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법원 합의 제13부는 조계종 현등사(주지 초격)가 삼성문화재단(이사장 이건희)을 상대로 3층석탑 사리함 일체를 돌려달라며 제기한 소송 관련 현장검증을 서울 한남동 삼성 리움박물관에서 실시했다.

리움 박물관 유물보존 연구실에서 진행된 이날 현장 검증은 현등사 사리구의 보관상태를 확인하는 자리로 원고인 현등사측 대리인 봉선사 혜문 스님, 법무법인 덕수 송상교 변호사를 비롯해 피고측의 삼성문화재단 안종환 상무, 법무법인 화우 진정길, 김태훈 변호사와 재판부가 참석했다.

	재판부가 원고측과 피고측을 확인하고 있다.

현등사 사리구는 원래 경기도 용인 소재 호암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었으나 이날 현장 검증을 위해 리움 박물관으로 옮겨왔다.

재판부는 이날 사리구 표면에서 ‘운악산 현등사’라는 명문을 발견하고 현등사 사리구가 ‘원고 현등사’의 소유였음을 확인했다.

현장검증은 리움 유물 보존 연구실에서 진행되었다. 보존실로 옮겨진 현등사 사리구는 "검은 오동나무 상자에 보관되어 있었고, 상자안에 은제 사리함, 수정사리호 그리고 뼈 색깔이 나는 좁쌀크기의 사리 1과와 투명한 보리쌀 크기의 사리 2과가 보관되어있었다"고 직접 현장검증에 참석한 혜문스님이 밝혔다.

	리움 박물관 입구 전경

재판부가 현등사 사리구의 취득 경위를 묻자 삼성문화재단 관계자는 “김동현으로부터 고 이병철 회장이 취득했고, 1987년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삼성문화재단이 취득했다”고 말했다.

또한 전시 여부를 묻는 원고측의 질문에 대해서는 “1991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불사리장엄'과 2005년 상반기 호암미술관에 잠시 전시했다”고 답변했다.

봉선사 혜문스님은 “삼성이 소장한 현등사 사리구나 동경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등은 제 위치에 있지 못해 문화재적 가치가 상실되어 가고 있다”며 “특히 문화재청이 사리는 문화재가 아니라 신앙의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인도적 차원에서 하루 빨리 삼성이 현등사 사리구를 2천만 불자의 품으로 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