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불교학자들의 축제’ ‘승가와 재가, 문화와 국경을 초월한 무차대회’라는 수식어가 붙는 2006 한국불교학결집대회(대회장 종림ㆍ이하 결집대회)가 4월 23일 한국불교학회장 이평래 교수를 차기 대회장으로 선출하고 이틀간(4월 22~23일)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불교의 문화ㆍ교리ㆍ역사 수호와 현대적 창조’라는 대전제로 열린 이번 대회는 국내외 학자130여명이 논문을 발표했고 이중 외국 불교학자들의 논문도 60여 편에 달했다. 참가 국가는 7개국으로 일본이 30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10여명(홍콩 포함), 미국, 캐나다, 인도, 태국, 스리랑카에서 온 학자들도 20여명이 참가했다.
13개 분과별 논문발표 주제를 살펴보면 △승가교육 △실천수행 △초기ㆍ부파 △중국불교 △일본불교 △티베트불교 △화엄ㆍ천태 △남아시아 불교 △인도 대승불교 △한국불교 △선불교 △불교문화 △서지ㆍ어문 △생명ㆍ생태 △심리치료 등 불교와 관련된 거의 전 분야의 주제를 다뤘다.
결집대회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불교학 및 관련 연구자 가운데 거의 절반이 참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현재 한국 불교학계의 연구자 분포 현황과 연구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결집대회에서는 어떤 주제의 논문들이 발표됐으며 가장 큰 반향과 관심이 쏠렸던 분과는 어떤 분야였을까?
1회 대회 때는 원효 사상이 하나의 분과로 발표되고 2회 대회에서는 조선시대 불교에 대한 연구와 한·일 불교 교류사에 대한 논문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이번 대회에서는 특히 응용불교(심리ㆍ치료, 생명ㆍ생태 분과)에 대한 논문이 늘어났다. 이는 불교학이 학제간연구로 외연을 넓히고, 학문적 연구대상이 아니었던 분야가 학문 영역에 포함되는 경향을 보여준 결과라 하겠다.
생명ㆍ생태를 주제로 한 제13분과 발표장에서 순천대 안옥선 교수는 네스의 심층생태학에서의 동일시와 불교의 동체자비의 유사성을 △전일론적 존재론과 연기론 △자리이타의 원리 등을 근거로 연구한 논문 ‘심층생태학의 동일시와 동체자비’를 발표했다.
안 교수는 “심층생태학에서의 자아실현과 불교에서의 해탈을 추구하는 사람은 동일시와 동체자비의 실천을 떠나서는 그 목적을 이룰 수 없다”며 “동일시와 동체자비를 통해서 전일론적 존재론과 연기라는 존재실상에 합치되는 삶을 구현함으로써 자기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가 함께 최고의 선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서울대 우희종 교수는 과학의 발달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생명조작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을 검토하고 과학적 지식에 대해 불교적 지혜가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
우 교수는 논문을 통해 형질 전환으로 만들어진 돼지 장기가 사람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되었을 경우 사람 체내에 이식된 돼지 장기에 자연 감염될 수 있는 돼지 고유의 치명적 병원체는 미생물 특유의 환경적응력을 바탕으로 사람에게 적응해 전혀 새로운 질병 병원체로 변이해 인류를 위협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또 우 교수는 “전 생명체의 관계를 인드라망으로 비유하면서 모든 것이 상의상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불교의 가르침이야 말로 환원론에 바탕을 둔 현대과학에 대하여 총체적 접근의 필요성과 더불어 앞으로 과학의 연구방향 설정까지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치료로서의 불교’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김재성 교수는 ‘현대심리치료법과 불교의 1인칭적인 접근법’을 통해 계ㆍ정ㆍ혜 삼학을 닦는 자기치유법을 제시해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덧붙여 김 교수는 “불교심리학의 한계인 관계문제와 자기치유 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상담 및 치료는 현대심리치료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고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상담가나 의사들은 불교심리학의 지혜를 통해서 자애와 근본적인 지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일본 무사시노대학 가스코 마쯔모토 교수는 ‘불교의 성(性)에서 본 노년기의 성과 그 존재의식에 대한 연구’에서 <대승장엄경론>의 ‘종성품’의 내용을 인용해 불교에서 금기시하는 성적 욕망과 심리학에서의 스킨십을 접목시킨 고령기 심리치료법을 제시한 논문을 발표했다. 가스코 교수는 “예를 들어 고령의 노인과 투병중인 노인, 치매노인의 경우 손을 잡아주거나 얼굴을 어루만져주는 행위 등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듯이 인간의 성을 그 사람의 본질의 일부로 가정할 경우, 성적 행위 등을 통해서도 노년기에 겪는 상실감과 외로움을 줄일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운문사 중강 명법 스님의 ‘북송시대 문의 부활과 과제’와 일본 동경대 마애가와 켄이치 연구원의 ‘설화로 본 명혜 스님의 연구’ 홍콩대 랑가마 찬다위나말라 연구원의 ‘고대 스리랑카 테라바다 종파에 대한 연구’ 등의 신진 불교학자들의 논문도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