대 중심적 산업구조라는 점, 셋째는 정보와 IT 산업의 고수익성 산업이 발달해 있다는 점입니다.


불교적 관점에서의 양극화 해소방안은?

현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신앙적 측면에서 자기 확신을 갖고 살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현재의 삶이 과거와 미래와 관련돼 있습니다. 장기적 시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의 것을 받아들이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김종욱: 불교적 가르침인 ‘중도’는 극단을 피하는 것입니다. 양극화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자 ‘마음’의 문제라고 봅니다. 극단적 사고는 피해야 합니다. 불교적 가르침에서 볼 때 흔히 말하는 탐진치는 치(어리석음)-탐(탐욕)-진(분노)의 순서로 발생하는데, 우리는 분노를 먼저 합니다. (정부가)분노를 조장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혀 지혜롭지 않은 이런 방식은 갈등만 초래할 뿐 해결책은 내놓을 수 없게 됩니다.

조승헌: 일반적으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다른 조건이 같을 때 훨씬 더 행복감을 느낀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돈이 가져다주는 행복은 한계가 있어요. 양극화 현상이 (어떤 의도가 있는)해석의 문제라면 왜곡과정을 밝혀주는 작업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각: 교단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불교계도 이 문제에 일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형불사가 빈번하고 값비싼 승복이나 고급 승용차를 사용하는 스님들이 있는데, 내면적 성찰과 성숙을 강조하고 무소유를 실천해야할 불교계 지도자들이 외형적인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불교계가 양극화 문제를 진정으로 고민하고 국민과 함께 그 뜻을 같이 하려면 먼저 스님들이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정천구: 불교가 깨끗해야 사회적 해법 제시도 가능하게 됩니다. 우리 역사를 보면 불교는 항상 지도적 역할을 해왔는데, 불교가 사회문제에 침묵할 수는 없습니다. 양극화 개념 자체를 타파하고 해법도 제시하고, 객관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계도해야 합니다. 사회가 분열돼서는 안되기 때문에 사회적 호소도 중요한 문제고요.

현각: 성철 스님이 열반에 들었을 당시 대한민국은 ‘성철 스님 붐’이 일었을 정도로 대단한 불교열풍이 불었습니다. 이 현상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철저히 부처님 제자의 길을 행한 스님의 원력 때문일 것입니다. 불교가 양극화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불교 지도자들이 모범을 보이면서 직ㆍ간접적으로 많은 도움과 자문을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종욱: 정부정책이 변해야 합니다. 우선 정부 당국자들의 시각이 변하도록 유도하고, 연기론적 세계관으로 사회를 진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연기란 상호의존성을 말하는 것이고, 이것은 곧 네트워크 사회를 의미한다고 봅니다. 양극화가 단순히 물질적 문제만이 아닌 정신적 문제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네트워크 사회 구축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이 실현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불교계가 함께 찾아야 합니다.

현각: 동감합니다. 종교지도자들이 내면적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이 지혜로워지기 위해서는 상을 없애고 연기론적 사고관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조승헌: 사회갈등 조정도 중요하며, 불교계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불교적 가르침은 많다고 봅니다.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핵심키워드가 바로 불교에 있고, 또 한국적 정서에도 맞기 때문에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교계는 소극적이고 순발력이 떨어집니다.

현각: 불교계가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불교적 성향을 가진 사람은 유연성이 있어요. 때문에 좋은 정책과 대안에 대해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고요. 종교ㆍ정치ㆍ경제ㆍ학계에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이 문제의 당위성과 해법을 각인시켜주는 일에 앞장선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종욱: 양극화의 일반론적인 해법은 고용창출과 교육의 질적인 변화에 있다고 봅니다. 이 중 교육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불교계는 학교법인 증설로 불교적 세계관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교육 내용 속에 불교적 세계관을 담아 교육한다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승헌: 양극화라고 하는 사회적 화두를 불교계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학교교육 외에 사회교육도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입니다.

정천구: 교육 차원의 접근 외에 고용창출 문제를 정부와 종교계가 공동 프로젝트를 구성해 풀어나가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되는데요. 중산층 양성도 하나의 과제라고 볼 때 이 역시 종교계와 정부가 협력하면 좋은 대안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가 해결하기 힘들다면 종교계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테고요. 이렇게 하면 국민통합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정리=한명우 노병철 유철주 기자 사진=고영배 기자 |
2006-05-02 오후 3:45:00
 
한마디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하고, 불교는 사회통합 이외에 고유의 사회적 역할이 있어 왔습니다. 그것은 조성택 님께서 잘 알고 계시는 듯합니다, 우리 모두의 환희심이기도 한. 바로 법보입니다, 다음(조성택). 중도가 부정을 통한 두 대립적 관점의 해소에 그 지향점이 있다면 화쟁은 개시개비(皆是皆非)의 양긍정과 양부정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이해하려는데 지향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화쟁은 다원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오늘날 현대사회의 문제에 보다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중도란 두 대립적 관점이 결국 ‘상대성’에 기초해 있음을 이해하는 인식론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고락중도(苦樂中道), 단상중도(斷常中道)의 경우와 같이 기존의 통용되던 이론들을 전적으로 부정하고 새로운 제3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존의 이론이나 주장들을 적당히 조합하여 혹은 절충하여 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새로운 길을 열고자하는 것이 바로 중도이다 그래서 중도는 어떤 고정된 견해가 아니라 자기 부정을 포함하는 끊임없는 부정을 통해 바른 길에 도달하고자하는 모색의 길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화쟁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의 예화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개시개비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본다. 나만 옳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다 옳다는 긍정과 다른 사람도 틀렸지만 나도 틀렸다는 부정을 통해 다원주의적 관점에서 어떻게 진리를 추구할 것인가의 문제에 관해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2006-05-20 오후 6:23:16)
96
IMF 전까지,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진행시키면서 아니 열심히 서구와 일본을 따라잡아오는 과정에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노정하였지만 실업에 있어서만큼은 완전고용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젊은 아이들이 놀고 있다, 주4일 근무를 한다는 것은 정말 먼나라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2006-05-20 오후 6:05:13)
90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봅니다.(김종욱)" 하지만 네 일자리 생기지, 내 일자리 생기냐. 일자리 생겨도 네가 다 챙겨 먹는다, 그래서 나는 일자리에 관심을 못갖는다 하는 사회구성원들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불교의 역할이 지역주의 해소를 비롯한 사회통합에 있음입니다.
(2006-05-20 오후 5:53:24)
91
양극화라는 개념이 문제입니다. 우선 살펴볼 것이 누가 양극화를 이슈로서 계속 제기하고 있느냐는 점이며, 그렇다면 양극화가 과연 실체로서 존재하느냐는 의문으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사람의 말과 관점이 옳은 것은, 즉 사회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양극화는 분명 실체가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영역 특히 경제부문의 특수 현상을 지칭하는 개념이었습니다. IMF 이후의 현상을 논점에 두고 정치하게 거론되어야 할 개념이었습니다. 왜 수출은 잘 되는데 경제성장률은 지체되고 있는가, 왜 대기업은 승승장구하는데 소비는 정체되고 있는가, 중소기업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에 대한 예밀한 분석도구로서 사용되어야 할 개념이었습니다. 그러나 선정주의를 좇는 언론의 특성과 양극화 이슈를 통해 정치기반을 다지려는 집단들이 논점을 흐려놓았습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인구에 회자되는 유행어로 진정성이란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진정성이란 말처럼 뜻을 알 수 없는, 모호하고 의심스러운 단어가 없습니다. 실용 없는 진정성을 선이라고, 혹은 정의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6-05-20 오후 5:37:46)
86
양극화라는 개념이 모든 사람의 말과 관점이 옳은 것은, 즉 사회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양극화는 분명 실체가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영역 특히 경제부문의 특수 현상을 지칭하는 개념이었습니다. IMF 이후의 현상을 논점에 두고 정치하게 거론되어야 할 개념이었습니다. 왜 수출은 잘 되는데 경제성장률은 지체되고 있는가, 왜 대기업은 승승장구하는데 소비는 정체되고 있는가, 중소기업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에 대한 예밀한 분석도구로서 사용되어야 할 개념이었습니다. 그러나 선정주의를 좇는 언론의 특성과 양극화 이슈를 통해 정치기반을 다지려는 집단들이 논점을 흐려놓았습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인구에 회자되는 유행어로 진정성이란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진정성이란 말처럼 뜻을 알 수 없는, 모호하고 의심스러운 단어가 없습니다. 실용 없는 진정성을 선이라고, 혹은 정의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양극화의 시간을 근대화의 역사로까지 넓혀 잡았습니다. 분석의 논점은 국정 및 그 예산집행의 방향에서부터 흐려지고 빗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일부 시민사회는 이에 대해 암묵적 내지 절대적 지지를 보내왔습니다. 양극화의 원인을 산업화의 문제점에서, 그 해결을 민주화에서 찾겠다는 진단이 성립되고마는 안타까운 순간인 것입니다. 이로서 경제문제는 사회문제로, 나아가 정치문제로 소모되고 맙니다.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철 지난 이념만이 신문들 사이에서 논쟁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2006-05-20 오후 5: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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