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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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암 스님, 전통 선사상 완벽하게 연출"
월정사 수행학림 여섯번째, 무여 스님 '한암대종사의 선사상' 강의
“한암 대종사님은 전통 선사상을 완벽하게 연출했다.” 4월 21일 ‘한암 대종사 수행학림’ 여섯 번째 주제인 ‘한암 대종사의 선사상’ 강의에 나선 무여 스님(봉화 축서사 선원장)은 대종사의 선사상을 이렇게 요약하며 “여러 선원의 조실로 납자를 제접하고, 조계종 종정으로 종단 내외의 존경을 받다가 좌탈입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여 스님은 또 “조사선 사상을 완벽하게 계승했다”며 “대종사님께서는 본래성불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무여 스님은 이 외에도 “선교를 겸수했다”며 “방선의 여가를 이용해 선어록과 소의경전 전반을 특강하기도 하고, 심지어 안거 중에 〈금강경〉을 독송하게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무여 스님은 “따라서 대종사의 선사상은 오늘 한국의 선풍토(禪風土)와 같은 곳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무여 스님의 강의를 요약한 것이다.


무여 스님
자신이 부처임을 철저히 믿어라

오늘 강의는 승가오칙(僧伽五則)과 선원규례(禪院規例), 선문답(禪問答) 21, 참선곡, 화두 드는 법 등을 중심으로 실참실구(實參實究)면에서 대종사님의 선사상에 접근해 보겠습니다.

참선을 하려면 어떠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까? 대종사님은 선문답에서 “맨 처음 자신의 마음이 부처이며, 자신의 마음이 법(法)이고 도(道)인 줄 알고, 구경에도 다름없음을 철저하게 믿어 조금도 의심이 없어야 한다”고 하면서 “만일 이와 같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면 비록 만겁 동안 수행을 한다 할지라도 마침내 진정한 대도에는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공부해야 진실한 참구가 됩니까? 선문답 등의 말씀을 정리하면 첫째, 발심하라는 것입니다. 둘째, 깊은 믿음을 가져라는 것입니다. 화두를 참구하되 다급하지도 느슨하지도 않은 그 가운데 오묘함이 있습니다. 부지런히 하면 집착에 가깝고 망각하면 무명에 떨어지게 됩니다.

천 갈래 만 갈래 의심덩어리는 다만 하나의 의심으로 고양이가 쥐를 잡듯, 암탉이 알을 품듯, 배고플 때 음식을 생각하고 목마를 때 물을 생각하듯, 사량(思量)과 지해(知解)를 모두 놓아버리어(念起念滅 無氣忍) 한 포기의 풀도 돋아나지 않고 한 티끌도 두지 않고서 다만 범정(凡情)을 다하고 특별히 성해(聖解)도 없이 성성영영(惺惺靈靈)하고 면밀하고 면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두 참구에서 가장 강조한 점은 사량분별(思量分別)을 말라는 것입니다. 그럼 한 구절씩 설명하겠습니다.

발심은 발보리심(發菩提心)의 준말입니다. 보리를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확고하고 철저한 마음을 내는 것이 발심입니다.

흔히 화두가 안 된다, 참선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발심이 안 된 상태에서 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발심자라면 어찌 화두 안 되는 것을 고심할 것이며, 어찌 깨치지 못할까 걱정할 것이며, 어찌 생사문제를 두려워할 것입니까. 발심을 하려면 인생 무상(無常)을 깊게 느껴야 하고, 사람으로 태어나고 불법을 만나기가 어려운 줄을 알아야 합니다.


원력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과 같다

여러분, 여러분께서 앉은 자리를 바로 보십시오. 그 자리가 바로 부처 자리이고, 여러분 자신이 바로 부처입니다. 그 자리는 한 생각 돌려서 발심하면 바로 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발심하지 않고 자기를 찾으려는 것은 스스로 눈을 가리고 무엇을 찾으려는 것과 같고, 손에 금덩어리를 쥐고 금광맥을 찾으려고 헤매는 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암 스님께서는 “원력을 세우라”고 강조했습니다. 원력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과 같습니다. 꿈과 희망이 없는 사람은 내일이 없고, 목표가 없는 사람은 기대할 가치조차 없습니다. 참선자는 꿈과 희망이 충천해야 하고, 자기 목표를 향해 한결같이 열심히 노력하고 애를 써야 합니다.

대종사님께서도 깊은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경책하셨습니다. 〈화엄경〉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믿음은 도의 근원이요, 모든 공덕의 어머니’입니다. 도는 믿음에서 출발해서 믿음으로 끝납니다.
진정한 믿음으로만 불법의 대해(大海)를 건널 수 있습니다. 대신심(大信心)은 대의심(大疑心), 대분심(大忿心)과 더불어 화두 참구의 삼대 요체로 보기도 합니다. 참선자는 불성(佛性), 불법(佛法), 화두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그럼 화두는 어떻게 참구할 것인가? 대종사님께서는 ‘화두 드는 법’에서 화두 참구 요령을 간단명료하게 함축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급하지도 느슨하지도 않은 그 가운데 오묘함이 있다”고 말씀했습니다. 화두를 급하고 강하게 들면 마음이 불안하고, 들뜨고, 동요가 일어나기 쉽고, 집중이 잘 안되고, 진실한 의심을 일으키기가 어렵습니다. 화두 참구에는 ‘적당히’와 ‘알맞게’라는 말이 아주 긴요합니다. ‘적당히’와 ‘알맞게’라는 말에 온갖 지혜가 함축돼 있습니다.

화두 참구는 부처님 말씀처럼 거문고줄을 타듯이 해야 합니다. 거문고 소리를 곱게 하려면 거문고줄을 되게 조이지 말고 너무 느슨하지도 말며 적당히 맞추어야 합니다. 뜯는 것도 아주 알맞게 뜯어야 묘음(妙音)이 납니다.

그렇듯이 화두 참구도 알맞게 적당히 의심을 일으켜야 진의가 돈발하기 쉽고 선정에 들기 쉽습니다.

또 대종사님께서는 화두 참구는 “부지런히 하면 집착에 가깝고, 망각하면 무명(無明)에 떨어지기 쉽다”고 하셨습니다. 화두는 부지런히 하되 집착은 말아야 하고, 그러면서 놓치지 않고 성성(惺惺)하게 들어야 합니다. 화두를 망각하면 무명에 떨어져 어두워집니다.

화두의 생명은 의정(疑情)입니다. 화두는 삼세제불과 역대 조사스님의 진수(眞髓)가 드러난 법문 중의 법문이지만, 참선자에게는 오직 의정을 일으켜 타파하는 데 본뜻이 있습니다.

의정을 일으키되 의정이 크면 크게 깨칠 수 있고, 의심이 없으면 깨칠 수 없습니다.



화두 들땐 다급하지도 느슨하지도 않게

또 스님께서는 “고양이가 쥐 잡듯이, 암탉이 알음 품듯이”하라고 법문했습니다. 화두 참구는 쥐를 잡으려는 고양이처럼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쥐구멍만 노려보듯이, 마음과 눈을 화두 한 곳에 매어두고 또렷또렷하게, 생기 있는 정신으로 공부를 지어가야 하고, 살아있는 의정을 일으켜야 합니다.

화두는 단기간에 깨치겠다는 생각도 말고, 급히 해마치겠다는 생각도 말고, 닭이 알을 품듯이 한결같이 꾸준히 들어가면 시절인연이 도래해 병아리가 알에서 태어나듯 타파될 날이 있을 것입니다.

화두 드는 법에서 “사량과 지해를 모두 놓아버리어, 한 치의 풀포기도 돋아나지 않고, 한 티끌도 두지 않고서”라고 했습니다. 사량이란 생각하는 것, 지해란 알음알이를 말합니다. 두 가지 모두 놓아버리라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깨치고 나서 제 일성(一聲)으로 “아! 기특하구나, 일체중생이 부처님과 꼭 같은 지혜와 덕상을 갖추었네”라고 하셨습니다. 누구나 본래는 부처, 본래 이미 성불돼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부처가 되지 못하는가? 바로 번뇌망상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종사님께서는 번뇌망상과 번뇌망상으로 일어나는 알음알이를 모두 놓아버리라는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지식으로 중무장합니다. 이 지식도 마음공부에서는 번뇌망상입니다. 인간이 지식 덕분에 편리하고 풍요롭게 살아가지만, 지식 때문에 점점 왜소해지고 더 불행해지고 괴로워지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현대인일수록 더 수행을 많이 해야 합니다. 수행은 해야 되는데 비우지 못하니 부득이 방편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화두 참선이요, 요즘 유행하는 수행법입니다.

현대인들이 가장 경계할 것이 알음알이입니다. 요즘 선에 관한 책들이 범람해 실참실구는 안하고 알음알이로 해 마쳤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공안은 깨쳐야지, 지식이나 이론으로 생각하고 따지고 판단할 수 없는 것입니다.


번뇌망상과 알음알이 놓아라

“특별히 성해도 없이 성성영영하고 면밀하고 면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별히 성해도 없이”란 특별한 마음도 없이, 어떤 마음도 갖지 않고란 뜻입니다. 화두는 성성영영하게, 즉 분명하게 또렷또렷하게 들어야 합니다.

성성영영은 공부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견처(見處) 경계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고양이가 쥐 잡듯이’ 하라는 것이 바로 성성영영입니다.

마지막으로 ‘면밀하고 면밀해야’ 합니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 듯이, 귀중한 금속으로 귀중품을 만들 듯이 빈틈없이, 짬지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지극하게 간절하게 하면 어찌 공부가 안 될 것이며, 어찌 생사 문제를 걱정할 것이며, 어찌 견성못할까 걱정하겠습니까.



평창 월정사/정리=남동우 기자·사진=박재완 기자 |
2006-05-02 오전 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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