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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인류의 새로운 출발을 기원합니다!”
오늘은 부처님오신 날 삼가 봉축올리나이다.
중중무진세계의 일체중생들, 오늘은 여러분들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석가세존은 모든 중생을 본래부처요, 미래의 부처님으로 태어나게 하셨습니다. 기는 벌레와 나는 새, 흘러가는 구름들도 모두 우리의 생일이라 자축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 의지함으로서 더욱 빛나는, 중생(衆生)이라는 은혜(恩惠)의 그물에 얽힌 유일(唯一)한 구슬들입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미물(微物)도 단일한 물성(物性)으로는 출생(出生)할 수 없으며, 크나 큰 은하수도 어울림으로서만이 오래토록 반짝일 수 있습니다.
중생이 없는 곳을 찾아 티끌 그 속을 살펴보아도 중생이 아닌 그 속은 없으며, 무한(無限)으로 밖을 떠나 헤매어 보아도 중생 없는 그 밖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법계중생(法界衆生)의 본지풍광(本地風光)중에 생명과 생명 아닌 것의 경계(境界)는 이미 없는 것입니다.
하나뿐인 무정(無情)의 지구와 인류평화를 파괴하는 일도 탐욕과 분노, 무지함으로 얼룩진 무명중생(無明衆生)들의 활동(活動)이며, 전쟁과 불행을 막아 내는 일도 참회와 용서, 용기 있는 지혜로 무장한 생명(生命)들의 떳떳한 실상(實相)입니다.
너의 탐욕과 나의 지혜는 본래 없습니다. 사랑하지 않는 너와 나, 우리들, 그 사이에서 삼독의 불길은 타오르며, 우정어린 너와 나, 우리들 그 틈새로 용서와 지혜의 꽃불이 타오르게 됩니다.
나의 주장과 너의 무지, 나의 청렴과 너의 부도덕, 나의 선함과 너의 사악함, 나의 가난과 너의 부유함, 나의 근면과 너의 태만, 나의 아픔과 너의 행복, 나의 신앙과 너의 이단 등, 아만과 집착들은 빛나던 세계를 암흑으로 바꿉니다.
검은 구슬과 때 묻은 거울들은 서로를 비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름다고 무한한 구슬들의 그물이 흩어지고, 서로가 서로를 비추기를 포기하였을 때, 삼독의 파고는 높아지고 중생들은 세상이 어둡고 불행하다고 슬퍼합니다.
나의 탐욕, 나의 분노, 나의 어리석음을 너의 자비. 너의 슬픔, 너의 희생, 너의 지혜로 비추면서, 끝없이 스스로의 어둠을 소멸해 갑시다!
일체를 비워 영롱한 구슬들이 서로를 비추어 쉬어감이 없을 때, 세상은 무한히 빛나고 모두는 행복하다고 아우성칠 것입니다.
수억 리 은하수 넘어 행성의 생명들이, 지구촌이 왜 이리도 밝으냐! 고 탄성을 지를 때까지! 공격하고 정복할 줄 밖에 모르는 지구촌에, 이해하고 사랑하는 불성(佛性)의 인류(人類)가 총칼 없는 혁명을 시작하였다는 소식을 전하도록 합시다.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어린 연어떼들, 억조창생의 갯벌중생들과 동생동락하던 철새들이 어김없이 돌아오고 돌아가게 합시다.
총칼을 들고 원정을 떠나는 청년들이 불살생(不殺生)의 혁명대가 되어 평화(平和)의 지대(地帶)에서 노래하게 합시다.
눈물지으며 국경을 몰래 넘나드는 타국의 가난한 이웃들이 허리 펴고 웃을 수 있게 합시다.
인류의 행복은 그들의 그물 끝에 달려 있습니다.
생일은 새롭게 시작하는 날입니다.
인류(人類)의 별, 늘 푸른 지구촌(地球村)을 위해 각성(覺性)하는 인류(人類)의 새로운 출발(出發)을 간절히 기원(祈願)합니다.
불기2550(2006)년 음력 사월초파일(5월 5일)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장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