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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만물이 생동하는 4월 초파일, 바로 부처님오신날입니다. 그리고 마침 어린 아이가 바로 부처님 마음이라는 말 그대로 오늘은 뜻 깊은 어린이날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2천 6백 여 년 전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부처님은 번뇌와 고통에 빠져 비탄에 젖어있는 중생들을 구제하고자 왕으로서의 온갖 부귀영화를 버리고 평생을 가난하고 소외받고 버림받은 중생들과 함께 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 탄신일이 바로 오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날의 참뜻을 기리고 기억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각 사찰에 등을 밝히고 여러 행사를 하는 것은 관성적으로 석가모니 탄신을 기념하자는 뜻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우리들이 잘못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그래서 우리도 부처님처럼 바른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서로 나누고 배려하고 봉사하는 정신, 상처받은 사람에게는 자비를, 전쟁이 있는 곳에는 평화를, 번뇌가 있는 곳에는 위로를, 그리고 반목과 갈등이 있는 곳에 화해와 사랑의 등불을 켜자는 데 기본 뜻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주변은 갈수록 서로의 이해관계로 인하여 갈등과 대립과 충돌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질적 풍요는 갖추었지만 아름다운 심성과 덕목은 사라지고, 그리고 그 풍요도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쳐져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양극화 현상을 불러왔습니다.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하여 가난의 대물림이 이루어지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어 부의 세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모름지기 부처님 정신에 투철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자신이 자비로운 부처님이라는 마음이 생기면 탐욕과 독점과 아집과 편견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부처님과 함께 한다면 자기성찰과 나눔과 양보의 마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부처님오신날을 축원하는 뜻도 바로 이런 상생의 길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자는 데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분단국가입니다. 그래서 늘 긴장과 대립과 전쟁이라는 불안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평화와 인류공영의 가치를 구현하는 불자답게 각자의 가슴에 화해와 배려와 아량의 등불을 켜고 대립에 있는 곳에 화해를, 전쟁이 있는 곳에 평화를, 비난이 있는 곳에 웃음의 등불을 비춰 보냅시다. 민족과 인류가 살 길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평화와 자애, 그리고 자비인 것입니다.
친애하는 불자 여러분, 오늘 절에 등을 밝혔듯이 여러분 각자의 가슴에도 등을 달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등을 단 여러분의 가슴이 바로 부처님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이라면 가정의 평화, 민족의 평화, 인류의 평화와 공영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그런 평화의 등을 불자님 여러분 각자의 가슴에 다십시오.
불자 여러분의 가정과 직장, 그리고 꿈을 키우며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만복이 깃들기를 축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550년 4월 초파일(5월 5일) 부처님오신날
천태종 총무원장 正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