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한 젊은 여인이 있었지.
젊은 수도승은 그 여인을 물그러미 바라보다가 아무말 없이 걸어서 지나갔어.
그런데 나이 든 수도승이 재빨리 여인을 데리러 가서 등에 업더니 물웅덩이 반대편에 내려주는 거야.
그리고 두 수도승은 계속 길을 갔지.
몇시간후 젊은 수도승이 말을 꺼낸거야. “아까 그 여자는 무례하고 이기적이었어요”
나이 든 수도승이 대답했지.
“나는 그 여인을 벌써 몇 시간 전에 내려주었다네. 그런데 자네는 왜 아직도 등에 업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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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칼데콧 아너상(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그림책 상) 수상에 빛나는 존 무스의 걸작 그림책 <달을 줄걸 그랬어> ‘무거운 짐’편의 내용이다. ‘무거운 짐’은 애디와 마이클, 칼 등 세 남매가 살고 있는 집 뒷마당에 판다곰인 ‘평심’이 찾아와 칼에게 들려준 과거의 짐을 무겁게 지고 가는 어느 수도승의 이야기이다.
판다곰 평심이는 이어 마이클에게도 행운이란 성급히 판단하거나 미리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농부의 교훈인 ‘농부의 행운’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애디에게는 내집을 털러온 도둑에게 한 벌 뿐인 옷을 선물로 준 가난한 남자에 대한 ‘라이 아저씨와 달’이야기를 해준다.
평심이의 세가지 이야기는 모두 수백년간 전해 내려온 동양의 고전에서 발췌한 것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삶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해준다.
존 무스는 살아 있는 듯 생생한 수채화와 우아한 잉크 스케치를 통해 교훈과 사랑으로 가득한 풍부한 상상력을 그려내고 있다.
존 무스의 선 그림책은 드러내 놓고 교훈을 일러주거나 삶의 지침을 설교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전해오면서 조용히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림책을 통해 선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일본의 무주선사의 시에서 뽑아낸 ‘라이 아저씨와 달’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면 선이란 짧은 명상이자 천천히 풀어나가야할 생각, 직관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날카롭게 다듬는 도구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내용을 간추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저씨는 도둑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악수를 하셨어.
“어서와요! 반갑소! 이렇게 찾아주니 어찌나 고마운지!”
도둑은 무슨 말이든 해보려고 입을 열었지만, 아무말도 떠올리지 못했대.
그런데 라이 아저씨는 어떤 손님이든 빈손으로 돌려 보내는 법이 없거든.
그래서 도둑에게 줄 선물을 찾아보려고 그 작은 오두막을 둘러보셨어.
그런데 줄만한게 아무것도 없었던 거야.
아저씨는 하나밖에 없는 자리옷을 벗으셨대.
낡고 해진 옷이었지.
“여기 있소.”
아저씨가 말했어.
“부디 이걸 가져가시오.”
도둑은 우리 아저씨가 제 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도둑은 그 옷을 받아들고 쏜살같이 문밖으로 달려나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지.
아저씨는 가만히 앉아 달을 보셨대.
은색 달빛이 고요히 산 위로 쏟아지면서 온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었지.
“이런...,”
아저씨는 안타가워 하셨어.
“고작 해진 옷 한 벌을 돌려 보내다니. 이 아름다운 달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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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내용처럼 특정한 목적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의 습관, 바라는 소원, 늘 하는 생각, 두려움을 재점검하도록 하여 짜릿한 자극을 주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선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는 저자인 존 무스. 그는 “부처님의 명상법이 정신을 가다듬고 고요히 앉아 한 가지 생각을 먼저 떠올린 뒤 또 다른 생각이 뒤따라 떠오르게 하는 것”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그는 “그중에서 어떤 생각에도 계속 머물러 있어서는 안되며 우리의 마음이 출렁이고 요동친다면 진짜 세상을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김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