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7 (음)
> 종합 > 해외불교
빈곤과 기아로 신음하는 아프리카, 그리고 불교
홍진 스님의 말라위 '아미타불 케어센터' 체험기
아프리카에도 절과 스님이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한 번이라도 가져 본 불자들은 또 얼마나 될까. 문명의 혜택은 고사하고 인간다운 삶조차 영위할 수 없는 곳이 많은 아프리카. 아프리카 대륙 남동부에 위치한 나라 말라위 공화국도 예외는 아니다. 빈곤과 기아, 그리고 에이즈는 이미 이들의 삶 깊숙이 파고들어 하루에도 많은 어린 생명들이 죽어나간다.
이런 곳에도 불교는 있다. 아니 불교가 있어야 할 곳인지도 모른다. 중앙승가대에 재학 중(역경학과 3년)인 홍진 스님이 말라위의 대만 사찰 ‘아미타불 케어센터’에서의 열흘 간 현지체험기를 싣는다.
홍진 스님은 아프리카 불교를 체험하기 위해 2005년 12월 20일부터 2006년 2월 17일까지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 소재한 대만 불광산사 사찰인 남화사와, 케이프타운과 더반의 남화사 말사 3곳, 그리고 말라위의 아미타불 케어센터를 둘러보았다. [편집자주]



새벽부터 시작되는 케어센터의 하루

아침 해가 어둠을 헤치며 속살을 터트려 세상을 온통 오렌지 빛으로 물들였다. 어제 내린 비로 땅은 여기저기 패었고, 아미타불 케어센터로 향하는 길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고 내가 그 그림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간다.

예불시간에 합장한 채 기도하는 아이.


벌써 아이들이 아침 참선을 위하여 법당으로 모여들고 있는 모습이 먼발치에서 보인다. 이 곳 아미타불 케어센터의 하루는 꽤 일찍 시작된다. 새벽 4시 반이면 일어나 30분간 자리를 정리하고 세면을 하고서 법당에 모여 아침 참선을 한다. 아직 졸음이 가시지 않은 아이들은 이내 고개를 앞뒤로 젖히며 졸음에 빠지기 일쑤지만 제법 의젓하게 앉은 아이들도 여럿이다. 참선을 마치면 6시에 아침공양을 하고, 6시 반이면 학교로 나선다. 학교까지는 걸어서 40분 정도가 소요되고 안전을 위하여 보모 한 명이 동행한다. 여기서 우리는 진풍경을 발견한다. 아이들은 저학년 반을 제외하고는 모두 손에 농기구들을 들고 있다. 학교는 피아노는커녕 풍금하나 없고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로 가고 나면 취학연령이 되지 않은 3명의 아이들은 보모들과 함께 케어센터에 남겨져 자기네들끼리 유리조각을 가지고 놀고 있다. 지급된 신발이 있어도 행여 잃어버릴까, 더럽혀질까싶어 늘 가슴에 안고 맨발로 노니는 아이들을 보니 몇 해 전 영화관에서 상영된 ‘Children in Heaven’이란 영화가 기억난다.

8시가 되자 갓 나이 20의 한 청년이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다. 태어난 지 6개월밖에 안된 자기 아이가 죽었는데 어찌해야할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케어센터 원장님이 사무원을 데리고 한 농가를 찾으니 등불도 없는 어두운 방에서 연신 울음소리가 새어나온다. 방으로 들어가 보니 15살 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아이의 시신을 이불로 말아놓고 망연자실 울고만 있고 그 옆방에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이의 할머니가 넋을 잃고 앉아있다. 케어센터 원장님은 다시 아이 아버지를 데리고 목재소로 가서 관을 맞추어주고 우선 장래를 지내주라고 지시하고 제사는 보호센터의 법당에서 불교식으로 치러주기로 하고는 일을 수습하였다.

이런 상황은 여기에선 아주 빈번한 일이란다. 여자아이들은 열네다섯 살이면 아이를 낳는데 2세 미만의 영아사망률은 거의 50%에 육박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출생신고조차 하지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성인들도 신분증조차 없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말라위의 에이즈와 그로 인한 고아들의 현황과 의료 환경

통계에 의하면 자연사를 제외하고 에이즈와 말라리아, 기아로 매일 10명이 죽어가며, 특히 에이즈는 통제할 수 없기에 이르러 약 10만 명의 아이 중 4만 9천명이 대부분 에이즈로 죽음을 당한 부모로 인해 버려져있다. 이는 태어날 적부터 에이즈 양성으로 태어난, 이 나라의 거의 절반의 아이들이, 또한 부모를 잃고 방치되어 있음을 뜻한다. 게다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구태의연하게 전해져 내려오는 악습이 에이즈의 만연을 더욱 부추겨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아이들이 합장으로 인사하고 있다.


케어센터가 위치한 마을에는 병원이란 없고 단지 한군데의 클리닉만이 있을 뿐이다. 1만 5000명의 주민 중 삼천 명이 에이즈에 양성반응을 보이고 15세에서 45세의 주민 중 6할 이상이 바이러스를 가진 것으로 의심된다.

그로 인해 다시 에이즈 양성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또 그 나마의 최소한의 부모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버려져 기아와 병으로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다.


아미타불 케어센터 설립

이 곳 아미타불 케어센터가 말라위에 첫발을 내리게 된 인연은 대만 불광산사 남아공 말사인 남화사의 창건주이신 혜례 스님이 큰스님이신 성운대사님의 인간불교의 이념 실천을 위해 1998년 휠체어를 기증하면서부터였다. 그 때 혜례 스님은 말라위에 만연해있는 에이즈로 인한 폐해를 보고 실로 경악하게 된다. 그 규모와 실태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본 혜례 스님은 이 아이들을 위해 분명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불제자로서의 강한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 이윽고 말라위의 대통령 부인을 설득하고 그 영부인이 다시 정부를 설득하여 34ha의 땅을 고아원 건립 부지로 얻어내 이름을 아미타불 케어센터로 명명하고 뜻있는 화교신도들을 규합하여 설립자금을 마련, 완성 시 건물 100동에 2천명의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는 규모로 2003년 11월 28일부터 공사를 시작하게 된다. 모두 완성되기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시간이 소요되므로 단계적으로 완성하여 아이들을 데려오기로 하고, 2005년 10월, 우선 1단계로 건물 다섯 동을 완성하여 그 달 100명의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와 기부자들과 정부 관계자 및 스님들을 모시고 오픈식을 거행하였다.

그러나 케어센터는 아쉽게도 이 나라 정부로부터 건립 부지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지원이나 혜택도 받지 못한다. 우리의 상식으로 예상되는 아동 1인당 보호수당은커녕 전기, 수도료 등 그 어떠한 것도 감면이나 혜택이 없다. 하다못해 관공서에서의 간단한 서류접수마저도 평소 해당 공무원에게 선물이 없었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기 일수다. 말라위정부 관리들은 자신의 정부가 보살피지 않는 버려진 아이들을 외국에서 온 이들이 보살피는 것에 그 어떠한 감사의 마음도 가지지 않고, 오히려 너희들이 좋아서 하는 일인걸이라는 사고로, 정부 관리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게다가 대통령마저 새로 갈려 이젠 전임 대통령이 벌려놓은 일인데 내가 상관할 바냐라는 사고이다.

법당에서 절을 하고 있다.


그럼 이 나라 정부도 돌보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구태의연한 악습도 버리지 않아 날로 만연해가는 에이즈, 말라리아 등의 질병은 결국은 자기네들 자업자득인데, 왜 다른 당면한 일들도 많은 외국인인 우리가 나서야 하느냐하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건 그렇게 생각하는 이 순간에도 또 다른 아이들이 에이즈 양성으로 태어나고 기아와 갖가지의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빈곤이란 단지 우리가 느끼는 옆 집사람과 비교하여 내가 가난하다는 식의 소위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실로 먹지 못하여 죽어가는 절대적 빈곤을 말하는 것이다.

혜례 스님은 이웃 짐바브웨정부도 설득하여 부지를 얻어내어 천명의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케어센터를 추진 중이다. 불교의 불모지인 아프리카 53개국에 부처님의 법(사명)을 전하겠다는 서원을 세우시고, 그 전 단계로서 아프리카 각국에 고아원을 짓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역시 한국의 스님 중에 누군가 아프리카에 부처님의 뜻을 알리는데 뜻있는 스님을 도반으로 찾고 있기도 하다.


부처님 생애 배우며 성장

현재 아프리카에는 아주 작은 규모의 스리랑카 사찰이 3개국에, 큰 규모의 대만사찰이 2개국에 이렇게 아프리카 53개국 중 5개의 나라에만 불교사원이 있는 실정이다.

학교로 간 아이들은 오후 1시 반이면 모두 케어센터로 돌아 와 점심공양을 하고서 얼마간의 자유시간을 갖는다. 이 곳의 아이들에게 장난감이란 상상조차 해볼 수 없다. 그저 돌멩이나 유리조각 등으로 흙바닥에 뒹굴며 소일하여 목욕을 시켜도 감당이 불가하고 그리하여 갖가지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아이들은 요일별로 달리 마련된 일정으로 찬불가와 율동, 중국어를 배우고, 또 부처님의 생애와 부처님께 예배하는 법을 배운다. 여기의 아이들은 음표(한 마디로 도레미)를 몰라 노래를 가르칠 때도 선생님의 소리를 그대로 흉내 내는 것으로 배운다. 그러나 역시 아이들이라 배우는 것이 빨라, 금방 중국 찬불가를 목청껏 외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한마디로 감개무량이다.

이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는, 가깝게는 7,8년 후부터는 부처님의 연기법을 근간의 가치관으로 가진 아이들이 정부의 부패와 구습을 타파하여 이 나라 말라위도 변해갈 것이다.

아프리카의 오지를 돌며 기아 아동 돕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금 간 꽃병이 소리 없이 아파한다’는 시구에 슬퍼했다는 인기 연예인 김혜자씨, 식사에 초대될 적마다 이 정도의 가격이면 벌써 몇 십 명의 아이들을 배불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녀가 쓴 수필집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책의 표제가 눈에 아른거린다. ‘그래, 꽃으로도 이 아이들을 때리지 말라.’ 이미 가진 상처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아프니깐.

홍진 스님 |
2006-04-02 오전 8:15:00
 
한마디
불광사 한국분원. 서울 동대입구 전철역 2번 출구. Tel.02-2276-0993 http://www.fgs.or.kr/
(2006-04-07 오전 11:38:41)
99
아 주소 잘못... www.amitofocc.org입니다.(not a but o) 주소 P.O.Box 51700 Limbe Blantyre Malawi / Tel.265-1-660186 / Fax.265-1-660187
(2006-04-06 오후 11:07:43)
97
말라위 아미타불 케어센터 홈페이지 주소 www.amitafocc.org 남아공 남화사 홈페이지 주소 www.nanhua.co.za 대만 불광사 홈페이지 주소 www.fgs.org.tw
(2006-04-06 오후 11:02:16)
106
www.amitafocc.org 도움주실 분들...
(2006-04-06 오후 10:58:32)
102
이런 데 안 가져..
(2006-04-03 오후 7:23:05)
95
한국시님네는 이런 오지에 포교할 수 없을거유, 워낙 안락한 곳에서 융숭한 대접만 받고 수행하시는터라 불가능 그러나..,대만스님네들이니 되니까 가능할꺼유.
(2006-04-03 오후 12:30:25)
104
지옥이 따로 없군요! 지옥고에서 중생을 구제하려는 대단하신 원력의 대만스님들 참으로 고개 숙여 지는군요! 그래요 저도 통장번호 알면 조금이나마 보태고 싶군요. _()_
(2006-04-02 오후 7:29:50)
103
글쎄요~ 한국 시님들은 워낙에 바빠놔서!!!!! 지송 하구먼유-.-;; 대만 스님이라도 통장 번호 알켜주시면 성금 보낼께요~.~
(2006-04-02 오후 12:34:14)
97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5.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