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발 앞선 명동성당의 ‘꼬스트홀’
3월 24일 저녁 7시 명동성당 꼬스트홀. 가족끼리 연인끼리 나란히 앉아 시인들의 시낭송과 가수 장사익, 정태춘 콘서트를 관람하고 있다. 성당에서 웬 공연을 하는 걸까?
꼬스트홀은 ‘신앙의 공간으로서의 성당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신도들과 일반인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주자’는 취지에서 총면적 180평, 460석 규모로 5년 전 명동성당 내 문화관을 리모델링해 만든 공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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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한 달에 약 15~20여 회의 공연을 유치하고 있으며 음악회, 연극, 대중가수 콘서트 등 장르도 다양하다. 공연이 주로 주말에 열리는 점을 감안한다면 꼬스트홀은 1년 내내 명동성당을 문화공연의 산실로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꼬스트홀이 명동성당을 ‘문화공연 1번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은 뭘까.
그것은 바로 전문 공연 기획·홍보 인력이다. 공연장의 소유와 관리는 명동성당에 있지만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는 평화방송(PBC) 기획관리부에서 전담하고 있다. 공연에 필요한 음향 및 조명, 소품, 무대감독 등은 현직 평화방송 엔지니어팀이 맡고 있으며 기획과 홍보 또한 전문 인력이 담당하고 있다. 평화방송과 각종 공연 기획사들이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공연유치와 홍보에 큰 몫을 담당한다.
평화방송 오민석 기획관리부 차장은 “공연은 기획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홍보전략 또한 중요하다”며 “평화방송 홈페이지에 꼬스트홀 홈페이지를 링크시켜 놓고 공연장의 모든 정보와 대관일정과 계약에 관한 것을 인터넷 상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개신교에서도 ‘예술경영’ 기법을 적극 도입해 교회시설을 활용한 공연장 및 전문적인 예술공연단체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서울 명성교회의 경우 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오케스트라가 6개나 활동하고 있을 정도다. 또한 개신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연장과 공연단체들은 일반 사회에서 기업이 메세나(Mecenat: 문화 예술 등에 대한 기업의 후원과 지원) 정책으로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듯, 이들 예술단체 등도 교단 및 교회의 전폭적인지원과 투자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교회나 성당 내의 시설을 활용한 부설 공연장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는 “‘문화선교21(가칭)’ 일환으로 공연을 통한 선교에 앞장서기 위해 교회 부설 공연장을 신설·확대하는 계획을 수립했으며 이 계획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또 관계자는 이미 50개 교회가 참가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개신교와 천주교 등 이웃종교는 ‘문화선교’ 기법을 적극 도입해 공연장 확충은 물론 전문적인 예술공연장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 반면 불교계는?
현재 대표적인 불교계 공연장으로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불교전통문화공연장, 천안 한암문화원, 일산 여래사, 천태종 관문사와 삼광사, 수원 포교당 등을 비롯해 10여 곳에 이른다. 이 중 불교전통문화공연장을 포함한 3개 공연장이 제대로 된 무대와 조명장치 등을 갖추고 있으며 나머지는 법당을 공연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문을 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에 있는 불교전통문화공연장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이곳의 시설을 관리하는 인력은 고작 3명뿐이다. 이 사람들이 총무원 건물을 비롯해 전통문화공연장도 관리감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백석 규모의 좋은 공연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공연이 열리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불교전통문화공연장이 개관이래 본 취지에 맞는 공연장으로서의 역할을 한 것은 니르바나 실내악단의 송년연주회 등 손에 꼽을 정도. 대부분은 조계종 총무원 행사나 불교계 행사를 개최하는 행사장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왜 이런 문제점이 대두되는 것일까? 우선 공연장은 엄연히 극장 개념이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과 같은 곳에서는 극장장과 공연 전문가를 따로 두고 있다. 때문에 다양한 공연을 기획·홍보하고 이벤트를 유치할 수 있는 탄탄한 인적 배경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불교전통문화공연장은 이런 전문 인력을 배치·활용하는 방안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홍보부족으로 많은 불교계 문화단체에서는 이런 시설을 어떻게 이용해야 되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 시설이 없을 때나 별반 다를 게 없는 상황인 것이다.
1년 내내 천주교계 행사뿐만 아니라 외부 음악·연극 공연 행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꼬스트홀에 비하면 부끄러운 현실이다. 또 공연장으로 많은 이들을 불러 모으다보니 선교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이웃 종교의 선교전략과도 견주어 볼 때 실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천안 한암불교문화원(원장 원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연극공연을 통해 어린이 포교에 앞장서기 위해 2003년부터 지금까지 분기별로 6번의 공연을 하고 있지만 재정문제와 전문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철 스님은 “현재 한암불교문화원은 분장실, 연습장 등을 포함해 180평 규모의 비교적 큰 공연장이지만 전문 인력을 찾지 못해 신도 10여명으로 꾸며진 기획·홍보팀으로 문화원을 운영하고 있어 완성도 높은 작품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며,지역 사찰들의 협조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불교계 공연장이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점은 뭘까? 일선 담당자들은 공연 기획·홍보 전문가의 부재라고 입을 모은다. 공연장 운영에 있어서 공연 기획과 홍보 전문 지식과 노하우가 없는 기존 종무원들을 그대로 활용함으로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부산 삼광사 부속 문화예술회관지관전의 총괄 운영을 맡고 있는 손현열 총무과장은 “자체 행사의 경우 신도들이 적극적으로 공연을 보러 오지만 외부 행사를 열 경우에는 기획·홍보 부족으로 거의 관람객이 없다”고 설명했다.
# 대책은?
각 종교의 존폐는 포교(선교)전략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신교나 천주교가 이 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교는 어떤 대책을 모색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전문 공연기획·홍보 인력 영입 △문화포교에 대한 마인드 정립 △교계 언론의 적극적인 홍보 등의 실천 전략을 수립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덧붙여 △범 종단 차원의 문화포교 대책에 대한 정보 공유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 △공연장 보유 사찰에 대한 예산지원의 법제화 △불교계 공연단체에 대한 종단과 사찰의 지원과 투자 등도 수반돼야 한다고 말한다.
불교방송의 한관계자는 “불교방송이나 불교TV 등에 포진하고 있는 전문방송 인력과 손잡고 불교계 공연장을 운영해 나간다면 공연기획과 홍보에 폭발적인 힘이 실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전문 공연기획가가 공연장에 상근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불교계 인력을 활용하면 그 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즉 공연이 있을 때마다 공연에 대한 기획·홍보는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 프로듀서들이 맡고 공연에 필요한 무대세트는 방송엔지니어들이 담당하는 식으로 운영의 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도 “공연 기획에 대해 감각이 떨어지는 스님들의 주먹구구식 공연장 운영 계획의 고리를 끊고 전문 공연기획가를 영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불교계가 공연장 활용 능력이 없어 이를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한다면 아예 전문단체가 운영하게 운영권만 이관시켜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대책을 제시했다.
불교계가 문화 공연장을 잘 활용하려면 ‘예술 경영 마인드’의 도입도 시급하다. 축제기획 불무 김유신 대표는 “문화예술 분야에는 투자만 있을 뿐 수익은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잘 만들어진 불교문화 콘텐츠는 포교에 절대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서 지속적인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니르바나 강형진 단장은 “난타, 뮤지컬 명성왕후 등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불교문화 콘텐츠를 오페라와 연극 등으로 접목시켜 재현한다면 승산이 있다”며 “불교문화공연 콘텐츠 개발에 앞장설 때 공연장 활용은 물론 니르바나 등과 같은 불교 전문 공연단체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