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는 ‘신주화락(神州和樂)’. 즉 ‘신주’는 중국대륙을 뜻하는 말로, 중국의 화합이 담긴 선율이란 의미다.
1천여명이 동방아트센터 홀을 가득메운 이날 음악회를 보기전에는 이번 포럼을 장식하는 들러리 음악 행사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팜플렛에 또렷이 찍혀 있는 작곡가의 이름 석자를 보고서 이번 음악회가 그저 평범하지 않다는 예감이 강하게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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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바로 중국 현대음악의 리더 당건평(唐建平)이었다. 그는 2003년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작곡축제에 ‘겨울날의 상념(冬日遐想)’을 들고 찾아와 강한 대륙적 기질의 장중한 스케일을 뽐내고 갔던 인물이다.
음악당에 들어서자 오케트라의 독특한 구성이 우선 눈에 띄었다. 불교음악을 위한 동서양 악기가 조화롭게 배치됐다. 정통 클래식 오케스트라 구성에다 비파 등 중국 전통악기가 양념으로 끼워졌고, 합창석에는 선전고등중학교여성합창단과 중앙음악대학여성합창단, 상해옥불사승려범패단, 상해가극원 남성합창단 등 혼성 4부 합창단이 포진해 있었다.
내용은 부처님의 탄생부터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순수 정통 클래식으로 오선지에 옮겨 놓은 곡이다. 주제는 부처님의 깨달음을 생각하며 전세계인이 화합하자는 것이다.
짐작대로 1악장부터 장중한 중국 13억의 힘이 느껴질 정도로 법고를 많이 사용해 폭풍이 휘몰아 치는 느낌을 주었다. 2악장 중반까지 들으면서 이 정도로 잘하는 줄은 미처 몰랐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불교음악은 아니었지만 1993년엔 북경 국립 교향악단이 한중 수교후 처음 한국땅을 밟을때만 해도 중국 클래식 음악은 그저 호기심의 대상이었지 감동을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13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달라진 게 당연하겠지만 이렇게 바뀌고 이만큼 컸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번 공연에서 무엇보다 크게 느낀 것은 시종일관 합창석 맨 꼭대기에서 소프라노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간 파가니니 콩쿨 우승자인 성악가 쉔나의 존재였다.
그는 20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능숙하고 유연하게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갔고 그의 음성공양 아래 오케스트라는 일사불란하게 반주를 보조해 줬다. 서양의 성악이 활성화되지 않은 중국인이라는 선입견에다 나이보다 앳된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가창력이나 무대 매너 모두 여유 있고 세련된 모습이었고 독창과 더불어 토해내는 눈빛 하나 손짓 하나에서도 자신감이 넘쳐났다.
좋은 불교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력있는 젊은 연주자들을 확보해야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입증된 셈이다. 게다가 중국 불교교향악단은 정부와 중국불교협회가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 주고 있으니 앞으로도 더 나아질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휘자 여팽과 소프라노 쉔나는 오래전부터 손발을 맞춘것처럼 편안하게 선율로 대화를 풀어나갔다. 힘차게 내리가르는 지휘봉아래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고 세밀하게 주고 받았다. 중국 무협 영화에서 고수들이 만나면 실제로 부딪히기보다 상상 속의 대결을 펼치는 것과 같은 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중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과 불교발전 등을 통해 불교 음악 시장도 커졌고 오케스트라도 면모를 일신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포럼의 실무를 맡았던 중국불교협회 보정 스님에 따르면 이번 음악회를 위해 불교 교향악단은 1년전부터 곡을 만들어 4개월동안 집중 연습을 했다고 한다.
단 한가지 이날 음악회를 지켜보면서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번 곡이 장중함과 육중함으로 시종일관 관객을 압도한 면은 인정되나 흥미를 유발할 세련되고 세밀한 기교는 좀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점은 앞으로 중국 불교 음악뿐만 아니라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중국 현대음악이 넘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이날 음악회를 지켜본 태고종 운산 총무원장 스님은 “문화의 역량은 많은 관심과 철저한 자본력이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느꼈다”며 “음악회를 보면서 앞으로 우리 불교음악이 나아가야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훌륭한 연주”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러 가지 악기의 불협화음을 훌륭한 하모니로 조율한 이날 음악회를 끝으로 제1차 세계불교포럼의 모든 일정이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