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가 4월 28일에서 29일까지 이틀간 경주 보문단지 내 힐튼호텔에서 개최한 ‘황룡사복원 국제학술대회’에서 이같은 주장이 재기됐다.
황룡사 복원에 관한 학술대회는 1929년 후지시마 가이지로에 의해 최초로복원에 관한 연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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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선 국립문화재연구소 황룡사복원사업단장은 ‘황룡사 복원 계획의 방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황룡사 복원은 아직도 경주 시민과 불교계는 빨리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목조건축 기술이 부족하고 당시 건축양식의 고증이 불가능한데 황룡사 같은 거대 사찰의 복원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있다”며 “그러나 황룡사는 신라시대 주변의 아홉 국가를 다스리려는 목적으로 조영된 사찰로 당시 국가 이념인 불국토 사상과 왕권을 표현하는 호국의 상징물로서 기념비적 건축물은 그 시대 사말들의 염원을 담은 상징물이기에 반드시 복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건물 몇 동을 복원하고 나서 이를 황룡사 복원이라 한다면 이는 하나의 거대한 건축 모형이라 부를 수 밖에 없고 내용 없는 껍데기의 복원에 불과하다”며 “우선적으로 구체적인 복원의 범위와 일정, 연구계획 등이 포함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마스터플랜을 작성한 후 이에 의거하여 지속적으로 작업을 진행할 과학적 복원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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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그는 “복원하는데 2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이며 아무리 현대 기술이 발달되어 있어도 충분한 연구와 타당성있는 복원 설계, 좋은 재목과 충실한 시공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며 “황룡사 전각과 주변의 전시장과 방리(方里) 복원까지 한다면 3,5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고 비용은 국가가 주도하여 정부예산을 단계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상해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도 ‘고대건축 복원의 의미와 방법 : 황룡사 복원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황룡사가 왜 복원되어야 하는지, 어떤 문화유산을 복원 대상으로 삼아야 할지, 어떤 방법으로 복원해야 하는지, 복원을 할 경우 기술과 재료는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지 등에 관한 복원 원칙과 지침이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디지털 기술을 응용한 황룡사 복원이 하나의 방안이며 디지털 복원은 낮의 황룡사, 낮의 경주뿐만 아니라 밤의 경주, 역사속의 황룡사와 경주를 보여줌으로써 관광객들이 경주에 하룻밤 묵고 가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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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전 토지박물관장은 ‘신라 왕경과 황룡사’라는 논문을 통해 “신라왕경에 있어서 황룔사의 위산은 종교의 중심이었고 신라인의 정신적인 구심 역할을 한 것임을 알 수 있다”며 “그런데 7세기 신라인이 건립한 9층 목탑이 오늘날 현대과학이 눈부시게 발달하여 3, 4차원의 세계를 논하는 마당에 1차적인 재현조차 되지 않은 것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문제가 많은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둘째날 주제 토론에 나선 통도사 성보박물관 범하 스님은 “복원을 해야한다는 당위성에는 동감하나 아직 9층 목탑과 장육존상 등 신앙의 대상물들에 대한 고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만 짓는다는 것은 반대한다”며 “특히 관광자원화 되기 보다는 황룡사를 건립할 당시의 불교적 정신을 이어받아 신앙의 공간으로 복원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