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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 율장교육 後 선수행'으로 율풍진작을
[집중기획]한국 율원의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가
올 봄, 법주사 강원을 졸업한 도천 스님. 최근 쉽지 않은 진로 선택을 했다. 선원 대신 율원에 방부를 들였다. 강원을 마친 학인 대부분이 곧장 선원으로 몰려가는 현실에서 ‘선원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고민도 했지만, 스님은 대구 파계사 영산율원에 입학했다. 율장을 모르고서는 평생 수행자답게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같은 율원생의 입학 사연은 ‘한국불교 율원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철우 스님의 진단과 무관하지 않다. 율원 입학을 망설였던 학인스님과 율장을 가르치는 율사가 율원 현실에 대한 문제점을 같이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 왜 율원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가? 그 까닭은 무엇인가?


# 율원생 꾸준히 늘고 있다지만…

1968년 조계종 통합종단 출범 이후, 총림으로는 처음 개원된 해인율원(율주 종진).

4월 12일 합천 해인총림 율원의 오전 시간대는 바쁘게 돌아간다. 38년동안 100여 명의 율원생과 16명의 율사를 배출시킨 해인율원은 어김없이 예불과 108배 새벽정진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정진이 끝나자, 곧바로 오전 7~9시에 1학년 ‘사분율반’과 2학년 ‘범망경반’ 율장 강의가 진행된다.

좀처럼 서두르는 기색은 없다. 착착 맞아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16명의 학인스님들은 움직인다. 수업은 철저한 문답식으로 이뤄진다. 율장해석을 놓고 일어나는 논쟁이 흥미롭다. 율장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율원장 무관 스님과 학인들 간의 치열하게 오가는 문답에서 생동감이 묻어 난다.

해인율원의 이같은 분위기처럼, 최근 율원에 입학하는 학인 수가 조금씩 늘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이 밝힌 ‘연도별 율원(종단인가) 수와 학인 수 증감’에 따르면, 2003년(율원 4곳) 26명→04년(4곳) 34명→05년(영축총림 율원 개원 5곳) 47명→06년(5곳) 54명 등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지난 4월 7일 고불총림(백양사) 청류암에 개원된 율원이 종단인가를 받게 되면, 전국의 율원 수도 기존 해인총림, 조계총림(1988년), 영축총림(2005년), 파계사 영산율원(1996년), 봉녕사 금강율원(1999년) 등과 함께 6곳으로 늘게 된다.

일단 통계상으로는 율원과 율원생이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해인율원 2년차 선공 스님도 “해인사 강원을 졸업하고 다시 해인율원에 들어오는 진학률이 높다”고 귀띔했다. 매년 20여 명의 해인강원 졸업자 중 해인율원 입학률이 20%를 상회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인율원과 달리, 대부분의 강원 학인들 사이에서는 율원 진학을 꺼려하는 풍토가 지배적이다.

서울 지역 모사찰 강원의 한 학인스님은 “강원 교과과정에 율장과목은 있지만 비전문가 강사스님이 강의해 전문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율사스님의 대우도 강사(교수)가 아닌 중강(부교수) 정도로 대접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인들 사이에 서둘러 선원에 가서 선 수행부터 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 기본교육 졸업자 5%만 율원 입학

율원 기피는 ‘승려 교육기관’ 통계에서도 여실히 확인된다. 2004년 기본교육기관(강원, 기초선원, 동국대, 중앙승가대) 졸업자 424명 가운데, 율원 입학률은 4.95%(21명)에 불과하다. 매년 승려기본교육기관에서 쏟아져 나오는 학인 100명 중 5명 정도가 율원에 진학하고 있는 셈이다. 율원 교직자 수도 미미하다. 교직자 1명당 학인 수가 7.9명인 강원과 달리, 율원은 11.8명이나 된다.

율원을 졸업해도 더이상 공부할 데가 없다. 율장을 연구하고 싶어도 관련 전문기관이 부족하다. 4년 전부터 송광율원을 비롯해 해인율원, 영산율원 등에서 3년 과정의 ‘율원 연구생’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매년 20여 명씩 배출되는 율원 졸업생을 수용하기에는 벅찬 실정이다. 일반 학제로 치면, 2년 과정의 석사(율원)를 마친 대학원생이 3년 과정의 박사과정에 진학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해인율원장 무관 스님은 “화합승가의 유지와 존속 근거인 율장공부는 수행자의 존재이유를 일러주는 기초임에도 선 수행 중심의 수행풍토로 그 중요성과 필요성이 간과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율원 활성화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 율원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가? 율원 운영과 율원생 교육에 잔뼈가 굳은 해인율원장 무관 스님과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철우 스님은 “문제의 정확한 현실 인식이 곧 대안”이라고 단언했다. 현실에서 방법을 찾자는 주문이다.


# 종단차원의 ‘율장연구원’을

이들 스님들은 율원 정체 현상의 원인으로, 한국승가의 확고한 지계정신 부족을 첫 번째로 꼽았다. 율원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비단 율원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깨달음’을 중시하는 선원 중심의 승가교육 풍토 ▲이로 인한 율학의 중요성 간과 ▲강원 학인들의 율원 진학 기피 현상 지속 ▲율원 졸업자의 진로 불확실성 ▲율사의 미양성과 율풍의 정체 등으로, 율원 정체의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깨달음 지상주의’에 빠져있는 한국불교의 수행풍토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깨닫는 과정, 즉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길인 율장연구를 강조했다.

무관 스님은 우선 종단ㆍ총림ㆍ율원 등의 다각적인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스님은 이를 위해 ▲단위 사찰의 포살법회 의무 등 승가 차원의 지계의식 확립 ▲승려기본교육기관 내 율장교육 강화 ▲율사 중심의 계단위원회 및 법계위원회 구성 ▲종단차원의 율장연구원 개원 ▲기존 율원연합체 ‘비니법석’의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특히 스님은 해인율원 율사들이 직접 강원에서 율장을 교육하고 있는 점을 실례로 들며, 강원의 율장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先 율장교육 後 선수행’이 율원활성화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무관 스님은 “현재 율원이 개설된 총림에서는 율주나 율원장 스님이 총림 강원에서 율장을 가르치고 있는 반면, 일반 강원에서는 율장에 대한 과목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있다”며 “율사를 의무적으로 강사로 섭외해 율장교육의 중요성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율장연구원’ 개설도 제시했다. 율원 졸업생들의 율장연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자는 의견이다. 새로 배출된 소장 율학 연구가들에게 종단 차원의 율학연구 프로젝트 부여, 율장과 현대사회문제 사이에서 일어나는 간극과 불협화음을 해소하기 위한 ‘지계 가이드안’을 마련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이 마련한 지계 가이드안을 중진 및 원로 율사들로 구성된 계단위원회나 법계위원회에서 심의, 현대적 의미에 걸맞는 율장해설서를 발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 종단 지정 ‘기초율원’ 설립 시급

1996년 조계종 단위사찰로서는 최초로 율원을 개원한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철우 스님도 종단이 청정수행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총림에서 구색 맞추기 형식으로 율원을 운영하고 있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총림율원의 활성화와 단위 사찰의 율원 개원을 위한 방안으로 ▲종단 지정 기초율원 설치 ▲강원 및 선원의 율장 교육 기회 확대 ▲교구본사별 계율 자문역으로 기존 율사의 활용 ▲강사 수준의 율사 대우 등을 제안했다.

특히 스님은 “율장에서는 ‘선원이든 강원이든 먼저 율장을 5년 이상 배우고, 구족계를 받고 선원이나 강원에 입학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현재 조계종의 승가교육은 이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사미(니) 시절부터 기초율원에서 율장을 먼저 배우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또 기존 총림율원이 전체 학인스님들에게 정례화 된 율장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방안으로 송광율원이 광주ㆍ전라권 학인을, 파계사 영산율원이 대구ㆍ경북권 학인을, 해인율원과 통도율원이 부산ㆍ경남권 학인 스님들에게 <사분비구계본>을 강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스님은 전계를 받고 활동 중인 31명의 율사들을 활용해 각 교구본사별 계율 자문역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계 율사는 총 31명. 송광율원 15명, 해인율원의 자운율사 율맥을 이은 율사 16명 등이다. 원로 율사로는 조계종 전계대화상 성수, 송광율원 율주 원명, 총무원장 지관, 법주사 율주 혜정, 쌍계사 조실 고산, 계단위원 범어사 정관, 해인율원 율주 종진, 범어사 전계사 흥교 스님, 중진 율사로는 파계사 주지 성우, 영산율원 율주 철우, 해인율원장 무관, 통도율원장 혜남, 송광율원장 지현, 고불율원 율주 혜권 스님 등이 있다.

조계총림 송광율원장 지현 스님은 기초교육기관인 행자교육원, 승려기본교육기관인 강원 등에서부터 율장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승려전문교육기관을 필수적으로 마친 학인에게 3급 승가고시 지원자격을 부여하는 것처럼, 앞으로도 법적인 지원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철우 기자 | in-gan@buddhapia.com
2006-04-24 오전 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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