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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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합·조화·존중 자신의 마음에서
[시방세계]중국 항저우서 열린 ‘제1차 세계불교포럼’ 현장
“세계의 화합과 조화는 각자의 마음으로부터 시작하자.”

피부색깔과 언어는 다르지만 이구동성(異口同聲)이었다. 한국, 중국, 대만 등 전 세계 불교도 1천여 명이 모여 세계화합을 위해 각자 자신의 마음부터 다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1949년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 최초의 국제종교행사인 ‘제1차 세계불교포럼’.

개막식 첫날인 4월 13일 세계 34개국에서 온 1천여명의 불교도들이 각국 대표들의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이 행사는 4월 13일부터 16일까지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인민대회당과 저우산(舟山)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의 목적은 “세계 각국의 불자들을 위해 높은 수준의 강연을 제공하고 중국 불자들과 세계의 불자들이 대화·교환·협력을 통해 지혜를 나누는 것”이라고 주최 측은 설명하고 있다.

중국은 종교의 자유를 헌법에 의해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공개적인 국제종교 행사는 사실상 금지하는 등 종교 활동의 제약이 은근히 심했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첫 기조연설자로 나선 조게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이번 행사를 계기로 향후 중국정부의 종교정책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종교 행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중국은 4월13일 불교포럼 개회식 전 과정을 국영 중앙방송(CCTV)을 통해 생중계했다.

‘세계화합은 마음으로부터 시작하자’를 주제로 한 이번 포럼은 13일 오전 8시 30분 중국불교협회 스님 1백여 명이 연단에 올라 예불의식을 봉행하는 식전 행사를 시작으로 장엄하게 문을 열었다.

개막식에 앞서 중국불교협회 소속 1백여 스님들이 예불의식을 하고 있다.


등젠화(董建華) 중국 국가정치협상회의 부주석(前 홍콩 특별행정자치구 장관)은 축사를 통해 “세계에는 서로 다른 문화나 민족이 많이 존재하지만 인간존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결코 다른 것이 아니다”며 “이 자리에 모인 불교도들이 주축이 돼 날로 갈등이 심각해지는 지구촌의 평화공존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바로 이 시간부터 시작하자”고 역설했다.

첫날의 하이라이트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 겸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을 비롯해, 라오스 불교도협회 케오봉파 종정 시사바쓰 스님, 사쿠리 코오지 일본 대본산 중산사 원로 스님, 중국정부가 임명한 티베트 판첸라마, 다쇼상계왕초 부탄왕국정부문화장관, 라오청 세계불교승가회 회장 스님, 마하 수메다 텝부 캄보디아 불교협회 승왕, 마하테로 스리랑카 불교협회장 스님, 성운 대만 불광산사 종정 등 세계 불교지도자 9명이 발표하는 기조연설. 연사들에게 발표 제한 시간인 8분을 정해주고 만일 시간을 넘기게 되면 마이크가 자동으로 꺼져 객석에서 간간히 폭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개막일 일정이 끝난 뒤 한국측 포럼 참가단이 머물고 있는 월드무역호텔을 방문해 지관 스님과 환담을 나누고 있는 중국불교협회 상임부회장 성휘 스님(오른쪽).


지관 스님은 기조연설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전 세계 불교도들은 생명존중의 실천, 정신문화의 발전, 윤리와 도덕이 살아 있는 사회 건설, 상생발전하려는 지혜, 세계평화와 화합 등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세계 각국의 불교도들은 세계평화와 중생제도에 앞장서기를 발원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 연사로 나온 대만의 성운 스님도 “이 행사는 불교가 전 세계의 화합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심도있게 토론하는 유익한 자리”라며 “이 자리에 모인 1천여 불교도들에게 딱딱함보다는 유연성 있는 관리, 자기반성이 뒤따르는 자각적인 관리, 인간 감동을 통한 관리, 불법에 의지하는 관리 등 네 가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세계불교포럼은 중국에서의 첫 종교행사라는 것 외에도 주목되는 점이 있었다.

중국 정부에게 불교가 서방종교에 대응하는 복안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서방종교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는 불교는 중국 정부에게 더없이 좋은 대안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시장경제의 개방으로 야기된 계층간, 지역간 갈등을 치유하는 수단으로 중국에서 신도 수가 가장 많은 불교를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대회가 자못 흥미로운 것은 포럼 형식을 띠고 있지만 대회장 밖에서는 불교를 통한 친교와 우의를 다지려는 불교지도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한 것이다.

한국 측 포럼 참가단 숙소를 인사차 방문한 조선불교도 연맹 심상진 부위원장(오른쪽)에게 지관 스님이 해인사 범종을 축소해 만든 기념품을 선물하고 있다.


불교지도자들은 각 국가의 종교대사처럼 안면이 있는 스님들에게는 악수나 포옹을, 처음 보는 이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친목을 돈돈히 다졌다.

엽소문 중국 종교국 국장을 비롯해 중국불교협회 상임부회장 성휘 스님, 서안 법문사 방장 학성 스님, 저장성 불교협회장 계인 스님, 광동성 불교협회장 명생 스님 등도 개막식 날 모든 행사가 끝난 뒤 한국 측 포럼 참가단이 머무는 월드무역호텔을 방문해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성휘 스님은 “이번 불교포럼은 11년째로 접어들고 있는 한중일 불교우호대회를 거쳐오면서 홍콩과 마카오, 대만 등지의 중화권 스님들의 발의에 의해서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특히 이 대회의 취지를 한국불교 측에 가장 먼저 알렸고 또한 다른 여러 나라보다도 한국불교 측에서 큰 지지를 보내줬기 때문에 고마움의 표시로 기조발표 때 지관 스님을 가장 먼저 순서에 배정했다”고 우호적인 감정을 피력했다. 이에 지관 스님도 팔만대장경판 중 <반야심경>을 새긴 경판모형을 기념으로 선물하기도 했다.

대회장 주변에 걸린 세계불교포럼 깃발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포럼 휴식시간에는 복도에서 마주친 심상진 조선불교도연맹 위원장과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반가워하기도 했다.

‘불교문화 올림픽’이라 불리는 이번 행사는 4월 13~14일 항저우 인민대회장의 개막식과 분과토론, 환영만찬, 불교종합예술의 밤 행사에 이어 15일 저우산에서는 연등행사와 세계평화기도 행사를 개최했으며, 16일 막을 내렸다. 행사가 끝난 뒤 각국으로 돌아가는 1천여 불교도들의 걸망엔 화합으로 굳게 다져진 기쁨과 희망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중국 항저우/글·사진=김주일 기자 |
2006-04-18 오전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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