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불교와 천주교가) 손을 맞잡은 모습을 방송과 신문을 통해 지켜보면서 국민들도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가톨릭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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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5월 5일(음력 사월초파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서울 성북동 성가정입양원을 찾았다. 조계종 총무원장이 이웃종교의 복지시설을 찾아간 것은 최초의 일이다.
4월 27일 신록이 고운 성북동 산비탈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성가정입양원(원장 윤영수 수녀)에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불교와 가톨릭 두 종교의 수장의 만남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온 수 십명의 기자들로 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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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지관 스님과 총무원 부·실장 스님들이 입양원 마당에 들어서자 마중 나온 시설 관계자와 자원봉사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중년의 한 부인은 스님의 방문에 감격한 듯, "지관 스님 환영합니다"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건물 안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던 정진석 추기경은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해 우리 입양원을 방문해 주신 지관 스님과 같이 수행해온 스님 모두에게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을 전했다. 지관 스님과 정진석 추기경은 이날 첫 만남이었지만, 너무도 오랜 지기와 같은 모습으로 두 손을 꼭 잡고 놓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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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관 스님 일행은 서울대교구 허영엽 신부의 사회로 간단한 시설소개와 환영인사를 받고 입양원장 윤영수 수녀에게 총무원이 마련한 기부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지관 스님은 "늦었지만 정진석 신부의 추기경 서임을 마음속 깊이 축하드린다. 이곳에 와서 불교와 가톨릭은 비록 다른 종교지만 마음속 깊은 정서가 같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불교에는 없는 입양기관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과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합장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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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관 스님과 정진석 추기경은 입양원 2층의 신생아실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둘러보며 환담을 나눴다. 이곳에서 수녀의 품에 안긴 아이들을 어르던 지관 스님이 "지금까지 우리 종단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불교계 복지시설만 들렀는데 올해는 특히 이곳을 제일먼저 들렀다"고 말하자, 정진석 추기경은 "5월 5일 어린이날과 부처님오신날이 겹쳐 더욱 의미가 깊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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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원 마당에서 기념 촬영을 끝낸 지관 스님이 다음일정을 위해 차에 오르기 직전까지 두 사람은 손을 놓지 못했다. 지관 스님의 이날 방문은 불교의 자비정신을 실천하고 두 종교간의 화합 과시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한편, 지관 스님은 이날 오후 5시 도선사에서 운영하는 혜명보육원 어린이들을 찾아가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성가정입양원은?
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국내입양전문시설로 1989년 설립됐다. 가톨릭은 한국전쟁 이후 수많은 입양아들이 해외로 보내진 것에 대한 반성으로 "우리아이는 우리손으로"라는 정신으로 국내입양사업을 시작, 현재까지 1980명을 국내 가정에 입양시켰다. 성가정입양원은 입양되기전 아동일시보호소와 미혼모상담소를 같이 운영하고 있으며 사회복지, 간호사, 보육사 등 21명의 직원이 48명의의 영유아를 돌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