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호랑이’로 불리며 수많은 후학들을 제접했던 성철 스님은 자신보다는 남과 이웃을 위해서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남을 위해 정진하는 것이 바로 나를 위한 것이고, 이것은 결국 연기(緣起)에 의해 모든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잘 살 수 있게 한다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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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의 이러한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강원도 원주 지역 불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원주불교청년회(회장 조대호)는 100인이 100일 동안 매일 300배를 릴레이로 진행하는 ‘자아성찰을 위한 3만배 기도정진’을 3월 30일 시작했다.
#시작할 때의 마음이 바로 깨달음의 마음!
어둠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3월 30일 저녁 7시. 원주천을 마주하고 있는 원주불교신도회관에 삼삼오오 불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직장을 마치고 달려오는 중년의 신사와 젊은 청년, 그리고 아이들 저녁을 챙겨주고 온 주부 등이 넓지 않은 법당을 순식간에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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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삽시간에 법당은 100여명의 불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렇게 신도회관을 찾은 사람들은 바로 ‘자아성찰을 위한 3만배 기도정진’에 동참하는 불자들이다. 2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사실 이번 기도정진은 원주불교청년회 일꾼들의 의기투합에서 출발했다. 지난 2월 11일 원주 연화사에서 1080배 정진을 했던 청년회원들은 원주 지역 불자들이 함께 정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로 했고, 의견을 모은 결과 자신을 돌아보고 또 나보다는 남을 위한 기도를 하는 장을 열기로 한 것이다.
원주불교청년회 조대호 회장은 “남을 위해 기도하고, 이를 통해 더불어 사는 상생의 지혜를 얻고자 이번 정진을 마련했다”며 “정원이 넘쳐 동참하지 못한 불자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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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에 도착한 불자들은 정성껏 적어 온 자신의 발원문을 한데 모았다. 황정석(58·원주시 일산동)씨는 “주위의 모든 이웃들이 부처님이 됐으면 한다"며 "300배를 하는 6월 24일에는 부인과 함께 불교회관에 와서 정진할 예정”이라고 소개한다.
유정순(74·원주시 중앙동)씨는 “몸이 아프긴 하지만 아직 장가를 못간 아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는 5월 31일 지방자치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유종우(60)씨와 장만복(55)씨도 “원주 지역 시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기도에 동참하게 됐다”고 전했다.
원주 지역불자들이 진정한 ‘대승보살’로 거듭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는 원주불교사암련 회장 경혜 스님은 입제 법문을 통해 “부처님께서는 시작할 때 마음은 이미 깨달음의 마음과 같다고 설하셨다”며 “100일의 정진 기간동안 적지 않은 어려움이 생길 수 있지만 모든 참가자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 원만하게 회향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100일후 어떻게 변해 있을까?
간단한 입제 법회가 끝나자 전체 참가자들이 원만 회향을 발원하는 108배를 시작한다.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서인지 108배를 하는 참가자들의 표정에서 굳은 의지가 묻어난다. 15분만에 108배가 끝나고 3만배 정진의 출발을 알리는 원건상(48)씨의 300배가 계속됐다.
원주 지역에서 5년 전부터 조계종 포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원씨는 원주지역불교청년회 회장을 2번이나 역임한 원주청년불교의 산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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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만큼은 자신 있는’ 원씨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다른 불자들은 이미 자리를 떴지만, 청년회 후배들의 격려에 원씨는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3만배 정진의 출발테이프를 잘랐다.
원씨는 “원주 지역 신행단체가 16개에 달하지만 따로 활동을 하다보니 역량이 잘 모아지지 않았다”며 “이번 정진을 계기로 기복(祈福)이 아닌 작복(作福)의 풍토가 지역불교사회에 뿌리내리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청년회 남선희 재무부장도 “서로가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정진한다면 모두의 바람대로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질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원주 지역 불자들은 7월 7일까지 불교회관에서 매일 300배를 진행한다. 100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난 후 자신과 이웃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100명의 동참자들은 벌써부터 회향 이후 자신들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